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달 회사채 만기 규모는 약 6조 2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최근 10년간 중 동월 대비 가장 큰 규모다. 전체 규모를 놓고 보더라도 지난 2018년 3월에 7조 5000억원의 만기 물량을 제외하면 가장 큰 규모다. 김상민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월평균 만기도래 규모는 3조7000억원 내외로 9월 만기 규모가 이례적으로 큰 편"이라고 분석했다.

9월 만기가 도래하는 AA급 이상 발행사는 SK, KCC, KT, S-Oil, CJ대한통운, GS글로벌 등이다. A급 이하 발행사는 금호석유화학, SK매직, 롯데건설, 한화건설 등이 만기를 앞두고 있다.

8월 중순 상반기 실적공시 시즌이 지난 후 수요예측에 나선 기업들을 볼 때 발행 여건은 다소 개선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19일 수요예측에 나선 LG이노텍(AA-)은 3년, 5년, 10년 만기 모든 트렌치에서 민평금리 대비 하단 가산금리로 발행에 성공했다. 여주에너지서비스(AA+)와 S-Oil(AA+)도 10년 장기물의 경우 각각 개별민평 대비 -12bp, -7bp 하단에서 최종금리를 확정했다.

9월 초 만기가 도래하는 회사들은 이미 회사채 발행을 위한 절차를 밟고 있다. SK(AA+)는 28일 수요예측을 실시했다. 롯데지주(AA0)도 성황리에 수요예측을 마친 데 이어 롯데물산(AA-)도 수요예측을 준비하고 있다.

내달 만기 물량이 몰린 탓에 회사채 발행량이 늘어나면서 시장의 약세가 나타나지 않을지 걱정하는 목소리도 크다. 코로나 여파로 지난 3월 회사채는 급격하게 스프레드가 확대되면서 발행여건이 악화됐기 때문이다.

만기 물량이 몰려있는 점 외에도 저금리 기조와 불확실한 사업환경을 고려해 현금을 선제적으로 확보해두려는 발행사들이 증권사 기업금융(IB) 부서에 발행을 타진하는 경우도 늘어나고 있다. 코로나19의 재확산 우려가 커지고 있어 시장에 어떤 영향을 미칠 지도 불확실한 상태다. 

다만 시장에서는 정부 지원책과 발행시장에서 확인되는 유효수요를 볼 때 지난 3월과 같은 충격이 다시 생길 가능성은 낮다는 분석이다.

크레딧업계 관계자는 "대한항공, 두산인프라코어 등 지난 상반기 유동성 위기를 맞이했던 기업들이 자산매각과 정부지원으로 어려움을 넘기고 있다"며 "2분기 공시로 발행사 실적 불확실성도 해소된 점이 긍정적"이라고 밝혔다.

9월은 채권투자기관이 연말 북클로징(book closing)을 앞두고 활발하게 투자를 전개하는 시기라는 점은 수급여건이 악화되는 것을 제한할 수 있다.

김상민 연구원은 "경제성장률 전망이 하향 조정될 가능성이 높아 금리수준도 높아지기 어려운 상황에서 고금리 크레딧물의 투자매력이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면서도 "9월 만기도래 물량과 발행사의 영업환경이 악화될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섣부른 강세 발행은 어려울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