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최재민 기자] 홍석조 BGF그룹 회장이 장남 홍정국 BGF 대표와 차남 홍정혁 신사업개발실장에게 회사 지분을 대거 매각했다. 재계는 이번 지분 거래가 홍 실장의 사장 승진 직후 이뤄진 만큼 홍 회장이 2세 경영체제를 본격화하기 위한 초석을 마련한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BGF는 홍석조 회장이 29일 시간외매매(블록딜)를 통해 아들인 홍정국 대표와 홍정혁 실장에게 회사 지분을 각각 1002만5095주씩 매각했다고 30일 공시했다. 취득 및 처분단가는 주당 3690원으로, 홍 회장이 두 아들에게 매각한 BGF 지분 총 가치는 740억원에 달한다. 

이로써 홍 회장의 BGF 지분율은 종전 53.34%에서 32.4%로 20.94%포인트 떨어진 반면 홍 대표는 20.76%, 홍 실장은 10.5%로 각각 10.47%포인트씩 상승했다.

재계는 이번 홍 회장과 두 아들의 지분 거래를 기점으로 BGF그룹의 2세경영 체제가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 중이다. 이달 차남인 홍 실장이 부사장에서 사장으로 승진한 직후 지분 거래가 이뤄진 만큼 홍 회장이 경영승계 초석을 마련한 것 아니냐는 시각이다. 

나아가 홍 회장이 속도감 있게 경영권 이양에 나선 배경에 대해선 두 아들 모두 담당하는 사업에서 가시적 성과를 내고 있기 때문으로 해석 중이다. 실제 장남 홍정혁 대표가 이끌고 있는 BGF리테일의 경우 올 3분기까지 5조6665억원의 매출을 올려 전년 같은 기간 대비 12.5% 늘었고, 영업이익도 2001억원으로 33.6%나 증가했다. 차남 홍정혁 실장이 맡고 있는 BGF 소재사업(코프라 포함) 역시 올 3분기 동안 2070억원의 매출을 올려 작년 한 해 기록(192억원)보다도 978.1% 늘었다.

일각에서는 BGF의 최근 주가가 하락세를 보이고 있기에 홍 회장이 지분 매각에 나선 것으로 관측 중이다. 29일 종가 기준 BGF의 주가는 주당 3690원으로 전년 같은 시점(4910원) 대비 25.9% 하락했다. 이 덕분에 홍 대표와 홍 실장이 지분을 매입하는 데 필요한 자금 역시 1년 전 대비 240억원 이상(984억원→740억원) 줄었다. 

재계 한 관계자는 "최근 임원인사에서 홍정혁 실장이 사장으로 승진함과 동시에 지분 거래가 이뤄진 만큼 홍석조 회장이 경영 승계를 본격화하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으로 보인다"며 "두 아들이 맡고 있는 사업부 성적도 호조를 보이고 있는 데다 최근 시장 침체로 BGF 주가도 하락세를 걷고 있는 만큼 빠른 시점에 지분 매각을 추진할 만한 배경도 충분했다"고 설명했다. 

그는 또 "홍석조 회장이 여전히 최대주주 자리에 있긴 하지만 두 아들에게 동일한 수의 주식을 쥐어준 만큼 장남 홍정국 대표가 편의점 부문을, 차남 홍정혁 실장이 신사업 부문을 맡는 승계구도가 굳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BGF 관계자는 "홍정국 대표와 홍정혁 실장이 회사의 주축 임원이 된 만큼 책임경영을 강화하는 차원에서 지분 거래가 이뤄졌던 것"이라며 "이외 구체적인 배경 등은 설명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