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국내 화장품 산업의 유통채널로 약국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피부 효능과 기능성 성분을 중시하는 소비가 확대되면서 약사의 전문 상담을 결합한 판매 방식이 주목받고 있다. 향후 약국 전용 제품 개발과 유통망 확대가 이어질 경우 국내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의 성장 기회도 넓어질 것이라는 분석이다.
조경진 IBK투자증권 연구원은 22일 '피부과학에서 찾은 K-Beauty의 미래' 보고서에서 화장품 산업의 경쟁 기준이 가격과 유행에서 피부 효능과 전문성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특히 피부장벽 개선과 민감성 피부 관리 등 구체적인 피부 고민에 대응하는 더마코스메틱(Dermocosmetics) 시장의 성장에 주목했다.
더마코스메틱은 피부과학(Dermatology)과 화장품(Cosmetics)을 결합한 개념이다. 피부 관리에 관한 임상 근거와 기능성 성분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조 연구원은 소비자의 피부 고민이 세분화될수록 전문적인 상담과 제품 추천이 가능한 약국의 역할도 커질 것으로 내다봤다.
◆유럽선 이미 주요 판매처…로레알 더마 사업부 성장세
약국을 통한 화장품 판매는 유럽에서 먼저 자리 잡았다. 프랑스에서는 일반 약국인 파르마시(Pharmacie)와 건강·미용 제품을 전문적으로 판매하는 파라파마시(Parapharmacie)가 더마코스메틱의 주요 유통채널로 활용되고 있다.
세계 최대 화장품 기업 로레알이 보유한 라로슈포제(La Roche-Posay), 세라비(CeraVe), 비쉬(Vichy) 등이 대표적이다. 이들 브랜드는 약국과 드럭스토어를 주요 판매 거점으로 활용하며 피부 관리 전문성을 강조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유럽 더마코스메틱 시장에서 약국·드럭스토어 채널이 차지하는 비중을 약 32%로 추정했다.
일반 화장품 매장과 약국의 차이는 제품을 선택하는 과정에서 나타난다. 헬스앤뷰티(H&B) 스토어에서는 인기 순위와 신제품, 소비자 후기 등이 구매에 영향을 미치는 반면 약국에서는 약사의 상담과 제품의 성분·효능에 대한 신뢰가 차별화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
더마코스메틱 시장 성장 사례는 로레알 실적에서도 확인된다. 로레알이 지난 7월 29일(현지시간) 발표한 상반기 실적에 따르면 더마톨로지컬 뷰티 사업부의 매출은 동일 기준 전년 동기 대비 11.3% 증가했다. 같은 기간 그룹 전체 매출 성장률인 6.8%를 웃도는 수준이다. 더마 사업부의 영업이익률은 28.4%로 럭셔리 사업부(22.1%)보다 6.3%포인트 높았다.
◆무신사도 약국 품었다…전문 상담 결합한 '파머시 뷰티'
국내 유통업계에서도 화장품과 약국을 결합한 매장이 등장하고 있다.
무신사는 지난 9월 11일 서울 마포구에 첫 뷰티 단독 매장인 '무신사 뷰티 홍대'를 개장하면서 온누리약국과 협력한 '파머시 뷰티(Pharmacy Beauty)'를 선보였다.
해당 매장은 지하 1층부터 지상 3층까지 총 4개 층, 약 400평 규모로 조성됐다. 지하 1층에는 176㎡(약 53평) 규모의 약국 공간을 마련했다. 약사가 상주하며 소비자의 피부 고민에 맞춘 제품 상담을 제공하고, 모발·두피 관리와 여드름·피부 트러블 등에 특화된 공간도 운영한다.
무신사는 전국 약 2200개 가맹 네트워크를 보유한 온누리약국과 협력을 통해 기존 뷰티 편집숍과 차별화된 약사의 전문 상담을 결합한 구매 경험을 제공한다는 구상이다. 화장품과 건강기능식품, 일반의약품을 한 공간에서 구매할 수 있도록 구성해 외국인 관광객과 젊은 소비자가 집중되는 홍대 상권의 수요를 공략하고 있다.
◆전국 약국 2만6000곳…K뷰티 새 유통망 될까
약국을 통한 화장품 판매가 확대될 경우 전국에 구축된 약국망은 K뷰티 브랜드의 새로운 유통 기반이 될 수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전국 약국 수는 2022년 2만4389곳에서 2025년 2만5593곳으로 4.9% 증가했다. 현재 국내에는 약 2만6000개의 약국이 운영되고 있지만 화장품은 아직 일부 약국에서만 취급하는 품목에 머물러 있다. 대부분 처방 의약품 조제와 일반의약품, 건강기능식품 판매를 중심으로 운영되고 있어 향후 기능성 화장품 취급 확대에 따른 성장 여력이 남아 있다는 분석이다.
특히 외국인 관광객이 집중되는 상권에서는 약국의 판매 방식에도 변화가 나타나고 있다. 조 연구원은 명동과 광화문, 강남 등에서 일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뿐 아니라 피부 관리 및 뷰티 관련 제품을 함께 판매하는 약국이 증가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기존 처방·조제 중심의 약국과 달리 다양한 상품을 진열하고 소비자가 직접 제품을 선택하도록 구성한 매장도 등장하고 있다. 피부 관리에 관심이 높은 외국인 관광객을 대상으로 전문적인 상담과 제품 판매를 결합하는 방식이다.
이러한 변화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전개하는 더마코스메틱 브랜드에도 새로운 성장 기회로 작용할 전망이다. 의약품 연구개발 과정에서 축적한 피부과학 관련 전문성을 화장품에 활용하고, 약국 등 전문 유통채널을 통해 소비자 접점을 넓힐 수 있다는 점에서다.
국내 주요 제약사들은 이미 화장품 사업에 뛰어들었다. 유한양행은 제약 연구 기술을 접목한 뷰티 브랜드 '딘시'를 운영하고 있으며, 한미약품그룹의 지주사 한미사이언스는 약국 유통망을 활용하는 '프로캄'에 이어 올해 5월 프리미엄 더마 브랜드 '아데시'를 출시했다.
이 밖에도 대웅제약의 '이지듀', 동국제약의 '센텔리안24', 동아제약의 '파티온' 등이 기능성 화장품 시장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조 연구원은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의약품 사업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고 새로운 성장동력을 확보하기 위해 화장품 사업을 강화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기존 연구개발 역량을 소비자용 제품으로 확장하는 동시에 반복 구매 수요를 확보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