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동원 기자] 2차전지 분리막 제조업체 더블유씨피(WCP)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하고 공모일정에 돌입한다. 이익 미실현(테슬라 요건) 특례상장 방식을 활용, 보수적으로 변한 시장 눈높이를 맞추기 위해 목표 기업가치를 낮췄다. 환매청구권(풋백옵션) 등 투자심리를 유인할 요소가 배치된 점에서 기업공개(IPO) 흥행 여부에 관심이 집중된다.

7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더블유씨피는 다음달 1~2일 이틀간 기관 수요예측을 진행한다. 총 공모주식수는 900만주(신주 734만344주, 구주 165만9656주)로 공모가 희망밴드는 8만~10만원이다.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2조7207억~3조4010억원으로 일반 공모청약은 같은달 8~9일 진행한다. KB증권·신한금융투자가 공동 대표 주관사를 맡았다.

WCP는 지난 2016년 설립된 2차전지 분리막 개발사다. 지난해 말 기준 세계 2차전지 분리막 시장 점유율 4위(7.0%)다. 삼성SDI·LG에너지솔루션 등 고객사를 보유하고 있다. 이들과 거래를 시작한 지난 2019년 이후 급격한 매출 성장세를 거두고 있다. 지난해 매출은 1854억원, 영업이익은 408억원으로 전년 대비 각각 65%, 316% 증가했다.

WCP는 테슬라 특례상장 요건을 통해 증시 입성에 도전한다. 테슬라 요건은 적자를 기록하는 기업이라도 생산기반 확충 등을 위한 투자를 지속한다면, 상장자격을 부여하는 제도다. WCP는 예심을 청구한 지난해 순손실 99억원을 기록하며 해당 자격 요건을 충족했다. 공모자금 5762억원 역시 전부 시설투자에 사용할 예정이다.

구체적으로는 올해부터 2023년까지 1400억원을 들여 충주공장 내 생산·코팅 2개라인을 증설한다. 2024년까지 회사 자체현금을 포함, 7300억원을 들여 유럽 내 생산 8개라인, 코팅 16개라인 규모 공장을 신설하고 하반기부터 유럽 지역 내 고객에게 제품 공급을 시작한다는 전략이다.

풋백옵션이 부여된 점도 눈길을 끈다. 풋백옵션은 상장 후 기업 주가가 공모가의 90% 이하로 떨어지면 투자자가 보유한 공모주를 주관사에 되팔 수 있는 권리다. 테슬라 요건을 활용하는 기업들은 이를 의무적으로 제시해야 한다. 투자손실 위험이 줄어드는 만큼 투자자가 모일 수 있다는 분석이다.

WCP는 상장예비심사(예심) 청구서에서 제시한 몸값보다 목표 기업가치를 낮추며 IPO 성공 의지를 드러냈다. 예심에서 제시한 공모가 희망밴드는 8만3000~11만8000원,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3~4조원이었다. IPO 시장 위축이 이어지는 데다 대형 공모주 투자 기피 현상이 유지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해석된다.

기업가치 평가법으로는 EV/EBITDA(에비타멀티플)를 활용했다. 에비타멀티플은 기업가치[EV. 시가총액+순차입금(차입금-현금·단기금융자산)]를 상각전영업이익(EBITDA, 영업이익+감가상각비)로 나눈 배수다. 설비투자 등 상각비가 높은 기업의 현금창출력을 강조할 때 사용한다. 해당 배수가 높을수록 높은 실적 성장세를 유지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비교기업은 SKIET·에코프로비엠·포스코케미칼·천보·엘앤에프·코스모신소재·창신신소재(중국 법인명 Yunnan Energy New Material)·성원소재(중국 법인명 Shenzhen Senior Technology Material) 등 총 8곳이다. 이들의 올해 1분기 평균 에비타멀티플 45.85배를 적용, 주당 평가가액 14만3739원을 도출했다. 여기에 할인율 30.4~44.3%를 반영, 공모가 희망밴드를 제시했다. 할인율은 테슬라 요건으로 증시 입성에 성공한 기업들의 평균 할인율(22.4~37.1%)보다 폭을 넓혔다.

최원근 더블유씨피 대표이사는 "코스닥 상장을 통해 기술력과 생산능력(CAPA)을 더욱 강화하고 글로벌 시장 진출을 더욱 가속화할 것"이라며 "2차전지 분리막 개발·생산 경쟁력을 바탕으로 미래 친환경 자동차 산업을 선도하는 기업으로 도약해 나가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