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에서 개인 간 주택거래가 활발하게 진행되면서 사실상 자본주의 체제와 유사한 모습이 나타난 것으로 알려졌다. 평양은 집값 수준에 따라 서울의 강남과 강북을 연상케 하는 지역적 구분이 이뤄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정은이 통일연구원 연구위원(사진)은 30일 여의도 콘래드호텔에서 열린 ‘팍스넷뉴스 출범기념 포럼에서 “우리가 생각하는 북한은 1990년대 ‘고난의 행군’을 연상케 하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다”며 “2000년대 배급제 붕괴와 시장의 무질서한 확산 이후 김정은 시대에는 고위층 주도로 적극적인 경제 실험이 이뤄지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20년 사이 북한은 산림녹화와 인민 생활 향상, 식습관 변화 등 상당한 개혁이 이뤄졌다”며 “특히 북한 부동산 시장의 변화를 주목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산주의 국가인 북한은 주택소유를 인정하지 않는다. 한시적인 이용권 개념만 있다. 최근 북한에서는 주택 이용권에 대한 가격이 형성되고 거래가 이뤄지고 있다. 심지어 상속과 매매도 가능하다. 이용권이 사실상 소유권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용권 거래는 초기에는 엄격한 처벌 대상이었지만 지금은 다르다. 김정은이 2012년 취임한 이후 ‘돈의 출처를 묻지 말고 주민들 속에 사장돼 있는 돈을 동원해 집을 지어라’는 지침이 자리 잡으면서 주택 거래가 더욱 활발해졌다.
정 연구위원은 “2012년 이후 북한에 건설 붐이 일면서 평양과 신의주 등 대도시뿐만 아니라 지방 소도시들의 건물 밀집도가 높아졌다”며 “2009년 북한의 화폐정책 실패는 역설적이게도 외화 기준으로 가격을 형성하는 주택 선호도를 더욱 높이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말했다.
활발한 주택거래는 평양의 지역적 구분도 새롭게 만들었다. 정 연구위원은 “평양은 대동강을 중심으로 서평양과 동평양으로 나눠진다”며 “이중 국가기관과 발전소가 집중됐고 지하철이 다니는 서평양의 주택 가격이 동평양보다 높다”고 말했다.
그는 “서평양 내에서도 지하철역이 가깝고 난방과 전기가 잘 들어오는 지역을 본평양이라 부르며 우리나라의 서울 강남과 비슷한 대접을 받는다”고 설명했다. 일례로 본평양으로 구분되는 모란봉구역의 아파트 가격은 35만 달러로 2010년(10만 달러)에 비해 세 배 이상 올랐다.
최근 북한의 주택시장은 재개발과 선분양제, 주상복합 아파트 등 사실상 우리나라와 비슷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 최근 평양 오탄동에 위치한 천지센터는 주차장과 편의시설, 주거시설을 완비한 주상복합 아파트다. 입지가 워낙 좋아 거래가격이 25만 달러에 달한다. 향후 수익성이 좋을 것으로 보고 1층 상가는 모두 시행사가 가져갔다고 한다.
정 연구위원은 “신의주 채하시장을 재개발하면서 3년 만에 이곳에 11개동 아파트가 생겼다”며 “북한은 아파트 1개동 짓는데 5~10년이 걸리지만 이곳은 공사 기간이 대폭 단축됐다”고 말했다. 그는 “시행사가 입지 좋은 토지만 소유하면 투자를 하겠다는 개인들이 몰려온다”며 “이들은 건물 준공 이후 아파트를 분양받게 된다. 사실상 선분양제가 자리잡은 것”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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