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이재명 대통령이 의무공개매수제 도입을 둘러싸고 일반주주 보호와 기업 인수합병(M&A) 활성화의 균형점을 찾기 위한 공개 토론을 제안했다.
소액주주의 권익을 보호하는 동시에 기업의 경영권 거래가 위축되지 않도록 제도를 설계해야 한다는 문제의식에서 나온 제안이다. 관련 법안이 주주 간 형평성 논란으로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된 가운데 의무매수 비율과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매수 허용 여부가 핵심 쟁점이다.
이 대통령은 28일 자신의 엑스(X) 계정에 '의무공개매수제 관련 토론과 의견을 구합니다'라는 제목의 글을 올렸다. 그는 의무공개매수제의 취지에 공감하면서도 구체적인 매수 비율과 방식을 둘러싼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지배주주와 소액주주에게 동일한 비율로 매각 기회를 보장하면 경영권을 넘기는 지배주주가가 보유 지분을 모두 처분하지 못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이 경우 매각 유인이 줄어 기업 구조조정이나 M&A가 위축될 가능성이 있다는 설명이다.
반대로 전체 주식의 100%를 매수하도록 의무화하면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커져 거래 성사율이 떨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 대통령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전량 인수하고 나머지 물량을 소액주주에게 비례 배분하는 절충적 의견도 소개했다.
다만 특정 방안을 지지하기보다는 일반주주 보호와 M&A 활성화 사이에서 합리적인 균형점을 찾기 위한 의견 수렴을 요청했다.
◆28년 전 폐지된 의무공개매수제, 다시 논란
의무공개매수제는 상장기업의 경영권을 확보하는 과정에서 인수자가 일정 비율 이상의 주식을 공개매수하도록 하는 제도다. 경영권을 넘기는 지배주주뿐 아니라 일반주주에게도 경영권 프리미엄이 반영된 가격으로 주식을 매각할 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목적이다.
국내에서는 1997년 1월 도입됐지만 이듬해 2월 폐지됐다. 당시에는 기업 인수합병을 어렵게 만들어 구조조정을 지연시킬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이후 지배주주 중심의 경영권 거래에서 일반주주가 소외된다는 문제가 지속되면서 재도입 논의가 이어졌다.
금융위원회가 2022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21년 국내 기업결합 유형 가운데 주식양수도 방식의 비중은 84.3%였다. 영업양수도는 13.8%, 합병은 1.9%를 차지했다.
금융위는 주식양수도 방식의 경영권 거래에서 일반주주를 보호할 장치가 합병 등 다른 거래 방식보다 상대적으로 부족하다고 판단했다. 합병과 달리 지배주주가 보유 지분을 매각하는 과정에서 일반주주에게 주식매수청구권 등이 보장되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위는 2022년 의무공개매수제 재도입 방안을 발표했다. 인수자가 경영권을 확보할 때 기존에 취득한 지분을 포함해 전체 주식의 50%+1주 이상을 매수하도록 하는 방식이었다. 일반주주에게 매각 기회를 제공하면서도 전체 주식을 의무적으로 매수하는 데 따른 자금 부담을 줄이겠다는 취지였다.
올해 국회에서도 유사한 구조의 자본시장법 개정안이 추진됐다. 개정안은 지난달 17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이어 같은 달 28일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상장기업 주식의 25% 이상을 확보해 최대주주가 되거나 기존 최대주주가 지분을 추가로 취득하는 경우 의무공개매수가 적용된다. 이때 인수자는 기존 보유 지분을 포함해 전체 주식의 50%+1주 이상을 확보할 수 있도록 공개매수에 나서야 한다.
◆지배주주 먼저 팔면 일반주주 매각 기회 줄어
문제는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매수할 수 있다는 점이다. 국회 개정안에 따르면 인수자는 지배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취득한 뒤 전체 보유 지분이 50%+1주에 미달하면 부족한 물량만 일반주주에게 공개매수하면 된다.
예를 들어 인수자가 기존에 보유한 주식이 없고, 지배주주가 전체 주식의 40%를 보유한 상장기업을 인수한다고 가정해 보자. 총매수 목표는 50%+1주로 정한다.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 40%를 먼저 사들이면 일반주주에게 추가로 공개매수해야 하는 물량은 전체 주식의 10%+1주다. 나머지 60%를 보유한 일반주주 전원이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 신청하면 각 주주는 보유 지분의 약 6분의 1만 매각할 수 있다.
반면 대주주와 일반주주 모두 동일한 비율로 주식을 매각하는 방식이라면 결과가 달라진다. 전체 주식의 50%+1주를 비례적으로 매수하고 모든 주주가 보유 주식 전량을 매도 신청할 경우, 각 주주는 보유 지분의 절반을 조금 넘는 수준까지 매각할 수 있다.
두 방식 모두 인수자가 매수하는 전체 주식 수는 같다. 그러나 선행매수 방식에서는 대주주가 지분 전량을 처분할 수 있는 반면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는 제한된다.
대주주가 이미 전체 주식의 과반을 보유한 기업이라면 차이는 더욱 커진다. 인수자가 해당 지분을 전량 매수하는 것만으로 의무매수 기준을 충족할 수 있어 일반주주에게 별도의 공개매수 기회가 주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이러한 구조에 국내외 자산운용사 18곳이 반발했다.
라이프자산운용과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등은 지난달 29일 공동성명을 통해 관련 법안의 국회 본회의 처리를 보류하고 제도 설계를 재논의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운용사들은 50%+1주라는 의무매수 비율 자체보다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매수를 허용한 구조를 문제 삼았다. 같은 종류의 주식을 보유하고도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서로 다른 비율로 매각할 수 있는 것은 주주 간 형평성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이들이 제시한 대안은 지배주주를 포함한 모든 주주에게 동일한 안분비례 원칙을 적용하는 방식이다. 인수자가 매수해야 하는 전체 주식 수를 늘리지 않으면서 일반주주에게도 동등한 비율의 매각 기회를 보장하자는 것이다.
◆주주 보호와 M&A 활성화 사이 절충점 주목
반면 지배주주 지분의 선행매수를 제한하면 경영권 거래 자체가 어려워질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지배주주가 보유 지분 전량을 처분하지 못하면 경영권을 넘긴 뒤에도 상당한 지분을 계속 보유해야 할 수 있다. 남은 주식을 시장에서 처분할 경우 경영권 프리미엄을 온전히 회수하기 어렵다는 문제도 발생한다.
경영권 매각을 통해 투자금을 회수하려는 지배주주 입장에서는 거래에 참여할 유인이 줄어든다. 이는 기업 구조조정이나 M&A를 위축시키는 요인이 될 수 있다.
전체 주식의 100%를 의무적으로 매수하는 방안도 대안으로 거론되지만 인수자의 자금 부담이 크게 늘어난다는 한계가 있다.
따라서 제도 설계의 쟁점은 의무매수 비율뿐 아니라 매수 순서와 매각 기회의 배분 방식으로 확대된다. 대주주의 경영권 매각 유인을 유지하면서 일반주주의 권익을 어느 수준까지 보장할지가 핵심이다.
국내외 자산운용사들의 반발 이후 관련 법안은 지난 1일 예정됐던 국회 본회의 상정이 보류됐다. 이 대통령이 공개적으로 의견 수렴에 나서면서 의무매수 비율과 대주주 선행매수 허용 여부를 둘러싼 논의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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