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인턴기자] 국제통화기금(IMF)이 AI 투자 급랭에 따른 세계 경제 충격을 경고했다. AI 투자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해 투자가 줄고 금융시장 충격까지 겹치면 2028년에는 세계 실질 국내총생산(GDP)이 기존 전망보다 1.1% 낮아질 수 있다는 분석이다. 한국 등 아시아 첨단기술 수출국은 더 큰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다.
지난 13일(현지시간) IMF는 '2026년 10월 세계경제전망(World Economic Outlook, WEO)'에서 올해 세계경제 성장률을 3.1%, 내년은 3.4%로 전망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중동 전쟁과 고유가에 따른 경기 둔화를 일부 상쇄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하지만 AI 투자의 수익성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게 되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이 동시에 충격을 받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
◆ AI 투자 성공하면 성장…공급 부족 땐 가격 급등
IMF는 AI 투자 성과에 따라 세 가지 시나리오를 제시했다.
시나리오 A는 AI 투자가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지는 경우다. 미국과 중국의 인프라 투자가 확대되면서 2029년 세계 GDP가 기본 전망보다 0.6% 높아질 것으로 추산했다. 미국의 전체 투자 규모도 2029년 기본 전망 대비 4% 늘어날 것으로 가정했다.
시나리오 B는 AI 수요에 비해 아시아의 첨단기술 제품 공급이 부족한 상황이다. IMF는 아시아 첨단기술 수출국의 수출가격이 기본 전망보다 40% 상승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나 생산성 개선이 늦어지고 가격 급등으로 미국의 물가와 금리 인상 압력이 커지면서 2029년 세계 GDP 증가 효과는 기본 전망 대비 0.2%에 그칠 것으로 예상했다.
◆ AI 투자 급랭 땐 세계 GDP 1.1%↓…아시아 충격 더 커
IMF가 가장 큰 하방 위험으로 제시한 것은 시나리오 C다. AI 투자에 따른 생산성 개선과 수익 창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하면서 기업들이 투자를 줄이고 금융시장에서 대규모 가격 조정이 발생하는 상황이다.
IMF는 해당 시나리오에서 미국 전체 투자가 기본 전망 대비 5% 감소하고, 미국 주가는 20%, 미국 외 지역 주가는 15% 하락할 수 있다고 봤다.
AI 투자 축소만으로 2028년 세계 GDP가 기본 전망보다 최대 0.4%, 세계 전체 투자가 최대 1.3% 감소한다. 이후 주가 하락에 따른 자산가치 감소와 금융여건 악화가 소비와 투자를 위축시킨다. 국채시장 충격까지 더하면 2028년 세계 GDP는 기본 전망보다 1.1% 낮아진다. 미국은 1.8%, 중국을 제외한 아시아는 1.7%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됐다.
IMF는 특히 한국을 포함한 아시아 첨단기술 수출국의 수출가격이 기본 전망보다 20% 하락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아시아 내 다른 국가들의 하락 폭인 4%보다 훨씬 크다.
같은 날 IMF의 '세계금융안정보고서(Global Financial Stability Report, GFSR)'도 AI 투자 수익성 부진에 따른 금융시장 충격을 경고했다. AI 관련 자산가격이 급락하면 차입 투자자들이 담보가치 하락에 따른 추가 담보를 요구받을 수 있다. 이를 마련하기 위해 보유 자산을 매도하면 가격 하락이 더욱 커진다.
특히 사모신용 시장은 차입기업의 상환 부담과 투자자의 자금 회수 압력이 커지면 신규 대출이 위축될 수 있다. 헤지펀드도 차입을 활용한 집중 투자로 인해 동시다발적인 매도가 발생할 수 있다.
◆ 반도체 실적은 호황…미래 성장 기대감은 '흔들'
한국은 AI 투자 확대의 핵심 수혜국이다. 지난 8일 삼성전자는 3분기 잠정 영업이익이 107조4000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82.5% 증가했다고 발표했다. 지난 12일 메리츠증권도 SK하이닉스의 3분기 영업이익이 전 분기 대비 32% 증가한 80조100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수출도 호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1일 산업통상부가 발표한 9월 수출입 동향에 따르면 반도체 수출액은 603억달러(81조1000억원)로, 전년 동월 대비 262.8% 증가했다. 이는 전체 수출액 1209억4000만달러(162조7000억원)의 49.9%를 차지한다.
문제는 현재 실적보다 미래 성장성에 대한 기대다. 지난 10일(현지시간) 모건스탠리 집계에 따르면 전 세계 AI 관련 신규 부채 발행액은 6월 1130억달러(152조원)에서 9월 230억달러(31조원)로 약 80% 감소했다.
반도체 기업 수장들도 자금조달과 투자금 회수 문제를 지적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싱가포르에서 열린 행사에서 혹 탄(Hock Tan) 브로드컴 CEO는 "대부분의 기업이 AI 투자에서 수익을 찾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립부 탄(Lip-Bu Tan) 인텔 CEO도 자본조달 비용과 투자수익률을 향후 주요 과제로 꼽았다.
이러한 우려는 최근 반도체주 급락과 맞물렸다. 13일 코스피는 전 거래일 대비 5.46% 하락한 6035.35에 마감했다. 삼성전자는 7.39% 내린 23만2000원, SK하이닉스는 10.09% 하락한 144만3000원에 거래를 마쳤다. 13일(현지시간) 필라델피아 반도체지수도 0.23% 떨어지며 5거래일 연속 하락했다. 마이크론은 3.6%, 어플라이드머티어리얼즈는 약 7% 하락했다.
최근 반도체주 급락에는 당장의 실적 악화보다 향후 성장 둔화에 대한 우려도 반영된 것으로 볼 수 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AI 수요와 메모리 가격 상승에 힘입어 호실적을 이어가고 있지만, 투자자들은 이러한 성장세가 얼마나 오래 지속될 수 있는지를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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