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아마존과 구글 모회사 알파벳(Alphabet)이 인공지능(AI) 관련 클라우드 사업에서 가파른 성장세를 기록했지만 대규모 설비투자로 잉여현금흐름 부담이 커졌자. AI가 기존 광고 수익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두 기업은 내년에도 AI 투자를 확대할 방침이다. 이에 따라 투자비 회수와 현금창출력 확보가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미국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 가능성이 중요한 변수로 부상했다.
◆ 본업과 성장 온도 차…클라우드가 실적 개선 주도
29일(현지시간) 아마존이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매출액은 2019억4000만달러(약 270조6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2%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281억달러(37조7000억원)로 약 61% 늘었다.
사업별 성장률 차이는 뚜렷했다. 주력 사업인 온라인스토어 매출은 684억7000만달러(91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 증가하는 데 그쳤다. 반면 클라우드 사업인 아마존웹서비스(Amazon Web Services·AWS) 매출은 459억8400만달러(61조6000억원)로 39.3% 급증했다. 약 5년 만에 가장 높은 성장률이다.
영업이익에서도 AWS의 기여가 두드러졌다. AWS의 3분기 영업이익은 178억달러(약 23조9000억원)로 아마존 전체 영업이익의 약 63%를 차지했다. 온라인 유통을 포함한 북미 사업의 영업이익은 87억달러였다.
다만 온라인스토어의 낮은 성장률에는 지난해 3분기에 진행했던 연례 할인행사 프라임데이가 올해 2분기로 이동한 영향도 반영됐다.
알파벳도 클라우드 사업이 높은 성장세를 보였다. 지난 28일(현지시간) 발표한 3분기 실적에 따르면 전체 매출은 1276억달러(171조원)로 전년 동기 대비 25% 증가했다.
기존 핵심 사업인 구글 검색 및 기타 부문 매출은 12% 증가했다. 반면 구글 클라우드 매출은 307억달러(41조원)로 103% 급증했다. 기업들의 AI 인프라 수요 확대와 자체 개발한 텐서처리장치(TPU) 시스템 판매 증가가 성장에 기여했다.
◆ 새 성장동력 AI, 기존 수익원 위협 가능성도
클라우드 사업이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부상했지만 AI 기술 확산이 기존 수익 구조를 변화시킬 가능성도 제기된다. 아마존은 온라인 쇼핑과 광고, 알파벳은 구글 검색 광고가 주요 수익원이다. 그러나 생성형 AI가 상품 탐색과 정보 검색을 대신하면 기존 플랫폼의 광고 노출과 수익화 방식도 달라질 수 있다.
아마존은 AI 쇼핑 에이전트의 확산이 변수다. 외부 AI 서비스가 소비자를 대신해 상품을 검색하고 구매하면 아마존 플랫폼의 광고 노출 기회가 줄어들 수 있다. 소비자와 직접 접촉하는 기회가 감소하면서 기존 쇼핑 광고 사업에도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앤디 재시 아마존 최고경영자(CEO)는 외부 AI 쇼핑 에이전트가 현재 광고 사업에 의미 있는 영향을 미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AI 에이전트를 통한 쇼핑 규모가 아직 크지 않다는 설명이다. 아마존은 자체 AI 쇼핑 서비스도 확대하고 있다.
알파벳은 이미 AI가 매출 성장률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 구글 검색 및 기타 부문 매출 증가율은 올해 1분기 19%에서 2분기 17%, 3분기 12%로 둔화했다.
필립 쉰들러 구글 최고사업책임자(CBO)는 3분기 콘퍼런스콜에서 AI 모드의 검색량 증가가 매출 성장률에 영향을 미쳤다고 설명했다. AI 모드의 광고 수익화 수준이 기존 검색보다 낮기 때문이다. 다만 환율 변동과 일부 광고 업종의 지출 변화도 성장률 둔화에 영향을 줬다고 밝혔다.
반면 AI 검색이 기존 검색 사업의 성장에 기여한다는 평가도 있다. 순다르 피차이 알파벳 CEO는 AI 기능 도입으로 검색 이용량이 확대되고 있으며, 전체 검색 건수의 전년 동기 대비 증가율이 최근 5년 중 가장 높았다고 설명했다.
결국 두 기업은 AI를 통해 새로운 수익원을 확보하는 동시에 기존 사업의 수익 구조도 유지해야 하는 과제를 안았다.
◆클라우드 호황에도 현금 유출…내년 투자 더 늘린다
대규모 인프라 투자에 따른 현금 유출은 두 기업 모두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아마존의 올해 3분기 말 기준 최근 12개월 누적 잉여현금흐름(FCF)은 423억5700만달러(56조8000억원) 적자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147억8800만달러(19조8000억원) 흑자에서 적자로 전환했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현금흐름은 1683억달러(225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29% 증가했다. 그러나 설비투자 관련 현금 지출도 늘면서 잉여현금흐름이 악화됐다. 아마존은 AI 관련 투자가 현금 유출 확대의 주된 원인이라고 설명했다.
알파벳의 3분기 잉여현금흐름도 90억6500만달러(12조1000억원)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244억6100만달러(32조8000억원) 플러스 현금흐름에서 마이너스로 전환한 것이다. 직전 분기(-58억5500만달러)와 비교해도 적자 폭이 확대되며 2개 분기 연속 마이너스를 기록했다.
알파벳은 3분기 영업활동으로 422억9000만달러(56조7000억원)를 창출했지만 유형자산 취득에 513억5500만달러(68조8000억원)를 지출했다.
현금흐름 악화에도 두 기업은 투자 확대 기조를 유지하고 있다. 아마존은 올해 현금 기준 설비투자 규모를 약 2200억달러(294조8000억원)로 제시했다. 재시 CEO는 내년 AI 인프라 투자 규모가 올해보다 상당히 늘어날 것으로 예상했다.
알파벳 역시 올해 설비투자 규모를 1950억~2050억달러(261조3000억~274조7000억원)로 전망했다. 아낫 아슈케나지 최고재무책임자(CFO)는 내년 설비투자도 상당히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AI 투자비 회수 우려에 주가 급락…K반도체에도 변수
시장에서는 AI 사업의 성장세 못지않게 투자에 따른 현금창출력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클라우드 매출이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에서도 막대한 설비투자가 이어지면서 투자비 회수 시점에 대한 불확실성이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아마존 주가는 29일(현지시간) 뉴욕증시에서 전 거래일 대비 4.25% 하락한 243.79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장 마감 후 실적 발표 이후에도 시간외 거래에서 약 7% 급락했다. 같은 날 알파벳 주가는 전 거래일 대비 12.64% 하락한 283.82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아마존은 시장 예상치를 밑돈 실적과 4분기 매출 전망, 대규모 설비투자 부담이 투자심리를 압박했다. 알파벳 역시 기대에 못 미친 매출과 검색 광고 성장률 둔화, 현금흐름 악화 등이 주가 하락의 주요 배경으로 지목됐다.
빅테크의 AI 투자 지속성은 국내 반도체 산업에도 중요한 변수다. AI 데이터센터 증설에는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해 서버용 D램과 기업용 솔리드스테이트드라이브(SSD) 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메모리 수요 확대에 힘입어 실적 성장세를 이어가고 있다. 아마존과 알파벳이 내년에도 투자를 확대할 방침인 만큼 국내 반도체 업계에도 추가적인 수요 확대 기회가 생길 수 있다. 그러나 빅테크의 현금흐름 부담이 장기화돼 투자 속도가 조정될 경우 국내 반도체 수요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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