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2300억원 규모의 사회복지공동모금회(이하 사공모)의 재원을 운용할 위탁사에 NH투자증권이 선정됐다. 운용업계 양대산맥인 삼성자산운용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은 사공모의 첫 OCIO(외부위탁운용관리)로 선정되기 위해 도전장을 내밀었지만 고배를 마셨다. '사랑의열매' 브랜드로 유명한 사공모는 사회복지공동모금회법에 따라 설립된 민간복지기관이다.

25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24일 이뤄진 '사회복지공동모금회 공동모금재원 OCIO 위탁선정' 개찰에서 NH투자증권이 1위를 거머쥐었다. 기술점수와 가격점수를 합산해 이뤄지는 기술평가에서 NH투자증권은 총 93.9를 획득하며 경쟁사 4곳(삼성자산운용‧미래에셋자산운용‧KB증권‧삼성증권)을 따돌렸다.

NH투자증권은 기금관리 능력, 조직·시스템 등을 평가하는 기술점수에서 84.4점을, 운용보수율을 제시하는 가격점수에서 9.5점을 얻었다. 최종 낙찰자로 선정된 NH투자증권은 다음달 1일부터 2024년 5월31일까지 사공모의 지난해 운용재원인 2300억원을 도맡아 운용한다.

도합 93.7점을 기록한 삼성운용은 0.2점 차이로 2위에 그쳤다. 가격점수(9.5점)는 NH투자증권과 동률을 이뤘으나 기술점수에서 84.2점을 획득하며 사공모의 1호 OCIO가 될 기회를 놓쳤다.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88.3점) ▲KB증권(87.5점) ▲삼성증권(84.9점) 순을 보였다.

이번 입찰은 사공모가 처음으로 OCIO 선정에 나섰다는 점에서 운용, 증권 등 금융투자기관 사이에서 적잖은 관심을 불러모았다. 비록 추정가격은 1억1500만원(2300억원 X 5bp) 수준으로 높지 않은 편이지만 트랙레코드를 쌓을 수 있는 기회이기 때문이다. 실제 지난 4월 사공모의 제안요청서(RFP)가 발송된 후 메이저 운용사 2곳(삼성‧미래)과 증권사 6곳(NH‧KB‧삼성‧미래‧하나‧한투)이 입찰에 참여했다. 하지만 이 가운데 미래에셋증권, 하나금융투자, 한국투자증권은 1차 관문인 자격심사를 통과하지 못했다. '기술평가' 이전 단계에 해당하는 '자격심사'에서는 재무안정성 및 투명성, 운용자산 등 정량적 요소를 평가한다.

이외에도 입찰을 희망하는 업체가 여럿 있었지만 기본 자격을 갖추지 못해 불발에 그쳤다. 사공모는 CIO를 아웃소싱해 줄 업체 선정에 나서면서 이례적으로 증권사와 운용사에 신용등급 제출을 요구했다. 운용업계의 한 관계자는 "운용사 중 극히 일부만 갖추고 있는 신용등급을 증명할 자료를 꼭 첨부해야 한다는 (사공모 측의) 답변을 듣고 응찰을 포기했다"고 말했다.

한편 사공모가 OCIO 선정에 나선건 운용재원 규모가 증가한 것과 연관이 깊은 것으로 풀이된다. 2019년 1500억원 규모이던 사공모의 운용재원은 2020년에 2000억원으로 늘었고, 지난해에는 2300억원을 기록했다. 2300억원의 재원은 원금보장형 자산에 투자될 전망이다. 구체적으로 MMDA(수시입출금식예금), RP(양도성예금증서), 국내외 국공채 등 확정금리형과 MMF(머니마켓펀드), CMA(종합자산관리계좌) 등 실적배당형에 투자가 이뤄진다. 이는 사공모가 원금이 보장되지 않는 주식형 상품과 파생연계, 파생상품 투자를 제한하고 있는 까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