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범찬희 기자] 미래에셋자산운용이 돌연 부동산인프라 관련 ETF(상장지수펀드) 2종(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TIGER KIS부동산인프라채권TR)의 명칭을 변경해 그 배경에 이목이 쏠리고 있다. 타사에서 업계 최초로 100% 국내 리츠에만 투자하는 ETF가 등장하기에 앞서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21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지난 18일, 미래에셋운용은 부동산인프라 테마와 연관된 ETF 2종의 명칭을 변경했다. 'TIGER 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는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 ETF'로, 'TIGER KIS부동산인프라채권TR ETF'는 'TIGER 리츠부동산인프라채권TR KIS ETF'로 각각 이름을 바꿨다. 최근 국내에 상장된 리츠수가 20개에 육박하며 유망 투자처로 각광 받고 있는 '리츠'(REITs‧부동산투자회사)를 첨가한 셈이다.

해당 ETF들은 이미 설정된 지 2년에 가까운 시간이 흐른 상품이다. 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는 지난 2019년 7월에 유가증권시장에 입성했으며, KIS부동산인프라채권TR ETF는 2020년 5월에 상장했다.

이미 시장에 부동산인프라와 연관된 ETF로 상당한 인지도가 쌓인 가운데서 미래에셋운용이 명칭 변경을 추진한 건 투자 전략이 바뀌었기 때문이다. 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의 경우 지난해 12월부터 고배당주는 제외하고 특별자산(리츠‧인프라)만을 100%(12종목) 편입한다. 실제 설정 당시 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는 6:4의 비중으로 특별자산과 고배당주에 투자하는 상품으로 설계됐다. 하지만 상장 리츠수 증가에 맞춰 점차 특별자산 비중을 늘려나갔고, 그로 인해 고배당주가 PDF(자산구성내역)에서 완전히 제외됐다.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부동산인프라고배당 ETF가 설정됐을 당시만 해도 상장 리츠 수가 10여개 수준이라 고배당주 투자가 병행됐다"면서 "하지만 최근 상장 리츠수가 20개에 달하며 특별자산만으로도 포트폴리오를 구성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지난해 12월부터 고배당주 투자를 하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 명칭 변경과 관련해 운용업계 일각에서는 시장 환경을 의식한 행보라는 분석도 나온다. 부동산인프라로 표기가 돼 있음에도 동어반복에 가까운 리츠를 전면에 내세운 건 리츠 ETF로서의 정체성을 강화해 시장을 선점하겠다는 의도가 아니겠냐는 것이다.

지난해 연말 20주년을 맞은 국내 리츠 시장은 오는 2030년이면 150조원 규모가 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이에 맞춰 리츠 ETF 출시도 본격화 될 것으로 전망되는데, 실제로 키움투자자산운용이 올해 2분기를 목표로 100% 국내 리츠에만 투자하는 히어로즈 리츠 이지스 액티브 ETF의 상장 절차를 밟고 있다. 고배당주 투자를 하지 않기로 한 지 세달이나 지나서 명칭이 바뀐 배경에는 바로 이러한 경쟁사 스케줄이 자리 잡고 있는 게 아니냐는 관측이다. 리츠부동산인프라 ETF와 달리 뚜렷한 전략상 변화가 보이지 않는 부동산인프라채권TR KIS ETF도 리츠부동산인프라채권TR KIS ETF로 이름을 바꾼 것도 같은 맥락으로 풀이된다.

이와 관련해 미래에셋운용 관계자는 "ETF로 리츠에 투자하고자 하는 분들이 보다 쉽게 자사의 상품을 보다 인지할 수 있도록 종목명을 바꾼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