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미국 인공지능(AI) 기업들의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재무 건전성에 부담으로 작용하면서 신용평가에 경고등이 켜졌다. 메타와 오라클의 신용도 평가가 잇따라 악화된 데 이어 상장을 앞둔 앤트로픽도 향후 투기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최근 미국 증시에서도 AI 투자 수익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지수는 전 거래일 대비 2.86% 하락했다.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지수도 1.82% 떨어졌다. 대규모 AI 투자에 비해 실제 수익 창출 속도가 더딜 수 있다는 우려가 기술주 전반의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 메타 등급 전망 하향…AI 투자에 신용도 경고
지난달 30일(현지시간) 국제신용평가사 S&P 글로벌 레이팅스는 메타 플랫폼스(Meta Platforms)의 신용등급 전망을 기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했다. 장기 발행사 신용등급은 AA-로 유지했지만 AI 설비투자 확대에 따른 현금흐름 악화 가능성을 경고했다.
S&P는 메타의 AI 투자 수익화 능력이 다른 주요 기술기업에 비해 제한적이라고 평가했다. 앞으로 몇 년 동안 AI 관련 매출이 늘더라도 늘어나는 비용으로 인해 현금흐름이 언제 나아질지 모른다는 불확실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S&P는 메타의 잉여영업현금흐름이 내년 710억달러(94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할 것으로 전망했다. 높은 투자 수준이 이어지면서 2028년에도 현금 유출이 지속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특히 2028년에는 현금 부족분을 전액 차입으로 충당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메타의 설비투자 규모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지난달 21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설비투자는 금융리스 원금 상환액을 포함해 349억1000만달러(46조6000억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잉여현금흐름은 21억2000만달러(2조8000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다만 메타는 S&P의 평가에 반박했다. 외신에 따르면 메타는 “AI 투자 수익화 능력에 대한 S&P의 평가에 동의하지 않는다”며 "상당한 제품 및 사업 기회를 바탕으로 매우 견고한 신용도를 유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 오라클은 실제 강등…앤트로픽도 투기등급 우려
AI 투자에 따른 신용도 부담은 메타에만 국한되지 않는다. 클라우드 기업 오라클(Oracle)은 올해 S&P로부터 신용등급을 BBB-로 강등당했다. 투자적격등급 가운데 가장 낮은 단계다. 한 단계 더 하락하면 투기등급에 진입한다.
오라클은 AI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인프라 확충을 위해 막대한 자금을 투입하고 있다. S&P는 이 과정에서 확대된 부채 부담을 신용등급 하향의 주요 요인으로 판단했다.
앤트로픽도 신용도에 대한 우려가 제기됐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회사 블랙스톤은 투자자들에게 앤트로픽이 기업공개(IPO) 이후에도 투기등급인 BB급 신용등급을 받을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블랙스톤은 앞서 앤트로픽이 투자적격등급을 확보할 것으로 예상했으나 최근 전망을 변경했다.
앤트로픽은 AI 인프라 확충을 위해 외부 금융을 활용하고 있다. 지난달 26일(현지시간) 발표된 630억달러(84조1000억원) 규모의 거래에서는 금융기관이 AI 반도체 구매 자금을 조달하고 앤트로픽은 해당 장비를 임대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가 이어지는 만큼 향후 신용등급에 따른 자금조달 여건도 중요한 변수로 꼽힌다.
◆높아지는 자금조달 문턱…AI 투자 지속성 시험대
AI 투자 부담에 대한 우려는 미국 주식시장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증시에서는 아마존과 인텔의 실적 및 전망에 대한 실망감이 기술주 매도세를 자극했다. 투자비 회수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면서 나스닥지수는 지난 6월5일 이후 가장 큰 일일 하락률을 기록했다.
신용도 악화가 실제 차입 금리 상승으로 이어지면 AI 기업들의 투자비 부담은 더욱 커질 수 있다. 특히 외부 자금조달 의존도가 높은 기업일수록 자금조달 여건 변화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향후 기업들의 신용도와 현금창출력이 데이터센터 증설 계획을 좌우할 변수로 떠오르는 이유다.
미국 AI 기업들의 투자 방향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중요한 변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미국 빅테크의 데이터센터 투자 확대에 힘입어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 수요 증가의 수혜를 받고 있다. 주요 고객사의 자금조달 부담이 데이터센터 증설 지연이나 투자계획 축소로 이어진다면 향후 반도체 발주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국내 증시는 미국 기술주 급락 여파로 하락 출발했다. 2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1.62% 내린 5637.77에 거래를 시작했다. 다만 오전 들어 낙폭을 만회하며 상승 전환했다. 오전 11시 10분 기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각각 0.44%, 2.29% 상승하며 오름세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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