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호연 기자] 신세계건설이 올해 상반기 수익성 악화로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신세계그룹 내 의존도를 줄이기 위해 그룹 계열사와 내부거래 비중을 축소하고 주택 관련 사업을 확대한 것이 건설경기 침체로 역풍을 맞은 것이다.

신세계건설의 올해 상반기 별도 기준 매출액은 6495억원으로 전년동기(6156억원) 대비 5.5% 증가했다. 반면 영업이익은 249억원에서 71억원으로 71.39%, 당기순이익은 188억원에서 82억원으로 56.22% 각각 줄었다.

회사의 상반기 수익성이 급격히 나빠진 것은 철근과 콘크리트 등 원자재 가격이 상승했기 때문이다. 매출원가가 지난해 상반기 5490억원에서 올해 6027억원으로 불어나며 원가율 역시 89.2%에서 92.8%로 3.6% 포인트 상승했다. 판관비가 418억원에서 396억원으로 오히려 감소했음을 감안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미청구공사액이 늘면서 현금흐름도 악화했다. 신세계건설의 상반기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지난해 1214억원에서 올해 306억원으로 74.8% 급감했다. 미청구공사액이 지난해 상반기 158억원에서 266억원으로 늘어나는 등 영업활동을 통해 확보한 현금이 눈에 띄게 줄어든 것이다.

신세계건설의 실적과 재무건전성 악화는 대구 등 지방 사업장의 미분양이 주된 원인으로 분석된다. 신세계건설이 대구에 추진 중인 사업은 8건으로 전체(41건)의 20%에 육박한다.

이 중 대구 빌리브스카이 신축사업은 지난해 상반기에는 인식하지 않았던 미청구공사 16억원이 새로 발생했다. 공사미수금도 78억원에서 141억원으로 급증했다. 이 사업장이 공정률 88.92%를 기록해 준공을 앞두고 있음을 감안하면 공사대금 회수에 난항이 예상되는 상황이다. 

이외에도 ▲대구 본동 빌리브 클라쎄(미수금 48억원) ▲칠성동 빌리브 루센트(미청구 9억원·미수금 48억원) ▲본동3 빌리브 라디체(미청구 23억원·미수금 41억원) ▲삼덕동 빌리브 프리미어(미수금 46억원)에서 미청구공사와 공사미수금이 발생했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대구는 현재까지 미분양이 압도적으로 많은 지역으로 꼽히는데 하필 신세계건설이 추진 중인 주요 사업이 대구에 몰려 있다"며 "미분양이 계속 확대된다면 신세계건설의 수익성은 더욱 악화할 것"이라고 말했다.

신세계건설이 수익성 내리막을 걷는 또 다른 원인은 신세계그룹과 내부거래 축소라는 분석이 나온다. 회사의 연간 매출액 중 내부거래로 발생한 매출액 비중은 2018년 63.5%를 시작으로 꾸준히 감소했다. 2019년 57.3%, 2020년 56%, 지난해 44.3%로 점차 감소했다. 올해 상반기엔 전체 매출액(6495억원) 중 1396억원으로 21.5%를 기록했다.

신세계건설은 내부거래를 줄인 대신, 2017년 자체 브랜드 '빌리브'를 출범했고 당시 발주 물량이 많았던 대구 등 지방 사업장에서 수주 물량을 늘리기 시작했다. 적극적인 수주활동으로 회사의 주택사업 비중은 2019년 17.6%(1784억원)에서 2020년 29.5%(2820억원), 지난해 34.2%(4299억원), 올해 상반기 37.9%(2641억원)로 증가했다. 이 같은 주택사업 확대는 초기에는 수익성 확대로 이어졌지만 올해 상반기부터 부동산 시장이 침체기에 접어들면서 신세계건설의 수익성과 재무건전성 악화로 연결됐다.

건설업계 관계자는 "계열사 간 내부거래는 그룹 내 일감 몰아주기, 사익편취 등 문제가 있지만 안정적인 수익 확보가 가능한 사업"이라며 "신세계건설은 공정위의 지적을 의식해 수익성 높은 주택사업을 확대했지만 최근 부동산 경기가 침체하면서 실적이 악화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