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건우 기자] 코스닥상장 기업들에 대한 투자가 위축되고 있다. 최근 유상증자, 전환사채(CB), 주식양수도계약 등의 투자 결정이 철회되는 사례가 다수 등장하고 있다. 금리인상기 기업 자금조달 환경이 악화되고 있는 것을 고려하더라도 이미 공시된 의사결정마저 뒤집을 정도로 시장의 투자심리가 악화됐다는 분석이 나온다.

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영화투자 및 배급사업 회사 쇼박스는 전일 1316억원 규모의 제3자배정 유상증자 철회 사실을 공시했다. 투자자인 마움스튜디오(Maum Studio Inc)가 증자대금을 미납하며 이행여부 확인요구에 회신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사실상 재무적투자자(FI)의 투자 철회로 인한 유상증자 무산이다.

쇼박스는 1999년 미디어플렉스로 설립돼 ▲태극기 휘날리며 ▲괴물 ▲도둑들 등 굵직한 작품을 제작하며 이름을 알렸다. 2015년 쇼박스로 사명을 변경했으며, 2020년 첫 드라마 작품인 '이태원 클라쓰'를 방영하며 드라마 제작사로서도 순조로운 시작을 끊었다.

글로벌 미디어 콘텐츠 사업자로서 위상을 확대해나가던 쇼박스도 이번 투자유치 무산으로 향후 운영에 상당한 차질을 빚게 됐다. 예정 자금조달 규모가 막대했던 만큼 미리 편성한 예산 계획을 대대적으로 수정해야할 것으로 보인다.

의류 및 화장품 사업을 영위하는 에프앤리퍼블릭도 지난달 30일 자금조달이 무산되는 아픔을 겪었다. 작년 12월부터 납입을 고대하던 150억원 규모의 CB발행이 수차례 연기되다가 최종적으로 철회된 것이다. FI인 위드보에셋은 CB투자와 동시에 추진하던 1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 참여도 이달 19일에서 내달 30일로 연기하며 최종 판단을 유보했다.

미디어 콘텐츠 투자배급사인 스튜디오산타클로스는 지난달 16일 최대주주 변경을 수반하는 주식양수도 계약의 해제를 공시했다. 기존 최대주주인 에스엘바이오닉스의 보유주식 203만6117주(19.82%)를 FI인 초록뱀신기술조합6호와 버킷스튜디오가 각각 312억원, 103억원씩 총 415억원에 양수하는 계약이었다. 주식에 더해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는 투자였지만, FI들의 최종 판단이 철회로 돌아서며 무산됐다.

투자철회 의사를 밝힌 FI의 한 관계자는 "개별 기업이 처한 특수한 상황, 재무상황이나 성장동력의 둔화 등이 투자 철회를 설명하는 이유가 될 수는 있다"면서도 "보다 근본적으로는 증시 악화 등 시장의 상황이 너무 좋지 않아 자본투자의 핵심 근거인 주가 전망에 대해 많은 투자자들이 부정적인 인식을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시장의 투자심리 악화가 내년까지 증시 전망을 상당히 반영한 것으로 보고 있다. CB의 전환권 청구나 유상증자 납입 주식 등의 의무보유 기간 등을 고려할 때 차익실현 시점이 되는 내년까지도 투자대상 기업의 주가가 뚜렷한 반등을 보이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는 얘기다.

금융투자업계 한 관계자는 "금리가 지속 상승하면서 주식 투자의 기회비용에 해당하는 채권 등 이자수익이 점점 오르고 있다"며 "회사채 발행으로 자금조달이 가능한 유가증권 시장 기업과 달리 코스닥 기업들은 자금조달 측면에서 금리인상과 증시 침체의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