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보람 기자] 한진칼이 벌어들인 순이익의 절반을 주주와 나누겠단 약속을 이행할까. 시장에선 자력으론 힘들고 '경우의 수'에 따라 배당 여부가 결정될 것으로 보고 있다. 자체 현금흐름은 정상화될 기미를 보이지 않는 가운데 자회사 대한항공에서 인식할 이익 규모 등에 따라 배당가능이익이 발생할 수 있는 까닭이다.

한진칼은 한진그룹 오너일가인 조원태 회장과 강성부 펀드가 경영권 분쟁을 치르던 2018년 결산배당부터 배당성향을 50% 내외로 맞추겠다고 주주들에 공언했다. 2018년 말 기준 강성부 펀드 산하 그레이스홀딩스가 지분 12.68%를 확보, 경영권을 위협한 데 따라 주주 결속을 이끌어내기 위함이었다. 특히 이듬해에는 조원태 회장 측(32.45%)과 강성부 펀드 측(31.98%) 간 지분 격차가 거의 나지 않았던 터라 주주들을 달랠 필요가 어느 때보다도 크기도 했다.

한진칼은 첫 2년간은 공언에 걸맞는 배당을 실시했다. 2018년에는 기업의 실질적인 배당가능이익을 보여주는 잉여현금흐름이 마이너스(- )253억원을 기록했음에도 309억원의 개별순이익이 났단 이유로 179억원을 배당했다. 이듬해 또한 순이익 가운데 152억원을 배당하는 등 2년간 각각 58%, 49.7%의 배당성향을 기록했다. 

하지만 한진칼은 2020년부터는 2년 연속 배당에 나서지 않고 있다. 강성부 펀드-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반도건설로 이뤄진 '3자연합'이 와해된 데다 한진칼 역시 2020년과 지난해 각각 34억원, 811억원의 순손실을 낸 여파였다.

현 상황만 보면 올해도 한진칼이 배당을 재개할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게 시장의 시각이다. 이 회사가 배당가능이익을 내지 못하고 있어서다. 올 3분기 누적기준 4246억원에 달하는 순이익을 냈는데 이는 지난 6월 보유 중이던 진에어 주식을 대한항공에 매도하면서 얻은 일회성 매각이익(4936억원)이 발생한 데 따른 것이다. 

한진칼은 앞서서도 일회성 요인을 제외한 순이익의 50%를 배당키로 밝힌 만큼 매각이익을 배당 재원으로 쓸 계획은 없는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이 기간 한진칼의 FCF는 -914억원에 달한 터라 배당 시 보유현금의 추가 출혈도 감내해야 한다

이제 남은 한진칼의 배당가능 시나리오에는 자회사 대한항공으로부터 얻을 '이중 이익'이 얼마만큼 발생할지가 거론되고 있다.

우선 시장의 관심사는 한진칼이 연말 대한항공 보유 지분에 대한 지분법이익 발생규모가 중요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은 연결기준 올 3분기 누적기간 1조3546억원의 순이익을 냈다. 이는 전년 동기대비 711.1% 급증한 것으로 4분기까지 실적호조세를 이어갈 경우 한진칼은 지금까지 발생한 손실을 모두 메울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은 대한항공이 2018년 이후 중단한 배당을 재개할 지 여부도 한진칼의 배당에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고 있다. 대한항공이 호실적을 바탕으로 배당에 나설 시 모회사인 한진칼의 배당여력도 강화된다는 이유에서다.

이에 대해 한진칼 관계자는 "당사는 매각이익 등 일회성이익을 제외한 순이익을 냈을 때 배당에 나서기로 했다"며 "연말 반영될 대한항공 지분법이익 등으로 순이익이 발생할 시 배당이 가능할 순 있으나 항공산업에 여러 변수가 있는 만큼 (재개)여부를 판단하기는 시기상조"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