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배 기자] 효성티앤씨가 국내 최초로 나일론을 수소 연료탱크 소재로 활용하는데 성공했다. 합성섬유 신화를 이뤄내며 의류 역사를 바꾼 나일론이 수소 에너지 산업 핵심 소재로 진화한 것이다.

효성티앤씨는 7일 독자기술로 수소차 연료탱크의 라이너 소재용 나일론을 개발 및 활용하는 데 성공했다고 밝혔다. 라이너는 연료 탱크 내부 용기로 수소를 저장하고 누출을 방지하는데 필요한 핵심 부품이다.

효성티앤씨가 개발한 나일론 라이너 소재는 기존 금속 소재 대비 70%, 폴리에틸렌(HDPE) 소재 대비 50% 가볍고, 수소 가스 누출을 막는 가스차단성도 기존 금속 소재 대비 30%, HDPE 소재 대비 50% 이상 높다.

기존 금속 소재 라이너는 무겁고 수소에 장기간 노출 시 파손 위험이 높아진다. 반면 나일론 소재 라이너는 수소 흡수력과 통기력이 낮아 파손 위험이 없다. 또한 수소용기 라이너는 수소의 잦은 충전과 방전에 따른 급격한 온도차를 견딜 수 있어야 하는데, 나일론 소재의 라이너는 영하 40도에서 영상 85도까지 견디는 등 온도차에 따른 내충격성도 뛰어나다.

이번 개발 성공으로 그동안 해외 업체들이 독점해 온 나일론 소재 라이너 시장에 국내 기업으로는 처음으로 효성티앤씨가 진입하게 됐다.

수소시장 전문조사기관인 H2리서치에 따르면, 2025년부터 유럽 주요 도심지역의 내연기관트럭 운행이 제한되는 등 글로벌 수소차 시장이 본격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2030년에는 연간 수소차 생산대수가 105만대까지 확대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에 나일론 소재 라이너 시장 수입 대체 효과도 2030년 연간 약 27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수소전기차를 포함해 드론, 트램, 선박, 도심항공모빌리티(UAM) 등 다양한 수소 모빌리티 시장이 확대됨에 따라 수소용기용 라이너 소재로 나일론도 더욱 각광받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번 나일론 소재의 라이너는 효성의 수소 밸류체인 완성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

효성은 ▲국내 1위 수소충전소 공급력 ▲액화수소 플랜트 건립과 액화수소 충전소 구축 ▲수소차용 연료탱크에 필수 소재인 탄소섬유 생산 등으로 밸류체인을 구축해 왔다.

효성은 "이번 개발 성공은 효성이 수소 생산과 유통뿐만 아니라, 저장과 활용 분야에서도 글로벌 시장을 견인할 수 있는 기술력을 확보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고 설명했다.

나일론을 적용한 수소용기는 지난 6월 수소용기 국제 품질 규격(UN/ECE R134) 시험을 통과해 라이너 소재로서 기능과 품질, 기술적 완성도를 갖추게 됐다. 이에 수소연료탱크 제조업체 및 완성차 업체와 협력해 상용 테스트도 진행할 계획이다.

이와 함께 앞으로 영하 60도에서 영상 90도까지 내온 및 내충격성 범위를 넓혀 상용 트럭의 튜브트레일러부터 남극과 적도 등 전세계 바다를 항해하는 압축천연가스(CNG) 및 수소 선박에 이르기까지 라이너 소재로 나일론 적용을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조현준 효성 회장은 "이번 나일론 라이너 소재 개발은 사양산업에서도 기술력을 갖추면 첨단 산업의 핵심 소재로 탈바꿈하는 혁신이 일어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준 것"이라며 "효성이 오랫동안 쌓아온 첨단 소재와 섬유 기술력으로 미래 친환경 에너지 산업 발전에도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