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SK하이닉스가 미국에 메모리 반도체 후공정(패키징) 제조 시설과 연구개발(R&D)센터를 짓기 위해 150억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한다. 전체 매출 중 2%에 불과한 자체 패키징 비율을 확대하고 향후 첨단 패키징 분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서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SK하이닉스의 지난해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패키징 공장인 중국 충칭 법인의 매출은 9717억원이다. 이는 지난해 SK하이닉스의 전체 매출 42조9977억원 중 2.25%가량이다. 즉 SK하이닉스의 자체 패키징 공정을 거치는 제품의 매출 비중은 2.25%인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생산한 낸드플래시의 40% 가량을 충칭 공정에서 패키징하고 있다.

반도체 공정은 크게 웨이퍼 공정인 전공정과 패키징·테스트 작업을 하는 후공정으로 나뉜다. 여기서 패키징은 회로가 새겨진 반도체 웨이퍼에 전자기기가 서로 신호를 주고받을 수 있는 형태로 반도체 칩을 포장하는 기술이다. 패키징을 통해 반도체 성능과 생산 효율성, 발열 등을 개선할 수 있다.

SK하이닉스의 자체 패키징 비율이 낮은 이유는 선단공정에 집중하고 후공정은 외주를 주는 방식을 택해왔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해 인텔 낸드플래시 사업부 1단계 인수작업을 마친 후 미국에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자회사인 '솔리다임'을 설립했고, 실리콘벨리에 인공지능(AI), 낸드 솔루션 등 차세대 반도체와 관련한 대규모 R&D센터 설립을 추진 중이다.

반면 후공정은 지난해 11월 하나마이크론과 D램, 낸드 메모리 패키징, 테스트를 위한 1조원 규모의 위탁 계약을 맺는 등 외주에 의존하고 있다.

하지만 최근 들어 차세대 패키징 기술에 대한 중요성이 커지면서 SK하이닉스도 후공정 투자를 결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SK는 지난달 미국에 반도체 연구개발(R&D) 센터와 메모리 반도체 첨단 패키징 제조 시설을 설립하기 위해 150억달러(약 20조원)을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반도체 공정의 초미세화가 한계에 다다르고 있는 상황에서 다양한 기능의 칩을 효율적으로 패키징하고 적층해 성능 개선을 이루려는 것이다. 이미 전세계 반도체 시장에서는 3D 적층기술, 하이브리드 본딩 등 첨단 패키징 기술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업계에서는 후공정의 개선만으로 반도체 칩의 성능이 대폭 향상된다고 평가한다.

이미 주요 반도체 기업들은 후공정 분야에 대한 투자를 대폭 확대하고 있다. 미국 인텔은 올해 첨단 패키징 설비 투자에 47억 달러를, 대만 TSMC는 40억 달러를 투입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도 미국 투자 등을 통해 단기적으로는 자체 패키징 제조 시설을 확대해 제품에 최적화된 패키징 공정을 도입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한 추후에는 첨단 패키징 기술 확보를 통해 후공정 분야로 사업 다각화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SK하이닉스는 현재 차세대 패키징 기술인 TSV(Through Silicon Via) 기술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집중하고 있다.

특히 미국은 대만, 중국에 이어 후공정 분야 점유율 3위 국가로 패키징 분야에서 한국보다 훨씬 앞서 있다. 이에 따라 SK하이닉스는 미국에 제조시설과 R&D센터를 마련해 현지 업체, 인력과 다양한 기술 개발을 협력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SK하이닉스 관계자는 "미국은 패키징 분야 선도 업체들과 다양한 고부가가치 패키징에 대해 논의하고 협력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