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한국의 올해 2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인공지능(AI)발 반도체 호황에 힘입어 사상 처음으로 독일과 일본의 합계를 넘어섰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과 수출액이 급등하면서 대외 흑자 규모도 빠르게 불어났다.
다만 현재 흑자 확대가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이 AI 붐과 메모리 반도체 가격 상승의 수혜를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중장기적으로는 경상수지 흑자 규모도 점차 축소될 것으로 내다봤다.
◆2분기 경상흑자 1166억달러…독일·일본 합계 첫 추월
이재명 대통령은 지난 25일 엑스(X·옛 트위터)에 올해 2분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독일과 일본의 흑자를 합친 규모를 넘어섰다는 내용의 기사를 공유했다.
이 대통령은 이를 “AI 시대 핵심 산업인 반도체를 비롯한 국내 기업이 세계 시장에서 만들어낸 성과”라고 평가했다. 이어 산업 경쟁력을 높이고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려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수록된 IMF 통계에 따르면 올해 2분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1166억3000만달러로 집계됐다. 25일 환율 기준 약 154조4000억원이다.
같은 기간 수치가 확인되는 주요 36개국 가운데 중국의 1937억2000만달러(256조4000억원)에 이어 두 번째로 많았다. 독일은 522억8000만달러(69조2000억원), 일본은 506억2000만달러(67조원)의 흑자를 각각 기록했다.
독일과 일본의 흑자 합계는 1029억달러로 한국보다 137억3000만달러가량 적었다. 세 나라의 통계를 모두 비교할 수 있는 1996년 1분기 이후 한국의 분기 경상수지 흑자가 독일과 일본의 합계를 넘어선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증가 폭은 더욱 두드러진다. 지난해 2분기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는 283억9000만달러(37조6000억원)로, 1년 만에 약 4.1배로 늘었다. 같은 기간 독일과 일본의 흑자 증가율은 각각 11.9%, 5.0%에 그쳤다.
◆AI가 끌어올린 반도체 수출…경상흑자도 급증
흑자 확대를 이끈 핵심은 반도체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올해 2분기 반도체 수출액은 1138억9000만달러(150조8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181.6% 증가했다. 3분기에는 1480억2000만달러(196조원)로 늘면서 증가율이 218.7%까지 높아졌다.
글로벌 빅테크의 AI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고대역폭메모리(HBM)를 비롯한 메모리 수요가 급증한 영향이다. IMF는 지난 15일(현지시간) 공개한 아시아·태평양 지역경제전망에서 한국이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생산에서 높은 비중을 차지해 AI 붐에 따른 수출 효과를 일본보다 크게 받고 있다고 분석했다.
IMF에 따르면 지난 7월 글로벌 반도체 가격은 전년 동월보다 173% 상승했다. 한국과 대만처럼 첨단 메모리·로직 반도체 생산 비중이 높은 국가의 교역조건과 순수출도 크게 개선됐다.
반도체 수출 증가는 경상수지 흑자 확대로 이어지고 있다. 지난 8월 경상수지는 461억1000만달러(61조원) 흑자를 기록했다. 한국은 2023년 5월 이후 올해 8월까지 40개월 연속 경상수지 흑자 흐름을 이어갔다.
IMF는 10월 세계경제전망에서 올해 한국의 연간 경상수지 흑자를 4219억4600만달러(558조6000억원)로 전망했다. 전망치가 있는 190개 국가·지역 가운데 중국에 이어 두 번째로 큰 규모다.
한국은행도 지난 22일 올해 경상수지 흑자가 지난 8월 전망치인 4500억달러(595조7000억원)를 웃돌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경기의 강한 호조세가 기존 전망보다 높은 성장 흐름을 이끌고 있다는 평가다.
◆반도체 호황, 내수로 번지는 힘은 제한적
현재의 수출 증가세가 반도체에 크게 의존하고 있다는 점은 변수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속도가 둔화하거나 메모리 공급이 빠르게 늘어날 경우 반도체 가격과 수출 증가율이 동시에 낮아질 수 있다.
IMF는 올해 4219억4600만달러로 예상되는 한국의 경상수지 흑자가 2029년 2956억5600만달러(391조4000억원)로 줄어들 것으로 전망했다. 2031년에는 1774억9100만달러(235조원)까지 감소할 것으로 내다봤다.
반도체 호황의 파급력이 다른 산업보다 제한적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한국은행은 지난 7월 발간한 ‘이번 교역조건 개선은 왜 다른가: 반도체 경기 호조의 실물경제 파급영향’ 보고서에서 최근 교역조건 개선의 수혜가 정보기술(IT) 부문에 집중돼 있다고 분석했다.
하지만 수혜가 IT 부문과 일부 계층에 집중된다는 점은 파급효과를 제약하는 요인으로 꼽혔다. 반도체 산업은 생산·고용 유발효과가 상대적으로 낮은 데다 제조장비의 수입 의존도도 높다. 국내 반도체 기업의 해외 직접투자 확대도 내수 파급효과를 제한하는 요인이다.
이 대통령은 이날 X에서 “중요한 것은 이 성장의 물결이 국민 모두의 삶을 바꾸는 힘이 되게 하는 것”이라며 경제 활력이 더 많은 투자와 일자리, 소득 증가로 이어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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