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강지수 기자] 내년 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에 따라 금융지주들이 여성 임원을 필수로 구성해야 하는 가운데, 여성 임원을 구하지 못한 금융사들의 발걸음이 빨라지고 있다. 특히 여성 사외이사 후보군 풀이 넓지 않은 지방금융지주들은 더욱 분주하다.

29일 금융권에 따르면,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개정안 시행으로 내년부터는 자산 총액 2조원이 넘는 상장기업은 이사회를 동일 성별로 구성할 수 없다. 이에 해당하는 금융사들은 여성 임원을 1명 이상 필수로 선임해야 한다. 

당장 여성 사내이사 선임이 쉽지 않은 만큼 금융사들은 여성 사외이사 영입에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개정안이 내년 8월에 시행 예정인 점을 고려하면 내년 3월 주주총회에서는 여성 사외이사를 선출해야 한다.

현재 자본시장법을 적용받는 금융사 중 여성 사외이사가 없는 곳은 우리금융과 BNK·DGB·JB금융 등 지방금융지주 3사, 올해 신규 상장한 카카오뱅크 등 5곳이다. 

우리금융 사외이사진은 내년 3월 임기가 만료되는 4명과 신규 과점주주인 유진PE, 공석이었던 푸본생명이 신규 추천하는 2명 등 6명으로 구성된다. 신규 과점주주로 합류하는 유진PE측이 남성 후보를 추천할 가능성이 커지면서 기존 사외이사 중 한 명을 교체하거나 여성 사외이사를 신규 영입하는 등의 변화를 줄 것으로 보인다. 지방금융지주들도 내년부터 여성 사외이사 선임을 본격적으로 논의할 예정이다.

각 금융사들은 사외이사 후보군 중 일부를 여성으로 구성하고 있다. 우리금융은 사외이사 후보군 중 최소 20% 이상을 여성 후보군으로 확보하고 있고, BNK금융은 올해 3월 말 기준으로 사외이사 후보군 72명 중 13명을 여성으로 구성하고 있다고 밝혔다. 

반면 사외이사 후보군 중 여성 비율을 공개하지 않는 곳들도 있다. DGB금융과 카카오뱅크는 전체 사외이사 후보군 숫자는 공개했지만 정확한 여성 비율은 공개하지 않았고, JB금융은 사외이사 후보군 수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지방금융지주들은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전문가들이 수도권 대비 많지 않아 5대 금융지주보다 여성 사외이사 풀이 적다. 이 때문에 주주총회를 앞두고 더욱 움직임이 바빠질 것으로 전망된다. 지방은행에서는 여성들이 은행원으로 입사해 임원으로 승진하는 경우가 있었지만, 지주에서 여성 임원을 선임한 경우는 없다. 자본시장법은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하고 있어 지주에서 여성 임원을 필수로 선임해야 한다.

최근 주요 금융지주들이 여성 리더 양성을 위한 프로그램들을 운영하며 여성 리더 육성에 힘을 싣고 있는 모습과 달리 지방금융지주들은 내부 육성 프로그램이 없다. 이같은 환경이 향후 여성 임원 격차를 더욱 벌릴 수 있을 것이란 분석도 나온다. 

지방금융 한 관계자는 "아직까지 자격요건을 가진 여성 임원 대상자들이 많지는 않다"면서 "회사의 규정과 절차에 따라 자격요건이 되는 후보들의 사외이사 선임을 적극적으로 논의하는 중"이라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