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민승기 기자] 메디톡스와 대웅제약간의 '균주출처'를 둘러싼 국내 법적공방이 마무리 수순에 접어들었다. 미국 국제무역위원회(ITC)가 메디톡스의 손을 들어준 상황에서 국내 재판부가 어떤 판단을 내리게 될지 업계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방법원 제61민사부는 메디톡스가 대웅제약을 상대로 제기한'영업비밀 침해금지 등 청구소송'에 대한 선고기일을 오는 12월16일로 확정했다. 이는 메디톡스가 2017년 10월 균주 소송을 제기한 이후 5년 여만이다.

해당 소송의 사건기록을 살펴보면 양사가 얼마나 치열한 공방을 벌여왔는지 짐작할 수 있다. 국내 재판부는 균주 포자감정부터 ITC 판결문, 이에 대한 국내외 전문가들의 심문까지 다양한 각도로 접근했다. 국내 재판에서의 첫 쟁점은 포자감정이였다. 포자는 미생물이 번식을 하기 위해 내뿜는 물질을 말한다.

과거 메디톡스는 "자사의 균주는 국내 토양에서 자연적으로 추출한 것이 아니기 때문에 포자가 형성 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이에 대웅제약은 자사의 포자 형성 자료를 내놓으며 '서로 다른 균주'라는 입장을 내놓았다. 이후 메디톡스 균주에서도 포자가 형성돼 논란이 일단락 되는 듯 했다.

하지만 지난해 말 두 번째 포자감정 자료가 재판부에 제출되며 또 쟁점으로 떠올랐다. 두 번째 포자감정이 진행된 구체적인 배경은 알려지지 않았으나 업계는 '양사 균주를 동일한 조건, 실험방법으로 진행해 결과에 대한 신뢰도를 높이려는 의도'로 해석했다.

ITC 결과에 대해서도 양사간 입장이 첨예하게 갈렸을 것으로 보인다. ITC사건에서 대웅제약 변호를 맡고 있는 법무법인 코브레&김은 2020년 6월 재판부에 문서제출서(비밀유지명령대상)를 냈다. 메디톡스 담당 법무법인 클리어리가틀립스틴앤해밀턴 역시 같은달 또 다른 문서제출서(비밀유지명령대상)를 제출했다. 

양사의 ITC 담당 법무법인들이 '비밀유지명령대상' 형태로 문서를 제출할만한 것은 '균주 염기서열 분석결과'밖에 없다는 것이 업계의 설명이다. 앞서 ITC는 염기서열 분석 결과를 토대로 메디톡스 손을 들어 준 바 있다. 

이에 따라 대웅제약은 국내 재판에서 '유전자 분석법에 오류가 있음'을 강조하는 전략을 택했다. 실제로 사건기록을 보면 올해 8월부터 수차례에 걸쳐 '분석 오류 일반론', 'SNP 분석 오류', '계통분석 오류' 등의 내용이 담긴 준비서면을 제출한 것으로 기록돼 있다. 이는 대웅제약 측이 ITC 재판 과정에서도 수 차례 강조한 바 있다. 이밖에도 검찰이 균주 도용에 대한 형사고발 조사에서 대웅제약 '무혐의' 결론을 내린 것도 변수가 될 수 있다. 

익명을 요구한 유전자 분석 업체 관계자는 "균주가 같은지 다른지를 알려면 전체 염기서열 분석을 진행하는 것이 가장 정확하다"면서도 "다만 ITC가 균주도용이라고 판단한 유전자 분석방법(SNP)에 대해선 양사간의 입장이 여전히 다른 것 같다"고 설명했다. 그는 "재판부가 어떤 결론을 내릴지는 모르지만 국내 첫 균주출처 소송 판결이라는 점에서 관련 업계에서도 초미의 관심사"라고 덧붙였다.

한편 메디톡스가 청구한 원고소가(원고가 재판을 이겨 얻고자 하는 금액)가 기존 11억원에서 501억원으로 늘어났다. 이는 일부 청구 금액이며, 향후 변경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