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K뷰티 수출 호황에 힘입어 국내 화장품 제조업자개발생산(ODM) 업체들이 생산시설 확충에 나서고 있다. 그러나 내년에는 올해 높은 성장으로 인한 역기저효과와 원화 강세로 성장세가 둔화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신규 공장 가동에 따른 감가상각비 부담도 커질 수 있어 생산설비 가동률이 수익성을 좌우할 것으로 보인다.
3일 이해니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이 발간한 'K-On & Beyond'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 국내 화장품 업계는 올해의 높은 수출 증가율로 인한 역기저효과로 성장세가 둔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주요 ODM 업체들의 신규 생산능력도 2027~2028년 확대될 예정이어서 해외 수요 증가세와 설비 운영 효율이 실적의 주요 변수로 꼽혔다.
◆ 10월 화장품 수출 57.5% 증가…내년엔 높아진 비교 기준 부담
산업통상부가 지난 1일 발표한 '2026년 10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지난달 화장품 수출액은 14억4000만달러(1조9283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57.5% 증가했다. 역대 10월 기준 최대 실적이자 12개월 연속 증가세다. 미국을 비롯해 중국과 유럽연합(EU), 아세안 등 주요 시장에서 수출이 늘었다.
유럽 시장의 성장세가가 두드러진다. 이해니 연구원이 무역통계 정보포털 트라스(TRASS)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1~10월 유럽 화장품 수출액은 24억달러(3조2138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약 76% 늘었다. 같은 기간 북미 수출액 23억1000만달러(3조933억원)를 처음 넘어섰다.
올해의 높은 수출 증가율은 내년 성장에 부담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올해 실적이 높은 비교 기준이 되면서 수출이 늘더라도 증가율은 둔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원화 강세도 부담이다. 원·달러 환율이 하락하면 같은 규모의 달러 매출을 올리더라도 원화 환산 매출액은 줄어든다.
이 연구원은 미국 매출 비중이 높은 화장품 기업을 중심으로 내년 상반기 원화 기준 매출 증가율이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 호황에 공장 증설 잇따라…가동률이 수익성 좌우
수출 호황에 대응해 생산시설을 늘려온 국내 ODM 업체들도 수익성 관리가 중요해질 전망이다. 특히 신규 생산능력이 2027~2028년 확대되는 가운데 해외 주문 증가세가 둔화하면 가동률 하락과 감가상각비 부담이 겹칠 수 있다.
국내 주요 ODM 업체들은 생산능력 확대를 위한 투자를 추진하고 있다. 코스메카코리아는 오창 공장 인수에 640억원, 설비 확충에 1360억원 등 총 2000억원을 투자한다. 한국콜마는 세종시와 1733억원 규모의 기초화장품 신공장 건설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씨앤씨인터내셔널은 청주 신공장에 1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코스맥스도 평택 공장 증축에 605억원을 투입하고 있다. 이들 4개사가 발표한 주요 투자 계획의 규모는 총 5638억원에 달한다.
신규 생산설비는 내년부터 순차적으로 가동될 전망이다. 한국콜마 세종 신공장은 2028년 완공을 목표로 추진 중이며 내년 하반기부터 순차 가동이 예상된다. 씨앤씨인터내셔널 청주 신공장은 2027년 3월 준공을 목표로 하고 있다. 코스맥스는 태국과 인도네시아 등 해외 생산거점도 확대하고 있다.
문제는 증설에 걸맞은 수주 물량을 확보할 수 있느냐다. 신규 설비를 가동하면 감가상각비 등 고정비가 발생한다. 생산량이 충분하면 제품당 고정비 부담을 낮출 수 있지만 가동률이 떨어지면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다.
이 연구원은 국내 주요 ODM 업체들이 높은 가동률을 유지하고 있으나 2027~2028년 신규 생산능력 확대와 수요 둔화가 맞물릴 경우 가동률과 감가상각비 부담이 수익성 변수로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미국 넘어 유럽으로…신규 수요 확보가 관건
신규 생산설비의 가동률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해외 수요 확대가 중요하다. 국내 화장품 브랜드들은 미국과 유럽의 대형 오프라인 유통망으로 판매 채널을 넓히고 있다.
에이피알은 올해 메디큐브를 미국 타겟 약 1500개점과 월마트 약 3000개점에 입점시켰다. 더페이스샵과 토니모리도 월마트로 판매망을 확대했다. 뷰티 전문점뿐 아니라 대형 종합유통업체로 진출 범위가 넓어지는 모습이다.
유럽에서도 유통망 확보가 이어지고 있다. 아모레퍼시픽은 올해 3월 에스트라를 유럽 17개국 세포라에 공식 출시했다. 영국 부츠와 유럽 더글라스 등에서도 K뷰티 브랜드의 입점이 확대되고 있다.
해외 판매망 확대는 국내 ODM 업계의 추가 수주 기회로 이어질 수 있다. 다만 신규 시장에 진출한 브랜드들이 안정적인 판매량을 확보해야 생산시설 확충에 따른 수익성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유통업체 입점에 따른 마케팅비와 판촉비 부담도 변수다.
이 연구원은 내년 역기저 부담을 완화할 요인으로 유럽 등 신시장 확대와 오프라인 유통채널 안착을 제시했다. 유럽은 국가별 화장품 규제와 유통망 진입 장벽이 높은 만큼 현지 판매 채널 확보 여부에 따라 브랜드별 실적이 차별화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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