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진철 기자] 정부가 발표한 수소경제 로드맵이 속도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수소산업 핵심부품·소재의 대부분을 미국, 일본 등에 의존하고 있어 부가가치 확보, 에너지 안보 차원에서 핵심부품(소재·부품·장비)의 국산화율 제고와 원천기술 확보가 시급하다는 주장이다.

13일 전국경제인연합회(전경련)이 내놓은 '수소경제 생태계 현황과 정책방향' 보고서에 따르면 정부가 지난 2019년 발표한 수소경제 로드맵에서 예정한 2022년 수소승용차 보급대수 목표는 누적 6만5000대지만, 올해 11월 기준 27% 수준인 1만7000여대에 불과하다. 핵심 인프라인 수소충전소 보급 일정도 목표 대비 38% 수준이다. 당장 내년에 전국 충전소 310개 소가 운영돼야 하지만 올해 11월 기준 117개 소가 운영되고 있다. 또 내년 목표 수소가격은 kg당 6000원이지만 현재 로드맵 발표시점과 큰 차이가 없는 8400원대다. 

수소산업 핵심부품·소재도 대부분 미국, 일본 등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대표적으로 수소차의 경우 핵심소재인 탄소섬유는 도레이(일본), 백금촉매는 교세라(일본)가 대부분 공급하고 있다. 멤브레인막은 듀폰(미국), 고어(미국), 존슨매티(영국), 3M(미국) 등이다.

수소기술 특허 수를 살펴보면 주요 6개국(중국, 미국, EU, 일본, 한국, 독일)의 특허 수는 2014년 이후 연평균 13.9%로 증가 추세다. 수소생산·연료전지 분야 특허 수(2014~2020년 누적)에서 한국은 세계 5위 수준이다. 사실상 6개국(EU 포함)이 세계 수소시장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어 실제 경쟁국 가운데 하위권에 속한다는 의미다. 누적 순위는 중국, 미국, 유럽연합(EU), 일본 순이다. 연도별 특허 수를 살펴보면 2017년부터 중국이 미국을 추월해 1위로 올라선 이후 격차를 벌리고 있다. 2020년에 등록된 특허 수에서는 한국이 1033건으로 일본(974건)을 추월해 4위로 올라섰지만 중국(4721건)에 비해서는 약 21.9% 수준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전 세계 수소 분야 연구개발(R&D) 투자는 2017년 이후 증가세다. 특히 중국 정부의 2019년 수소기술 연구개발비는 전년 대비 6배 급증하기도 했다. 중국 특허 수가 급증한 배경도 여기에 있다고 전경련은 분석했다.

전경련은 수소생태계 육성을 위한 5대 정책 방향으로 ▲정책 연속성 확보 ▲수소거래소 설립 ▲미·일·독 파트너십 ▲핵심전략기술 지정 ▲수소제품 수요 촉진으로 제시했다.

전경련은 "청정수소는 100% 국내 생산이 어렵기 때문에 부족분을 수입(우리가 해외에서 생산한 수소 유입 포함)할 수밖에 없다"면서 "안정적 수소 수입·유통, 거래, 분쟁조정 등의 기능을 담당할 수소거래소를 설립해 각종 표준 정립에 나설 경우 글로벌 표준 경쟁에서도 앞서나갈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소기술 전반을 조특법상 시설투자·연구개발비용 세액공제 폭이 큰 '국가전략기술'로 지정해 지원 확대할 것"도 제안했다. 전경련은 "수소활용 분야 도약을 위해선 수소제품 수요 진작이 필수지만 인프라 확충속도가 빠르지 않고 소비자가격이 높은 점이 제약 요인"이라며 "수소차 구매 보조금을 전액 국비로 지원하는 등 특단의 지원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