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일 벤처투자 업계에 따르면 모토브는 현재 시리즈B와 C를 잇는 브릿지라운드 펀딩을 진행 중이다. 이날까지 모인 투자금은 51억원 상당. 포스코기술투자와 티인베스트먼트가 각각 20억원, 알토스벤처스가 11억원을 납입했다. 조만간 투자금을 납입할 벤처캐피탈(VC) 1곳과 개인투자조합 등의 참여를 고려하면 최종 투자 유치금액은 더 늘어날 여지가 있다.

모토브가 투자금 조달에 나선 건 9개월 만이다. 지난해 6월 시리즈B 투자 라운드를 열고 110억원의 자금을 수혈했다. 당시 기존 투자사인 알토스벤처스와 티비티파트너스를 비롯해 ID벤처스, 산업은행, 나우IB 등이 모토브의 성장 잠재력에 베팅했다.

2016년 문을 연 모토브는 택시 지붕 위에 전광판을 얹어 영상광고를 내보내는 플랫폼 기업이다. 최근 서울 시내에서 '강남언니', '헤이딜러' 같은 회사의 영상광고를 달고 다니는 택시를 자주 볼 수 있는데, 이것이 모토브가 개발한 고해상도 전광판이다.

모토브의 택시 광고판은 LCD(액정표시장치) 기반으로 만든 것이 특징이다. 일반적으로 LCD는 LED(발광다이오드)보다 전력 소모가 많고 해상도가 낮은 것으로 알려져 있지만, 같은 값이라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동일 비용으로 제작하면 LCD가 LED보다 전력 소모는 적고, 해상도는 높다는 게 모토브의 설명이다.

특히 해상도와 휘도가 높다 보니 영상광고 전달력이 우수한 게 강점이다. 단순한 이미지 광고만 실었던 기존 택시 광고판과 차별화되는 부분이다. 이런 특징 덕분에 텍스트나 이미지 광고 효과가 떨어지는 화장품, 게임 관련 기업들이 모토브 택시 광고판에 영상광고를 내는 경우가 늘고 있다.

모토브 투자사 관계자는 "택시 지붕 위에서 비바람과 눈보라를 견디는 견고함과 먼 곳까지 뚜렷한 영상광고를 전달할 수 있는 고해상도를 두루 갖추기는 어렵다"며 "모토브는 국내 지방자치단체와 5년 넘게 기기 안전 테스트를 진행했고, 화려한 영상 광고도 선명하게 송출할 수 있는 기술을 갖췄단 점에서 경쟁력이 있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투자사들이 모토브에 주목한 건 이뿐만이 아니다. 택시 지붕 위에 설치한 전광판이 단순히 광고 플랫폼이 아니라 도시 데이터를 수집하는 역할까지 하는 까닭이다.

모토브 전광판에는 30여개의 IoT(사물인터넷) 센서가 들어있다. 전광판을 단 택시가 도심을 누비면 유동인구, 조도, 재난, 대기질, 도로정보, 교통혼잡도 등 150가지가 넘는 데이터를 수집할 수 있다.

모토브는 이렇게 수집한 도시 데이터를 활용해 '맞춤형 광고 서비스'를 제공한다. 예를 들어 미세먼지가 심할 경우 마스크 광고를 내보내고, 자외선 지수가 높으면 선크림 광고를 내는 식이다. 또 광고주가 원하는 타깃층이 많이 다니는 지역과 시간에 집중적으로 광고를 노출시킬 수도 있다.

실제로 모토브를 이용하는 광고주들이 만족하는 부분도 실질적인 광고 효과를 극대화할 수 있다는 점이다. 건물 외벽이나 엘리베이터에 붙이는 광고판과 비교하면 원하는 시간과 장소, 소구 대상을 직접 정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 요소다.

앞선 투자사 관계자는 "모토브의 사업 모델은 높은 광고 효과를 바라는 광고주, 부수입을 원하는 택시기사, 저렴한 비용으로 골목상권 광고를 할 수 있는 소상공인, 스마트시티 구축을 위해 도시 데이터가 필요한 지자체가 모두 상생할 수 있는 구조"라며 "사업 고도화를 통해 국내뿐만 아니라 해외에서도 많은 러브콜을 받을 것으로 기대된다"고 설명했다.

모토브는 수집한 도시 데이터를 지자체와 공유해 스마트시티를 조성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천경찰청과 함께 진행한 '야간 골목길 안전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인천경찰청은 지난해 모토브가 5개월 간 수집한 데이터를 바탕으로 골목길 범죄 발생 시공간 예측 시스템을 구축했다.

이 사업에서 모토브는 광고판에 달린 와이파이 감지 센서로 시간대별 유동인구를 파악했다. 조도 센서로는 골목길 가로등 밝기를 수집·분석했다. 인천경찰청은 이를 통해 범죄율이 높은 지역과 시간대를 파악하고, 초소 확충이나 순찰 강화를 통해 범죄율을 낮추는 결과를 얻어냈다. 실제 우수 사례가 나오다 보니 최근에는 여러 지자체에서 모토브의 도시 데이터에 관심을 갖는 분위기다.

현재 전국에 모토브 광고판을 단 택시는 1500여대. 모토브는 이번 투자로 서울 지역을 운행하는 택시 700대가량을 추가 확보할 계획이다. 조만간 시리즈C 등 후속 투자가 이뤄지면 올해 안에 모토브 광고판을 단 택시를 3000대 이상으로 늘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크진 않지만 매출액이 발생하고 있다는 점도 고무적이다. 앞선 관계자는 "모터브는 재작년(2020년)부터 광고 수주 부문에서 매출액이 발생하고 있다"며 "광고판을 단 택시 개체수가 많아질수록 회사의 현금흐름이 원활해지고, 수집하는 데이터가 정교해질 것으로 기대되는 만큼 모토브의 성장잠재력을 높게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