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빈 기자] 삼성전자 고위 임원진들의 자사주 매입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 연말 8만원대까지 오른 주가가 6만원대로 떨어지는 등 올 들어 약세를 거듭하자 시장에 책임 경영 메시지를 던져 주가를 부양시키려는 의도로 풀이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임원들의 자사주 매입에도 주가반등 모멘텀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3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를 보면 올해 들어 삼성전자 고위 임원진 중 자사주를 매입한 이들은 26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들이 사들인 삼성전자 주식은 총 8만3161주로 약 56억8200만원 어치다.

올해 가장 먼저 삼성전자 주식을 매입한 건 권영재 상무다. 권 상무는 지난 1월 4일 자사 주식 209주를 7만8700원에 장내 매수했다. 총 매입가격은 1644만8300원으로 임원진 중 가장 비싼 가격에 자사주를 매입했다.

3월에는 한종희 부회장과 노태문 사장(MX사업부장), 박학규 사장(DX부문 경영지원실장)이 연달아 자사주를 매입했다. 이들이 사들인 자사주는 2만4000주로 약 17억원 규모다. 당시 주주총회를 앞두고 자사주 매입을 통해 주가 하락에 따른 주주들의 불만을 달래는 동시에 향후 주주가치 제고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드러낸 것이다.

하지만 연이은 임원진의 자사주 매입에도 삼성전자 주가는 하락세를 지속했다. 지난달에는 1일 종가 기준 6만9100원이었던 주가가 29일에는 6만7400원으로 떨어지며 52주 신저가를 10번 가까이 경신했다.

계속해서 주가가 6만원대 머물자 삼성전자는 최근 부사장급 이상 일부 임원에게 자사주 매입 독려 이메일을 보낸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는 지난달 말 "회사를 대표하는 경영진 및 주요 임원들이 당사 주식을 매수하면 성장성에 대한 자신감을 대외에 알릴 수 있는 기회"라는 내용의 이메일을 고위 임원진에게 보냈다.

삼성전자는 이메일에서 "많은 외국인 투자자가 경영진이 회사 주식을 보유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며 "600만명이 넘는 개인 투자자에게도 경영진의 주식 매수가 책임경영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줄 것"이라고 전했다.

이같은 메시지에 발맞춰 지난달 26일에는 경계현 삼성전자 DS부문장이 보통주 8000주를 주당 6만7200원에 매수했다. 또한 메모리사업부장인 이정배 사장도 27일 보통주 5000주를 주당 6만6600원에 매수했다.

하지만 증권가에서는 이러한 노력에도 불구하고 삼성전자 주가가 당분간 약세를 지속할 것으로 전망한다.

김양재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1분기 사상 최대 이익에도 불구하고 사업 부문별 성장 모멘텀을 찾기 힘들기 때문에 주가는 약세 흐름을 보이고 있다"며 "메모리 반도체는 압도적 기술 경쟁력이 약화하는 모습이고 DP(디스플레이)는 중국 유기발광다이오드(OLED)의 양산 본격화로 경쟁 심화가 불가피하다"고 전망했다.

시장에서는 인수합병(M&A)를 통한 성장 모멘텀 확보가 필요하다는 의견이다. 서승연 신영증권 연구원은 "매크로 불확실성이 짙어지며 주가가 부진한 흐름을 보이는 중"이라며 "메모리 업황 개선세에 더해 파운드리 사업의 확대와 유의미한 M&A 관찰될 시 주가 리레이팅이 동반될 것"이라고 예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