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주명호 기자] SK하이닉스가 손자회사 솔리다임의 미국 나스닥 상장 검토를 전격 중단했다. 최근 급격히 커진 금융시장 변동성으로 인해 상장시 솔리다임의 적정 가치를 인정 받는데 불리한 상황이 펼쳐질 수 있다고 판단하면서다.
다만 시장 환경 개선에 따라 다시 상장을 준비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미국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 필요성이 여전한 상황일 뿐더러 중장기 주주가치 제고 차원의 주주환원 여력 확보에도 도움을 줄 수 있다는게 하이닉스의 입장이다.
23일 SK하이닉스는 솔리다임의 상장 전 투자유치(프리IPO)와 기업공개(IPO) 검토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최근 자본시장 여건과 주가 흐름을 고려할 때 현시점의 상장이 SK하이닉스와 기존 주주에게 가장 유리한 선택인지 재점검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하이닉스 관계자는 "최근 금융시장 변동성이 커 상장 시 적정 가치를 평가 받기에 최적의 타이밍이 아니라고 봤다"고 설명했다.
솔리다임은 하이닉스가 2020년 인텔의 낸드·SSD 사업 인수 계약을 체결한 뒤 2021년 12월 1차 인수를 마치면서 출범한 미국 현지 법인이다. 지난해 3월 인수를 마무리 후 기존 미국 법인을 AI컴퍼니로 개편하고 낸드·SSD 사업을 산하 솔리다임으로 이전하면서 현 모습을 갖췄다. 이후 지난 9월부터 미국 현지 별도 상장 가능성이 구체적으로 거론되기 시작했다.
실제 솔리다임이 상장을 검토했던 나스닥 시장은 최근 한 달 사이 상승세가 꺾이고 등락폭이 커진 모습을 보였다. 지난달 22일(현지시간) 2만7244.28이었던 나스닥 종합지수는 이달 22일 2만6008.86으로 한 달 사이 4.53% 하락했다. 일단위 흐름 역시 반등과 급락을 반복하는 등 불안정한 움직임이 지속되고 있다. 인공지능(AI) 투자 비용과 자금조달 부담에 대한 우려가 기술주 투자심리를 흔들면서 반등, 조정이 반복되고 있는 것으로 관측된다.
하이닉스는 이 때문에 솔리다임이 상장에 나설 경우 당초 목표했던 기업가치를 인정 받기 어려울 수 있다고 봤다. 앞서 시장에서는 솔리다임의 상장시 기업가치가 최대 1500억달러에 이를 것이란 전망을 내놓은 바 있다. 기업가치를 충분히 인정받지 못하면 외부 자본 유치의 실익도 줄어들 수밖에 없다.
다만 하이닉스는 상장 검토 중단과 별개로 솔리다임의 장기성장과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노력은 이어간다는 입장이다. 하이닉스는 “생산능력 확대와 경쟁력 강화를 위해 투자 시기와 규모, 자금조달 방식을 지속적으로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향후 시장 환경이 개선되면 상장 방안을 다시 검토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하이닉스 입장에서는 솔리다임 상장 유인이 여전히 유효하기 때문이다. 하이닉스는 "미국 생산거점 확보를 위한 투자 수요가 여전하고, 외부 자본을 활용하면 자체 재원 투입 부담을 낮추면서 주주환원 여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상장을 통한 자본 조달이 설비투자와 함께 배당, 자사주 매입·소각 등을 뒷받침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만 상장을 재추진하더라도 국내에서 불거진 중복상장에 따른 주주가치 훼손 우려는 해소해야 할 과제다. 적정 기업가치를 인정받는 것과 별개로 지분 희석과 모회사 할인에 대한 주주들의 우려는 여전할 수 있다는 시각에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상장시 구체적인 조건과 주주보호 방안을 밝힐 수 있어야 주주들을 설득할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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