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현대자산운용이 새 먹거리로 점찍은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본궤도에 올리기 위해 심기일전하고 있다. 현대운용 내부 사정과 대체투자 시장에 두루 밝은 상무급 임원을 앞세워 리츠 마수걸이에 속도를 낸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현대운용은 이달 초 기존 부문단위였던 리츠사업부를 본부단위로 '다운그레이드'하는 조직개편을 실시했다. 걸음마 단계에 있는 리츠를 전통적인 펀드 비즈니스와 동일선상에 두는 건 비효율적이라는 경영진의 판단이 내려진 것이다. 현대운용은 리츠 조직이 콤팩트해진 만큼 구성원들간에 의사소통이 보다 원활해져 기민한 업무처리가 가능해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조직단위 변경과 함께 리츠 비즈니스를 이끌 임원도 새롭게 발탁했다. 과거 현대운용에 몸 담은 바 있는 윤기진 상무를 재영입해 리츠사업본부장 자리에 앉혔다. 전임자인 김양진 이사의 퇴직으로 부서장이 공백 상태가 되자 내부 사정에 밝은 윤 본부장에게 러브콜 보낸 것으로 전해진다. 윤 본부장은 삼성생명(1996년 1월~ 2020년 7월)과 현대운용(2020년 8월~ 2022년 1월)에서 주로 부동산‧대체투자 분야를 담당했다. 현대운용으로 복귀하기 직전에는 사모 하우스인 에스티엔에치(ST&H)자산운용에 몸 담았다.

윤 본부장은 숨고르기를 할 여유도 없이 연초부터 1호 리츠 세팅에 팔을 걷어붙일 것으로 전망된다. 리츠 실무 경험이 있는 신승우 1팀장과 건설산업에 대한 이해가 높은 전명일 2팀장과 함께 우량 자산 발굴에 매진할 걸로 관측된다. 현대운용은 리츠 AMC 인가를 획득한지 2년이 넘도록 리츠 마수걸이를 하지 못하고 있어 성과 도출이 시급한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운용이 중소운용사 가운데서는 비교적 일찍 상장 리츠를 보유할 것으로 내다봤다. 지난 2020년 7월 리츠 AMC 예비인가를 받은 지 3개월만에 본인가까지 따내면서 속도감있게 신사업을 추진했기 때문이다. 리츠 라이센스를 획득하고 나서는 곧바로 자산 확보에 돌입했다. 2020년 연말 주요 딜이었던 서울 신도림 센터포인트 웨스트 빌딩의 유력 원매자로 떠올랐다. 당시 매도 측이던 마스턴투자운용과 빌딩 매입을 위한 MOU(양해각서)까지 맺으며 우선협상대상자 지위를 따냈다. 하지만 내부 검토 과정에서 사업성이 충분치 않다고 보고 발을 빼면서 딜이 성사되지 않았다.

이후 현대운용은 다른 투자자산 물색에 나섰지만 좀처럼 적당한 매물을 찾지 못했다. 여기엔 리츠 조직이 불안정한 모습을 보인 것도 한 몫한 것으로 풀이된다. 현대운용의 리츠 비즈니스를 이끌어 온 김혜원 상무가 1년여 만에 회사를 떠나면서 동력을 상실했다. 김 상무가 중국 쪽 네트워크가 강하다는 점에 비춰, 현대운용이 첫 리츠에 해외자산을 담을 수도 있다는 업계 예측이 빗나간 것이다. 현대운용은 안일수 이사, 김양진 이사 등에게 키를 맡겼지만 가시적인 성과를 보지 못했다.

현대자산운용 관계자는 "자금시장이 얼어붙어 있어 리츠에 담을 자산 확보가 녹록지 않은 환경"이라면서도 "최근 금리 인하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고 있는 만큼 회사 역시 이에 대한 선제적 대응으로 시장 니즈에 부합하는 매물을 확보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