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인턴기자] 세계 재생에너지 신규 발전설비 설치량이 5년 만에 감소할 전망인 반면, 에너지저장장치(ESS) 신규 설치량은 올해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누적 발전설비가 늘면서 전력망 부족과 특정 지역·시간대의 전력 공급 집중 문제가 커지고 있다. 전력망 확충과 ESS 투자 필요성이 높아지면서 국내 전력기기·배터리 기업의 수주 기회도 확대되고 있다.
지난 27일(현지시간) 프란체스코 라 카메라(Francesco La Camera)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사무총장은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올해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 증가량이 지난해보다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발전소 건설 속도를 전력망 확충이 따라가지 못하고 무역장벽도 부담으로 작용한다는 분석에 따른 전망이다.
우리나라는 호남 지역의 전력망 부족을 해결하기 위해 기존 송·배전망에 태양광 발전소를 추가로 연결하기로 했다. HD현대일렉트릭과 LG에너지솔루션 등이 국내 ESS 구축사업에 참여하고 있으며, 삼성SDI와 산일전기는 미국에서 관련 공급계약을 확보했다.
◆ 재생에너지 신규 설치 5년 만에 감소…중국이 주원인
지난 4월 IRENA에 따르면 지난해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발전설비는 증가분은 692기가와트(GW)로 사상 최대치를 기록했다. 누적 설비용량도 5149GW로 전년 대비 15.5% 증가했다.
그러나 올해는 신규 설치량이 꺾일 전망이다. 프란체스코 IRENA 총장의 발언에 이어 지난 15일 블룸버그NEF(BNEF)도 전 세계 태양광 신규 설치량은 지난해 655GW에서 올해 584GW로 10.8% 감소할 수 있다고 예상했다.
가장 큰 원인은 중국의 설치량 감소다. 지난해 중국은 전 세계 신규 재생에너지 설비의 약 64%를 차지했다. 그러나 지난 26일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은 올해 1~9월 중국의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110.83GW로 전년 동기보다 약 54% 감소했다고 발표했다.
중국은 지난해 6월 새로 가동하는 태양광·풍력발전소의 전력 판매가격 제도를 개편했다. 전력 판매가격에 시장 수급을 반영하고 일부 물량에 대해서만 가격 차액을 정산하는 방식이다.
이에 사업자들이 기존 제도를 적용받기 위해 지난해 6월 이전에 발전소를 서둘러 완공하면서 설치량이 일시적으로 급증했다. 올해는 이 같은 기저효과에 시장 포화와 전력망 부족까지 겹쳤다.
◆ 발전량은 늘어도 제값 못 받아…전력망·ESS 수요 증가
전체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감소하더라도 기존 발전소가 계속 가동되고 새로운 설비도 추가되는 만큼 전체 발전량은 늘어날 전망이다. 문제는 늘어나는 태양광 발전량을 전력망이 충분히 수용하지 못한다는 점이다.
송·배전망에 여유가 없으면 발전량을 강제로 줄이는 출력제어(Curtailment)가 발생한다. 낮 시간에 태양광 발전이 집중되면서 전기 공급이 수요를 웃돌면 도매가격이 떨어지는 가격 잠식 효과(Price Cannibalisation)도 나타난다.
전력망 부족은 신규 발전사업의 지연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지난 9월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5년 기준 전력망 연결을 기다리는 재생에너지 발전사업은 최소 1700GW, 대규모 배터리 사업은 600GW에 달한다. IEA는 늘어나는 전력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 2035년까지 세계 전력망의 전력 수송 능력을 최소 30% 확대해야 한다고 분석했다.
이에 전력망 확충과 함께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ESS는 낮에 생산한 전기를 저장했다가 저녁 시간같이 필요한 시간대에 공급해 전력망 부담을 분산한다. 시간대별 전력가격 차이를 활용하는 시장에서는 판매 수익을 높이는 데도 활용할 수 있다.
이러한 이유로 지난 9월 중국 국가에너지국(NEA)에 따르면 올해 6월 말 ESS 누적 설치량은 153GW로 전년 동기보다 61% 증가했다. 중국 정부는 2030년까지 이를 300GW로 늘릴 계획이다. 지난 21일에는 기존 석탄발전소의 송전망을 태양광·풍력발전에 활용하고 ESS 설치를 지원하는 방안도 발표했다.
세계 ESS 시장도 성장을 이어갈 전망이다. 지난 22일 BNEF는 올해 세계 신규 ESS 설치량이 출력 기준 188GW, 저장용량 기준 535GWh로 전년 대비 45%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내년에도 신규 설치량이 209GW로 늘어날 전망이다.
◆ 호남 전력망 개편 본격화…국내 ESS 시장 확대
우리나라는 중국과 달리 태양광 설치가 늘어날 전망이다. 지난 6월 한국수출입은행은 국내 신규 태양광 설치량이 지난해 3.1GW에서 올해 3.5GW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했다. 그러나 발전소가 밀집한 호남 일부 지역은 전력망 부족으로 신규 발전사업의 계통 연결이 2034년 이후로 밀린 상황이다.
이에 기후에너지환경부는 전력망 수용 한도가 초과할 때만 발전량을 줄이는 유연접속(Non-firm Access)을 도입해 호남의 태양광 수용 용량을 2.6GW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2030년까지 배전망 ESS와 변전소 ESS를 활용해 태양광 발전설비 3GW와 1.6GW를 각각 추가 연결할 계획이다
이에 지난 7월 국내 배전망 ESS 구축사업에 LG에너지솔루션과 HD현대일렉트릭이 운영사업자로 선정됐다. 삼성SDI 배터리도 전체 사업 물량의 약 66%에 채택됐다. 이번 사업에서는 32개 배전선로에 총 640메가와트시(MWh)의 ESS를 구축해 태양광 182.4MW를 추가 연결할 예정이다.
국내 ESS 사업은 기업 매출에도 반영됐다. HD현대일렉트릭은 지난 27일 3분기 매출 1조1799억원(+18.5%), 영업이익 2845억원(15.1%)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수주한 전남 신안 안좌도 ESS 사업의 매출이 반영된 효과다. 장기적으로는 변압기와 배전기기 등을 공급하는 LS ELECTRIC이 수혜를 입을 전망이며, LS일렉은 지난 21일 3분기 매출 1조8778억원(+54.4%), 영업이익 2335억원(131.7%)을 기록했다고 발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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