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미국 중간선거 이후 지상 데이터센터 건설 규제 강화에 대한 우려가 커지면서 바다와 우주가 인공지능(AI) 인프라 구축의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국내 조선업과 태양광 소재업계에도 새로운 사업 기회가 열릴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지난 3일(현지시간) 치러진 미국 중간선거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 제한을 주장한 후보들이 주요 지역에서 승리했다. 텍사스 주지사에 당선된 지나 히노호사는 주민 보호를 위한 법률이 마련될 때까지 신규 데이터센터 승인을 중단하겠다고 공약했다. 골드만삭스는 규제 강화 가능성이 있는 주들이 미국 내 계획된 데이터센터 증설 용량의 약 45%를 차지한다고 분석했다.
반면 AI 연산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날 전망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전 세계 데이터센터 전력 소비량이 2025년 485TWh에서 2030년 약 950TWh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전력망과 부지 확보가 어려워지는 가운데 해상·우주 인프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배경이다.
◆바다로 눈 돌린 K조선…빅3, 해상 데이터센터 공략
부유식 데이터센터(Floating Data Center·FDC)는 선박이나 해상 구조물에 서버와 전력·냉각설비를 설치하는 방식이다. 육상 부지 확보 부담을 줄이고 해수 등을 냉각에 활용할 수 있다. 자체 발전설비 등 전력망만 갖춘다면 데이터센터를 반대하는 지역민들의 반발을 줄일 수 있는 대안으로 꼽힌다.
미국 노틸러스(Nautilus)가 운영하는 캘리포니아 스톡턴항의 약 6.5MW급 부유식 데이터센터는 2021년부터 상업 가동을 시작했다. 한승한 SK증권 연구원이 지난 7월 발간한 'FDC(부유식 데이터센터)에 주목할 때' 보고서에 따르면 해당 시설의 냉각 전력 소비량은 기존 전산실 냉방장치의 3분의 1 미만으로 측정됐다. 냉각 과정에서 담수를 증발시켜 소모하지 않는 방식이다.
국내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미국 데이터센터 개발업체 무스테리안(Mousterian·M3)과 부유식 데이터센터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 4월 공동개발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한 데 이어 7월에는 엔지니어링 계약을 맺었다.
강경태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달 6일 발간한 '오른쪽 위로 묵묵히 걸어 간다' 보고서에서 삼성중공업이 무스테리안의 미국 텍사스 '프로젝트 제우스(Project Zeus)'에 50MW급 부유식 데이터센터 2기를 공급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고 분석했다. 임차인 확보와 금융조건 확정 이후 연말 최종투자결정(FID)과 설계·조달·시공(EPC) 발주가 이뤄질 것으로 예상했다. 인도 목표는 2028년 상반기 말이다.
한화오션도 지난 9월 국제 에너지 전시회 '가스텍 2026'에서 자체 개발한 60MW급 부유식 데이터센터 모델을 공개했다.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개념설계 기본승인(AiP)을 받은 이 모델은 해상에서 전력을 생산하고 해수를 냉각에 활용하는 방식이다. 고객 요구에 따라 발전 방식과 서버 유형 등을 조정할 수 있도록 모듈형 설계를 적용했다.
HD한국조선해양은 지난 7월 슈나이더 일렉트릭(Schneider Electric)과 부유식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술 공동개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증권가에서는 HD현대그룹의 계열사 간 협력을 통한 사업 확대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HD현대중공업의 발전엔진·선박 건조, HD현대마린솔루션의 선박 개조, HD현대일렉트릭의 전력설비 역량을 결합해 통합 부유식 데이터센터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스페이스X는 우주로…국내 태양광 소재 새 시장 열리나
우주 데이터센터도 지상 인프라의 제약을 보완할 대안으로 거론되고 있다. 일론 머스크는 미국 중간선거 직후 자신의 엑스(X)에 우주 데이터센터가 매력적인 선택지가 되고 있다는 취지의 글을 게시했다. 스페이스X는 태양광 발전으로 AI 연산 위성을 가동하는 '스타마인드(Starmind)' 사업을 추진하고 있으며 이르면 2027년 말부터 대규모 위성 생산과 배치에 나설 계획이다.
높은 구축 비용은 걸림돌이다. 정원석·전유진 iM증권 연구원은 지난 5일 발간한 '우주로 향할 시간' 보고서에서 1GW 규모 AI 연산시설의 초기 투자비를 지상 약 487억달러(65조2580억원), 우주 약 983억달러(131조7220억원)로 추정했다. 우주 시설의 초기 투자비가 지상의 약 두 배다. 다만 발사 비용 하락과 위성 양산이 이뤄지면 격차가 줄어들 수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우주 데이터센터 사업 확대는 태양광 소재 공급망에도 변화를 가져올 전망이다. iM증권에 따르면 스페이스X는 미국 내 연간 100GW 규모의 태양광 제조능력 확보를 목표로 하고 있다. 대규모 투자비와 긴 건설 기간이 필요한 폴리실리콘은 외부에서 조달할 가능성이 높다고 판단했다.
국내에서는 OCI홀딩스가 말레이시아 생산시설을 통해 비중국산 고순도 폴리실리콘을 생산하고 있다. 지난해부터 미국의 중국산 태양광 공급망 규제가 강화되면서 비중국산 소재 공급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에는 미국 신규 고객사와 공급계약도 체결했다.
대주전자재료와 나노신소재는 태양전지 제조에 필요한 전극 소재를 생산하고 있다. 대주전자재료는 금속 전극용 실버 페이스트 사업을 영위하고 있으며 나노신소재는 투명 전극용 산화물(TCO) 타겟과 실버 페이스트를 공급하고 있다. 이들 소재는 태양전지 내부에서 생성된 전기를 수집하거나 전류가 흐르도록 하는 데 사용된다.
iM증권은 우주용 태양전지에서 경량화와 대량생산에 유리한 이종접합(HJT) 기술의 활용 가능성에 주목했다. 해당 기술의 생산 규모가 확대되면 실버 페이스트와 TCO 타겟 등 전극 소재 수요도 늘어날 수 있다는 분석이다.
보고서는 스페이스X의 사업 확대를 가정해 2035년 연간 실버 페이스트 수요를 약 1조8000억원, TCO 타겟 수요를 약 1조원으로 추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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