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미국에서 인공지능(AI) 데이터센터 건설을 둘러싼 지역사회 반발이 확산되면서 대규모 개발사업이 잇따라 무산되고 있다. 빅테크 기업들이 AI 인프라 투자를 확대하고 있지만 전력망 부담과 냉각용수 확보, 환경오염 우려 등이 건설의 걸림돌로 떠올랐다. 막대한 투자금뿐 아니라 전력과 물, 지역사회 수용성을 확보하는 것이 데이터센터 개발의 핵심 조건으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미국 에너지·환경 전문매체 히트맵(Heatmap)이 지난 6일(현지시간) 공개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지역사회 반발로 취소된 미국 데이터센터 사업 예정 투자 규모는 최소 2600억달러(364조원)에 달했다. 3분기에만 약 1300억달러 규모의 사업이 취소됐다. 이는 지난해 연간 취소 규모를 웃도는 수준이다. 해당 집계에는 텍사스와 뉴욕의 주정부 차원 인허가 중단으로 지연된 사업은 포함되지 않았다.
다른 조사에서도 개발 차질이 확인됐다. 지난 18일(현지시간) 파이낸셜타임스(FT)가 인용한 조사에 따르면 올해 미국에서 최소 47개 대형 데이터센터 프로젝트가 지연되거나 철회됐으며, 당국의 승인을 받지 못한 사례도 발생했다.
◆전력·물 부족에 주민 반발까지…데이터센터 건설 잇따라 무산
텍사스주 샌마커스는 용수 부담을 둘러싼 갈등이 개발 제한으로 이어진 사례다. 해당 사업은 하루 최대 7만갤런의 물을 사용할 것으로 예상돼 주민 반발을 샀다.
데이터센터 개발에 제동이 걸리는 배경에는 전력과 용수 확보 문제, 지역사회의 반발이 복합적으로 작용하고 있다. 대규모 데이터센터는 막대한 전력을 소비하는 데다 서버에서 발생하는 열을 식히기 위해 상당한 양의 물을 사용한다. 지역에 따라 전력망 부담과 수자원 고갈 우려가 커지면서 주민 반대가 실제 인허가 거부와 사업 철회로 이어지고 있다.
실제 텍사스주 샌마커스에서는 데이터센터 개발 계획이 주민 반발에 부딪혔다. 해당 시설은 연간 2500만갤런(약 9만5000㎥) 이상의 물을 지역 대수층에서 사용할 수 있다는 우려를 샀다. 시의회는 지난 2월 사업자의 시 편입 신청을 부결한 데 이어 6월16일(현지시간)에는 시 경계 내 데이터센터 개발을 사실상 금지하는 조례 개정안을 통과시켰다.
빅테크 기업도 예외는 아니다. 마이크로소프트(MS)는 지난해 10월 위스콘신주 칼레도니아에서 추진하던 244에이커(약 98만7000㎡) 규모의 데이터센터 부지 개발 계획을 철회했다. 주민들은 소음과 교통량 증가, 토지 이용 문제 등을 우려했다. MS는 지역사회 의견을 반영한 결정이라면서도 위스콘신 남동부 지역에 대한 투자는 이어가겠다고 밝혔다.
개별 사업을 둘러싼 갈등은 주정부 차원의 인허가 제한으로도 이어지고 있다. 그레그 애벗 텍사스 주지사는 지난 9월 21일(현지시간) 전력망과 수자원에 대한 점검이 완료될 때까지 데이터센터 관련 신규 환경 허가 발급을 중단하도록 지시했다. 데이터센터의 전력 사용이 지역 전력망의 안정성을 해치지 않는지, 주민들에게 필요한 수자원을 침해하지 않는지 확인하겠다는 취지다. 신청과 심사는 이어질 수 있지만 신규 허가 발급이 제한되면서 착공 전 단계의 사업들이 영향을 받게 됐다.
◆물 아끼면 전력 더 쓴다…데이터센터 냉각의 딜레마
특히 냉각용수는 데이터센터 개발을 둘러싼 주요 갈등 요인으로 떠오르고 있다. AI 연산에 사용되는 고성능 반도체는 작동 과정에서 많은 열을 발생시키며, 이를 식히는 냉각 방식에 따라 상당한 양의 물이 소비된다.
미국 로런스버클리국립연구소(LBNL)에 따르면 2023년 미국 데이터센터가 직접 소비한 물은 약 6600만㎥로 추정됐다. 전력 생산 과정에서 간접적으로 소비된 물은 약 8억㎥로 직접 소비량의 12배 수준이었다.
빅테크 기업들의 물 소비량도 증가하고 있다. 구글의 지난해 전 세계 물 소비량은 약 4114만㎥로 전년 대비 34% 늘었다. 이 가운데 데이터센터에서 발생한 물 소비량이 전체의 97%를 차지했다.
문제는 물 소비를 줄이기 위한 기술적 대안에도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박세연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20일 발간한 '데이터센터 멈춘 건 허가, 커진 건 투자' 보고서에서 건식 냉각 방식이 물 사용량을 약 95% 줄일 수 있지만 전력 소비는 20~40% 증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물을 절약하는 대신 더 많은 전력이 필요한 구조다.
반도체에 냉각수를 직접 순환시키는 액체냉각 기술도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다만 박 연구원은 액체냉각의 물 절약 효과가 건물 외부로 열을 배출하는 방식에 따라 달라진다고 분석했다. 반도체를 효율적으로 식히더라도 외부에서 증발식 냉각을 사용하면 물 소비를 피하기 어렵다는 설명이다.
◆건설은 막혀도 수요는 여전…국내 전력·냉각업계 영향은
인허가 장벽이 높아졌지만 데이터센터 수요 자체가 감소했다고 보기는 어렵다. 글로벌 부동산 서비스업체 CBRE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북미 주요 8개 시장에서 공사 중인 데이터센터 용량은 7481MW로 사상 최대 수준을 기록했다. 지난해 하반기 대비 24.8% 증가한 규모다.
공사 중인 용량의 80.4%는 이미 임차인이 확보된 상태다. 주요 시장의 데이터센터 공실률도 1.4%로 사상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지역별 개발 제한에도 AI 인프라를 확보하려는 수요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풀이된다.
사업이 취소되더라도 다른 곳에서 투자가 이어지는 사례도 확인됐다. 박 연구원은 2023년 이후 주요 데이터센터 취소·보류 사례 10건 가운데 6건에서 임차인 변경이나 다른 부지로의 투자 이전이 확인됐다고 분석했다. 다만 이는 사례 수를 기준으로 한 것으로, 취소된 투자 규모만큼 신규 투자가 이뤄졌다는 의미는 아니다.
이 같은 변화는 국내 데이터센터 관련 산업에도 영향을 미칠 전망이다. 인허가 지연으로 전력·냉각설비 발주가 늦어질 수 있다. 반면 전력과 용수 확보 기준이 강화되면서 고효율 냉각장치와 자체 발전설비에 대한 수요는 확대될 가능성이 있다.
국내에서는 효성중공업과 HD현대일렉트릭, LS ELECTRIC 등이 데이터센터용 전력기기 공급망에 참여하고 있다. LG전자는 액체냉각 장비 사업을 확대하고 있으며, 두산에너빌리티와 HD현대중공업, 두산퓨얼셀 등은 미국 데이터센터 관련 발전설비 공급계약을 확보한 상태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