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인턴기자] 소비자의 추억과 향수를 자극하는 '노스탤지어 마케팅'이 유통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의 '캪틴큐'와 농심의 '볶음너구리', 다마고치, 캐릭캐릭체인지 등 기업들이 익숙한 상품에 새로운 경험과 소장 가치를 더해 소비를 유도하고 있다.
롯데칠성음료는 지난 14일 캪틴큐를 한정 재출시했고 농심은 27일 볶음너구리를 다시 선보였다. 이달 16~29일 AK플라자 홍대에서는 캐릭캐릭체인지 팝업스토어가 운영된다. 신세계백화점도 25일부터 다음 달 3일까지 포켓몬스터와 짱구 등 유명 캐릭터를 활용한 대형 팝업 행사를 진행한다.
◆ 추억의 맛, 완판에 후속 상품까지
1980년 출시돼 2015년 단종된 캪틴큐가 11년 만에 돌아왔다. 롯데칠성음료는 과거 녹색 병 디자인을 유지하되 원료와 제조 방식을 바꿨다. 한정판에는 전용 잔과 기념주화를 넣어 소장 가치를 높였다.
지난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재출시를 기념해 준비한 한정판 '캪틴큐의 보물상자' 1만2000세트가 모두 판매됐다. CU에서는 25일까지 단품 1만개와 한정판 1200세트가 완판됐으며, GS25에서도 같은 기간 입고 물량의 약 99%가 팔렸다.
기존 브랜드의 맛을 새로운 제품으로 확장한 사례도 있다. 롯데웰푸드는 1983년 출시된 '돼지바'의 초콜릿 코팅과 딸기 시럽 등을 모나카 형태로 재해석한 돼지바빵을 선보였다.
지난 6월 롯데웰푸드에 따르면 돼지바빵은 출시 약 두 달 만에 540만개가 팔렸다. 같은 달 서울 샤로수길에서 운영한 '돼지바 빵집' 팝업스토어에는 열흘 만에 1만2000명 이상이 방문했다. 기존 브랜드의 인지도를 새로운 상품 판매와 체험형 행사로 확장한 덕이다.
GS25와 태극당도 지난해 4월부터 선보인 태극당 협업 아이스크림 6종이 올해 9월 말까지 누적 270만개가 판매했단. 이에 GS25는 이달 15일 오란다빵과 미니맘모스빵을 선보였다. 과거의 맛과 브랜드 이미지를 활용한 협업이 후속 상품 개발로 이어진 사례다.
◆ 캐릭터 IP, 소장 욕구가 매출로
캐릭터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한 상품도 판매 성과를 내고 있다. GS25는 지난 4월 1974년 탄생한 캐릭터 '몬치치'를 적용한 '몬치치 두바이하트초코틴'을 출시했다. 초콜릿에 캐릭터가 그려진 틴케이스를 결합해 먹는 즐거움과 소장 가치를 함께 제공한 상품이다.
GS리테일이 지난 5월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해당 상품은 출시 약 2주 만에 초도 물량 20만개가 완판됐다. 하루 최대 매출은 약 7000만원을 기록했다.
지난 8월 GS리테일이 발표한 실적발표에 따르면 2분기 편의점 사업 매출이 2조3844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영업이익은 714억원으로 21% 늘었다. 회사는 몬치치 등 IP 협업 상품의 판매 호조를 실적 개선 요인 중 하나로 설명했다.
백화점업계도 캐릭터 IP를 고객 유입과 매출 확대에 활용하고 있다. 이달 16일부터 29일까지 AK플라자 홍대점에서는 2008년 국내에서 방영된 애니메이션 '캐릭캐릭체인지' 팝업스토어가 운영된다. 한정판 굿즈와 포토존 등을 마련해 과거 애니메이션을 즐겼던 소비자들의 소장 욕구와 체험 수요를 동시에 겨냥했다.
AK플라자는 캐릭터 사업을 상설 공간으로도 확대하고 있다. 지난 8월 수원점에 약 600평 규모의 IP 특화 공간 '팝토피아'를 개장했다. 애니메이션 전문점과 피규어·굿즈 매장 등을 한데 모아 홍대점에서 운영해 온 IP 중심 사업을 다른 점포로 확장했다.
신세계백화점 역시 캐릭터 관련 매출이 증가하고 있다. 지난 25일 신세계백화점에 따르면 올해 1~9월 캐릭터·IP 관련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를 바탕으로 신세계백화점은 강남점에서 다음달 3일까지 '두근두근 캐릭터 페스타'를 진행한다. 마블과 포켓몬스터, 나루토 등 한정판 상품과 포토존, 추첨 행사 등을 결합해 캐릭터에 대한 관심을 매장 방문과 상품 구매로 연결하려는 전략이다.
◆ 추억만으로는 한계…초기 흥행에도 재단종
과거 상품에 대한 소비자의 관심에는 추억을 그리워하는 '노스탤지어(Nostalgia)'와 경험하지 않은 시대에 향수를 느끼는 '아네모이아(Anemoia)'가 영향을 미칠 수 있다. 하지만 이러한 감정이 모두 장기적인 판매 성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오리온의 '와클'은 2002년 출시돼 2006년 단종됐다. 이후 소비자 요청에 따라 2021년 3월 재출시됐다. 같은 해 4월 오리온에 따르면 출시 5주 만에 180만개가 팔렸고 월매출도 10억원을 넘어섰다. 그러나 초기 흥행에도 생산 효율성과 브랜드 운영 전략 등을 이유로 2024년 9월 다시 단종됐다.
농심의 카레맛 과자 'B29'도 1981년 출시돼 1991년 단종됐다가 2009년 재출시됐다. 그러나 3년 만인 2012년 다시 생산이 중단됐다. 이후 농심은 창립 60주년을 맞아 지난해 2월 B29를 또다시 선보였다. 두 차례 단종에도 재출시 요구가 이어질 만큼 팬층은 두터웠지만, 과거의 인기가 지속적인 판매로 이어지지는 못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구매력을 갖춘 20·30대를 중심으로 수집 열풍이 확산하면서 향수 마케팅의 범위도 넓어지고 있다"며 "어린 시절 즐겼던 애니메이션과 캐릭터를 다시 소유하고 싶은 욕구를 자극해 가격이 비싸더라도 원하는 상품에 기꺼이 돈을 쓰게 만든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렇다고 모든 복고 상품이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며 "현재는 구하기 어려운 과거의 상품이면서, 많은 사람이 당시의 기억을 공유할 만큼 인지도가 높아야 한다. 비슷한 마케팅이 늘어나고 있는 만큼 단순히 과거의 상품을 다시 내놓는 것만으로는 성공을 보장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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