강서구청 몽니에 CJ 가양동 개발 올스톱
지자체 리스크에 '제2의 코엑스'→'제2의 레고랜드' 변질 우려
이 기사는 2023년 05월 01일 06시 00분 유료콘텐츠서비스 딜사이트 플러스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가양동 CJ공장부지 위치도. (제공=인창개발)


[딜사이트 김현진 기자] 서울 강서구청이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지난해 9월 건축심의에서 결정한 '건축협정 인가'를 돌연 취소한 것이다. 사업 시행자인 인창개발이 인가를 획득한 지 5개월 만에 취소를 통보한 상황으로 김태우 강서구청장이 내년 예정된 총선을 염두에 둔 행동이라는 지적이 제기된다.


총사업비가 3조원에 달해 '제2의 코엑스'로 불리던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이 강서구청의 석연찮은 결정으로 개발 중단 위기에 처했다. 지난해 '레고랜드 사태'도 지자체 리스크에서 시작했던 만큼 '제2의 레고랜드 사태'로 번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28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인창개발은 지난 24일 강서구청을 상대로 '건축협정 인가 취소 처분의 취소'를 구하는 소장을 서울행정법원에 접수했다. 강서구청이 지난해 9월 건축심의에서 결정한 '건축협정 인가'를 5개월 만인 올해 2월 취소 통보했기 때문이다.


건축협정은 두 개 이상의 필지를 하나의 대지로 인정해 주는 것을 말한다. 지하 주차장 등을 통합 개발할 수 있는 제도로 효율적인 토지 이용 및 이용자 편익이 커 정부 차원에서 권장하고 있다. 인창개발은 CJ공장부지 3개 블록 가운데 1·2블록의 지하 4층~지하 1층까지 맞벽건축을 통해 지하 연결통로 및 주차장의 공동사용이 가능한 건축협정 인가를 받았다.


강서구청이 인창개발에 보낸 공문에 적시한 건축협정 인가 취소 사유는 '소방시설 등 관련기관(부서) 협의가 완료된 후 협정인가 신청 요함'이다. 인창개발은 건축협정 인가 심의 당시 소방기관도 참여해 통과한 사안으로 재협의를 거치라는 강서구청의 결정을 이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인창개발이 소송까지 제기하며 반발하고 나서자 강서구청도 지난 25일 공식 입장문을 발표하고 인가 취소 배경에 대해 설명했다. 강서구청은 입장문을 통해 "허가권자인 구청장 등에게 보고 또는 어떠한 회의도 없이 담당 사무관 전결로 처리해 심도있는 검토를 할 기회조차 없었으며 이후 안전 등에 대한 재검토를 위해 협정인가를 취소하게 됐다"며 "주민들에게 보다 실질적인 혜택이 돌아갈 수 있는 공공기여 방안이 나온다면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지속적인 협의를 이어 나갈 계획이며 이후 통상적인 절차에 따라 협정인가 및 건축허가도 진행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강서구청이 입장문을 발표했지만 갈등은 사그라들지 않고 있다. 인창개발은 인가 취소가 부당하다는 입장을 고수하며 강서구청이 발표한 입장문을 재반박하고 맞섰다. 지난해 9월 건축허가 접수 이후 서류 검토도 하지 않아 질의 요청을 했지만 답변을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 강서구 사무전결 처리 규칙에 따르면 인·허가 사항은 담당관 과장의 전결사항으로 규정돼 있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갈등이 점점 격화하는 상황에서 해당 사업장에도 빨간불이 켜졌다.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사업이 수조원에 달하는 대형 프로젝트인 만큼 소송이 장기화할 경우 공사지연에 따른 부동산 PF(프로젝트파이낸싱) 시장의 부실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고 있다.


실제로 증권사들이 주관한 11개 SPC(특수목적법인)의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사업 PF 조달금액은 총 1조3550억원이다. 인창개발이 갚아야 할 이자만 한달에 70억원에 달한다. 대출만기가 다음 달 말부터 도래하며 자금경색의 가능성이 제기된다. 


착공 및 분양이 지연되면 시공사 입장에선 PF 관련 보증 위험이 커지게 된다. 현대건설은 인창개발의 가양동 CJ공장부지 매입에 1조500억원의 신용보증에 이어 PF 브릿지론(1조3550억원) 보증을 서고 있다. 인창개발 관계자는 "지난해 9월부터 가양동 CJ공장부지 개발사업에 대한 강서구청의 인허가 절차가 사실상 올스톱된 데 이어 건축협정 인가 취소 통보까지 받아 향후 일정이 불투명해지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CJ공장부지 개발은 지하철 9호선 양천향교역 인근 11만2587㎡ 부지에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연면적 46만㎡) 1.7배 크기의 업무·상업·지식산업센터 등의 복합시설을 조성하는 사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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