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애플이 아이폰 판매 호조에 힘입어 시장 예상을 웃도는 실적을 기록했지만 향후 수익성에는 경고등이 켜졌다.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이 상승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애플은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응해 조달처 다변화 가능성을 열어두고 있다.
수익성 부담과 함께 향후 아이폰 판매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지난달 출시한 첫 폴더블폰은 초기 흥행에 성공했지만 공급 부족과 품질 문제가 불거지면서 판매 확대에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이다.
◆아이폰 잘 팔렸지만…메모리값에 이익률 하락 전망
2일(현지시간) 애플이 발표한 2026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1144억8000만달러(153조4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했다. 시장 전망치인 약 1134억달러를 웃도는 수준이다. 주당순이익(EPS)도 2.10달러로 시장 예상치를 상회했다.
실적 개선은 아이폰이 주도했다. 아이폰 부문 매출은 575억8000만달러(77조2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7.5% 증가했다. 아이폰18 프로 시리즈의 판매 호조와 제품 가격 인상이 매출 증가에 기여했다.
문제는 수익성이다. 애플의 4분기 매출총이익률은 47.9%로 직전 분기 50.1%보다 2.2%포인트 하락했다.
애플은 2027 회계연도 1분기 매출총이익률이 45~46%로 낮아질 것으로 전망했다. 전망치 상단을 적용하더라도 이번 분기보다 1.9%포인트 하락하는 수준이다.
애플 경영진은 향후 이익률 하락의 주요 요인으로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을 지목했다. 존 터너스 애플 최고경영자(CEO)는 메모리 가격 상승세가 다음 분기 이후에도 이어질 것으로 예상했다. AI 기반 시리(Siri) 기능 확대에 따른 비용도 이익률 전망에 영향을 미쳤다.
◆메모리값 상승에 K반도체 수혜…공급망 변화는 변수
애플의 원가 부담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시장의 수급 변화와 맞물려 있다. 주요 빅테크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 투자를 확대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서버용 메모리 수요가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주요 메모리 제조사들은 수익성이 높은 HBM과 서버용 제품에 생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이에 따라 스마트폰 등에 사용되는 범용 D램의 공급 여력이 제한되면서 메모리 가격 상승 압력이 커지고 있다.
이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반도체 기업에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고부가 제품의 판매 확대와 함께 범용 메모리의 평균판매가격(ASP) 상승에 따른 실적 개선도 기대할 수 있다.
다만 애플의 공급망 다변화 움직임은 변수다. 터너스 CEO는 지난달 15일(현지시간) 공개된 인터뷰에서 메모리 공급 부족에 대응하기 위해 모든 선택지를 검토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중국 메모리 제조사 창신메모리테크놀로지(CXMT)의 제품 도입 가능성도 거론되고 있다.
실제 도입 여부는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중국산 메모리가 애플 공급망에 진입할 경우 국내 반도체 기업의 경쟁 환경에도 변화가 나타날 수 있다.
◆첫 폴더블폰 아이폰듀오 흥행에도 품질 논란
애플이 아이폰 판매 성장세를 이어갈 수 있을지도 관심사다. 특히 지난달 23일 출시한 첫 폴더블 스마트폰 '아이폰 듀오'가 향후 실적에 얼마나 기여할지가 주목된다. 삼성전자가 먼저 진출한 폴더블폰 시장에 애플이 가세하면서 양사의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아이폰 듀오는 출시 직후 초기 주문 물량이 빠르게 소진되며 강한 수요를 보였다. 다만 복잡한 제조 공정에 따른 공급 제약으로 배송 일정이 지연되고 있다. 일부 주문의 예상 배송 시점은 내년 1월까지 밀린 것으로 전해졌다.
제품 품질 문제도 불거졌다. 출시 직후 일부 사용자들이 접히는 화면의 경첩 부근에서 균열이 발생했다고 신고했다. 애플은 소수 제품에서 내부 디스플레이 문제가 확인됐다며 해당 제품을 교체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터너스 CEO는 2일(현지시간) 아이폰 듀오의 디스플레이 문제로 반품된 제품은 극히 일부라고 설명했다. 현재 공급이 제한된 상황이지만 생산량을 확대해 수요에 대응하고 있다는 입장이다. 다만 수요와 공급이 언제 균형을 이룰지는 예측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아이폰 듀오는 지난 9월 26일 종료된 2026 회계연도 4분기 실적에 포함되지 않았다. 초기 판매 성과는 다음 분기부터 반영될 예정이다. 애플이 공급 부족과 품질 문제를 해소하고 삼성전자와의 경쟁에서 판매를 확대할 수 있을지가 향후 실적의 변수로 꼽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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