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홍기 기자] 화일약품이 휴온스, 크리스탈지노믹스와의 묘한 '삼자동맹'을 통해 활로 찾기에 나섰다. 화일약품이 이들 기업과 함께 바이오 의약품 위탁생산(CMO) 기업 팬젠의 주요 주주로 이름을 올리면서 사업 시너지 창출을 모색하고 있는 까닭이다.

화일약품은 최근 팬젠 주식 64만6940주(6.06%)를 71억원에 현금취득 했다. 이 회사가 팬젠 지분을 취득한 것은 이번이 처음으로, 해당 지분을 통해 CMO 사업경쟁력 제고에 나설 계획이다. 팬젠이 바이오시밀러 의약품 생산 및 판매는 물론, 바이오 의약품 개발사업, CMO 등의 사업을 영위하고 있어서다. 

눈길을 끄는 부분은 화일약품이 크리스탈지노믹스(14.37%)와 휴온스(10.37%)에 이어 팬젠의 3대주주로 이름을 올렸다는 점이다. 팬젠의 최대주주는 크리스탈지노믹스로  앞서 20.43%의 지분을 인수키로 했지만 화일약품이 6.06%를 사들이기로 하면서 소폭 줄었다.

업계는 팬젠의 이 같은 지분구조에 남다른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우선 화일약품만 보더라도 크리스탈지노믹스와의 인연이 깊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2013년 화일약품 지분 취득(21.66%) 이후 2020년까지 최대주주로 군림했다. 이후 조경숙 화일약품 대표가 금호에이치티 등을 통해 보유지분을 늘리면서 최대주주로 올라섰다. 조 대표가 직접 이스트버건디(100%)→오성첨단소재(17.84%)→에스맥(20.3%)→금호에이치티(26.41%)→화일약품(15.87%)으로 이어지는 지배구조를 구축한 셈이다. 

크리스탈지노믹스는 지분 13.24%로 화일약품 2대 주주(13.24%) 자리를 지키고 있다. 한때 나머지 보유지분을 매각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현재까지도 돈독한 관계를 유지 중이다. 특히 조중명 크리스탈지노믹스 대표는 조경숙 대표와 함께 화일약품 각자 대표 체제를 구축하기도 했다. 나아가 조경숙 대표는 크리스탈지노믹스의 사내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화일약품의 팬젠 지분 투자 역시 이러한 관계가 구축돼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으로 풀이된다.

휴온스가 팬젠 동맹에 참여한 것도 두 회사와의 관계 때문이다. 앞서 이 회사는 2021년 팬젠 유상증자에 참여, 지난해까지 10% 지분을 보유하다가 올해 장내매수를 통해 10.37%까지 끌어올렸다. 팬젠이 연구개발중인 바이오의약품 파이프라인을 미래사업 포트폴리오로 확보하기 위해서다. 나아가 크리스탈지노믹스와 다양한 분야에서 사업적 협력을 검토하고 있으며, 오는 12일 개최될 화일약품 주주총회에는 윤성태 휴온스글로벌 회장의 장남인 윤인상 전략기획실장이 기타 비상무이사로 선임하는 안건도 상정돼 있다. 이에 따라 화일약품-크리스탈지노믹스-휴온스로 이뤄진 삼자간 동맹구조 역시 더욱 공고해질 것이란 게 업계의 시각이다.

이에 대해 화일약품 관계자는 "팬젠 지분 취득은 사업 시너지효과 극대화를 위한 단순투자"라면서 "경영참여 등을 위해 향후 추가 지분 취득 계획은 현재 없다"고 말했다.

한편 화일약품은 이번 팬젠 투자로 CMO 사업의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을 전망이다. 앞서 이 회사는 2019년 팬젠과 호중구감소증 치료제인 G-CSF제제에 대한 CMO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