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새미 기자] 피에이치씨(PHC, 구 필로시스헬스케어)가 진단키트 생산공장 부지를 갑작스레 매각한 배경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단 회사 측은 공장을 건립할 필요성이 사라져 매각하게 됐단 입장이다. 아울러 성장 동력 확보를 위해 해당 자금을 타법인 인수·합병(M&A) 혹은 지분 투자 등에 사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1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PHC는 강원도 원주시 지정면의 토지와 건물을 110억원에 양도하기로 결정했다. 거래 상대방은 액상시유·기타 낙농제품 제조업체인 서울에프엔비로, 오는 8월 22일 양도할 계획이다.

PHC는 당초 이달까지 코로나19 진단키트 생산 공장을 완공할 계획이었으나 1년 여간 공장 건립이 지연되자 이 같은 결정을 내리게 됐다. 코로나19 확산세가 수그러들면서 대규모 자금을 들여 생산공장을 지을 필요성이 줄어들었기 때문이다.

생산공장 신설을 철회한 데에는 실적 악화에 따른 부담도 작용했을 것으로 보인다. 만성적인 적자에 시달리던 PHC는 코로나19 확산으로 2020년 2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흑자전환에 성공했지만 지난해 다시 195억원의 손실을 내며 적자전환 됐다. 올 1분기에 이미 83억원의 영업손실이 발생한 터라 작년보다 적자폭이 더욱 커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410억원의 자금을 공장 신설에 투입하는 게 바람직하지 않다고 판단했다는 것이 PHC 측의 설명이다. 회사 관계자는 "국내외 변수로 공장 설립 비용이 최초 계획보다 많이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경기 둔화 등 불확실성이 늘어가는 상황에서 대규모 자금을 투입하는 것이 바람직한지 고민이 있었다"고 전했다.

PHC는 공장 건립을 위해 지난해 주주배정 유상증자(유증)로 502억원의 자금을 모았다. 당시 회사는 ▲토지구입에 110억원 ▲공장 신설에 240억원 ▲기계장치 구입·설치에 60억원 등 총 410억원을 시설 자금으로 투입해 독자 생산시설을 구축, 늘어나는 코로나19 진단키트 등의 수요를 신속하게 대응해 실적을 개선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공장 건립에 나서지 않았음에도 올해 3월말 기준 남은 유증 금액은 143억원에 불과하다. 운영자금을 당초 계획(82억원)보다 3배 이상 많은 256억원이나 지출한 까닭이다. 앞선 회사 관계자는 "상품대금 증가 등의 영향으로 예상보다 운영자금이 늘었다"며 "토지 구입에 사용했던 110억원이나 납입되면 유동성이 다소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PHC는 생산공장 신설 철회로 생긴 자금을 바탕으로 관련 제품 연구개발(R&D)이나 생산이 가능한 법인을 인수·합병(M&A)하거나 지분 투자하는 등 다양한 방법에 대해 검토 중이다.

PHC 관계자는 "유통뿐만 아니라 R&D와 제품생산 역량을 강화해 회사의 규모와 내실을 성장시키고자 하는 계획은 현재에도 변함이 없다"며 "현재 회사는 관련 제품 R&D 및 생산이 가능한 법인 인수, 지분 투자 등 다양한 방법을 고민 중"이라고 말했다. 이어 "매매거래 정지 해제가 빠르게 될 수 있도록 최선의 노력을 다해 최악의 상황이 발생되지 않도록 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