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박성준 기자] 고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보유한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의 토지가 신영자‧신동주‧신동빈 등 자녀에게 상속된 뒤 최근 한 시행사에 매각된 것으로 확인됐다. 당초 이 부지에는 롯데쇼핑이 복합쇼핑몰을 개발할 계획이었지만, 이후 개발계획을 철회하고 결국 아파트가 들어서게 됐다.

23일 부동산업계에 따르면 롯데그룹 오너 일가가 보유했던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의 약 10만㎡ 규모의 토지가 엠제이파트너스에 넘어갔다. 엠제이파트너스는 시행사 자광의 특수관계자다. 이 회사는 이 부지에 대규모 아파트 단지를 개발할 계획이다.

자광과 롯데그룹의 관계는 이전부터 끈끈했다. 자광이 개발하는 사업에 롯데건설이 수시로 참여하면서다. 성복역 롯데캐슬 사업으로 양사는 인연을 맺었다. 이후 전주의 143층 마천루 타워복합개발사업에서는 롯데건설이 880억원의 연대보증까지 서며 자광의 부지 매입을 도왔다. 이 같은 신뢰 관계가 바탕이 돼 롯데 오너가의 토지 매각에 자광이 나선 것으로 추측된다.

매각한 부지의 위치는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 138-1번지 일원이다. 롯데인재개발원 오산캠퍼스 인근이다. 2014년 이 부지는 오산시와 롯데쇼핑이 협력해 오산펜타빌리지 조성사업을 펼칠 계획이었다. 롯데쇼핑이 3500억원을 투자해 문화체험과 쇼핑시설을 모두 담는 복합단지 개발사업이다.

하지만 지역 상인들의 반대와 더불어 롯데 오너 일가의 부동산 차익을 목적으로 벌이는 사업이라는 지적이 수면 위로 떠오르자 사업은 모두 백지화됐다.

이후 2020년 1월 신격호 롯데그룹 명예회장이 타계하자 토지는 자녀인 신영자(롯데복지재단 이사장), 신동주(일본 롯데홀딩스 부회장), 신동빈(롯데그룹 회장) 3남매에게 상속됐다. 상속된 토지의 면적은 신영자 4만700㎡, 신동주·신동빈 형제 3만1000㎡ 가량이다. 여기에 사실혼 관계이던 서미경 유원실업 고문의 딸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에게 증여한 땅을 합하면, 이번에 거래한 토지의 면적과 비슷하다.

신 명예회장은 생전인 2007년 서 고문과 그의 딸인 신유미 전 롯데호텔 고문에게 임야 2만7743㎡를 증여했다. 서 고문은 2017년 다시 자신의 지분을 모두 딸에게 넘겼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에 따르면 신 명예회장의 4남매인 이들은 올해 7월 29일 이 토지를 모두 매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매각한 토지는 총 72필지이며 면적은 10만3203㎡다. 용도는 모두 자연녹지지역이다. 거래 대금은 총 1928억원으로 집계됐다.

국토교통부 부동산 실거래가 공개시스템을 통해 4남매가 각자 매각한 토지의 금액을 각각 추정하면 신영자는 780억원, 신동주‧신동빈 형제는 670억원, 신유미는 480억원 가량이다.

부동산 업계 관계자는 "경기도 오산시 부산동은 롯데물류센터와 인재개발원이 위치하며 롯데그룹이 개발사업을 염두에 두고 예전부터 꾸준히 투자해 온 곳"이라며 "복합쇼핑몰 개발 계획이 무산된 후 최근에는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올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