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류세나 기자] 정부와 재계가 올해 경제 전망을 놓고 극명한 시각차를 드러냈다. 정부는 코로나19의 세계적 대유행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수출이 확대, 경기가 반등하고 있다는 점을 높이 샀지만 경제계에서는 그 배경엔 특단의 부양조치들이 있었다는 점을 들며 지나친 낙관은 경계할 것을 강조했다. 

7일 오후 대한상공회의소가 주최한 경제계 신년인사회엔 정·관계, 재계, 노동계, 주한 외교사절 등 각계 주요인사 600명이 화상으로 참여했다. 코로나19 방역지침에 따라 현장엔 정세균 국무총리와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 성윤모 산업통상자원부 장관, 김동명 한국노총위원장 등 4명만 배석했다. 

정세균 국무총리는 이 자리에서 "우리 경제는 코로나19로 꺼졌던 희망의 불씨를 살려가고 있다"며 "우리나라는 지난해 OECD 가입국 중 가장 양호한 경제성장률을 보였고 2019년 12위였던 GPD 순위도 10위로 올라섰다"며 "작년 12월엔 수출규모도 25개월 만에 500억 달러를 돌파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지난 한 해 한국경제를 위해 최선을 다해준 경제인들에게 감사하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다. 

정 총리에 따르면 올해 정부의 경제정책 방향은 '선도형 경제'다. 이러한 목표 달성을 위해 정부가 기업에 힘을 보태겠다고 강조했다. 국민들이 확실한 경제반등을 체감할 수 있도록 무역 1조 달러 회복에 힘쓰고, 기업들을 위해 과감한 규제혁파를 이어 나가겠다고 말했다. 

정 총리는 "기업들이 도전하는 기업가 정신을 발휘할 수 있도록 정부가 총력을 다하겠다"면서 "특히 한국판 뉴딜을 힘있게 추진해 우리기업들이 세계에서 활약할 수 있도록 성장발판을 만들어 나가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기업들에겐 "글로벌 경제력 확대를 위해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에 힘써달라"고 주문하기도 했다. 

박용만 대한상의 회장은 정 총리와 다소 다른 입장을 내놨다. 일부 경제성장 지표엔 착시현상이 반영돼 있고 경제 양극화로 중·소상공인의 어려움은 더욱 커졌다는 입장이다. 

박 회장은 "지난해는 코로나로 인한 불확실성이 1년 내내 계속되면서 상공인들로서는 마음 편한 날이 없었던 것 같다"며 "특히 중소기업과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이 많아 안타깝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이어 "경제지표들이 반등한 부분들이 있지만 평상시라면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로 특단의 부양조치들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이들을 정상으로 되돌리는 과정에서 후유증이 남을 가능성이 적지 않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5~10년 앞을 내다보고 새해 들어 어떤 경제적 선택들을 해야 할 것인지에 대해 함께 고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부에 대한 아쉬움도 토로했다. 그는 "최근 더욱 빨라진 글로벌 산업 변화 속에서 (규제 확대로)우리 기업들만 감당 못할 수준까지 뒤처지는 것 아닌지 걱정스럽다"고 우려하며 "국회에서도 여러 사정은 있겠지만 산업 신진대사를 높일 수 있는 법안 처리에 올 한해 전향적인 노력을 부탁한다"고 당부했다.

박용만 회장은 양극화, 인력 미스매치 같은 사회 현안 해결을 위한 기업들의 인식변화도 강조했다. 박 회장은 "우리 사회가 기업의 성장과 수익만을 응원하고 성장과 수익만으로 기업의 모든 행태를 합리했던 시대는 이제 지났다"면서 "기업도 시민사회의 일원이라는 인식을 갖고 사회의 다양한 목소리에 귀 기울이고 솔선할 수 있기를 기대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