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인공지능(AI) 투자 붐이 세계 경제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자리 잡은 가운데 한국에서도 수혜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뚜렷하게 나타나고 있다. 이달 초 반도체는 전체 수출액의 절반 가까이를 차지했고 AI 인프라 투자 효과는 컴퓨터와 철강·비철금속, 설비투자로도 번지고 있다. 다만 성장 동력이 AI 관련 산업에 집중돼 있어 반도체 경기 변화에 대한 한국 경제의 민감도 역시 커지고 있다.
크리스탈리나 게오르기에바 IMF 총재는 지난 12일 태국 방콕에서 열린 IMF·세계은행 연차총회에서 AI 인프라에 대한 강한 투자가 에너지 공급 충격에도 세계 경제성장률을 약 3% 수준에서 유지시키고 있다고 평가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설비투자와 관련 산업의 수요를 함께 끌어올리면서 성장 동력으로 작용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수혜는 AI 하드웨어 공급망이 집중된 아시아에서 더욱 크게 나타날 것으로 내다봤다. IMF는 AI 투자 확대가 아시아 선진국의 성장률을 0.5~1.0%포인트, 신흥 아시아의 성장률을 0.2~0.8%포인트 높일 수 있다고 분석했다.
◆10월 초 수출 절반이 반도체…비중 46.7%
한국의 최근 수출 지표에서는 이 같은 AI 투자 확대의 효과가 반도체를 중심으로 확인되고 있다. 관세청이 지난 12일 발표한 ‘2026년 10월 1~1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액은 잠정 집계 기준261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102.0% 증가했다. 10월 1~10일 기준 역대 최대 규모로 지난 12일 환율을 적용하면 약 34조9000억원이다.
조업일수가 지난해 3.5일에서 올해 5.5일로 늘어난 점을 고려한 일평균 수출액도 47억5000만달러로 28.5% 증가하며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특히 반도체 수출액은 122억달러로 같은 기간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원화로 약 16조3000억원 규모다. 전체 수출액에서 반도체가 차지한 비중은 46.7%에 달했다. 이달 초 한국이 해외에 판매한 상품 100달러 가운데 약 47달러가 반도체에서 나온 셈이다.
◆반도체 넘어 컴퓨터·소재·설비투자로 확산
한국개발연구원(KDI)도 AI 관련 산업을 최근 국내 경기 개선의 핵심 동력으로 지목했다. KDI는 지난 12일 발표한 ‘KDI 경제동향 2026.10’에서 한국 경제가 AI 관련 수출과 설비투자의 호조에 힘입어 개선세를 이어가고 있다고 평가했다. 글로벌 AI 인프라 투자 수요가 견조하게 유지되면서 관련 산업을 중심으로 수출과 투자가 높은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분석이다.
AI 투자 효과는 반도체에만 머물지 않고 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9월 반도체 수출은 전년 동월 대비 263% 증가한 603억달러로 단일 품목 기준 처음 600억달러를 넘어섰다. 컴퓨터 수출도 435% 급증했고 비철금속은 34%, 철강은 3% 증가했다. KDI는 반도체와 컴퓨터 수출이 높은 증가세를 이어가는 가운데 철강제품과 비철금속 등 AI 인프라 관련 품목도 양호한 흐름을 지속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설비투자에서도 비슷한 흐름이 나타났다. 국가데이터처에 따르면 지난 8월 설비투자는 전년 동월 대비 16.1% 증가했다. 자동차를 중심으로 운송장비 투자는 줄었지만 반도체제조용기계 등 기계류 투자가 늘어난 영향이다. KDI는 반도체 관련 투자가 호조를 지속하고 여타 기계류 투자도 확대되면서 설비투자 전반이 견조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평가했다.
◆AI·반도체 쏠림은 부담…“경기 변동성 키울 수도”
다만 AI와 반도체를 중심으로 성장 동력이 집중되는 데 대한 우려도 나온다. KDI는 지난 8월 경제전망에서 한국 경제의 글로벌 반도체 수요 의존도가 높은 만큼 반도체 경기 변화가 경제 전반의 변동성을 키울 수 있다고 지적했다. AI 투자 수요가 위축되거나 반도체 생산국 간 경쟁 심화로 국내 기업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이 낮아질 경우 성장세가 빠르게 약화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지난 5일에는 AI 투자 둔화가 아시아 경제의 위험요인이 될 수 있다는 경고도 나왔다. 아세안+3 거시경제조사기구(AMRO)는 한국을 포함한 ASEAN+3 지역의 성장 전망이 AI 관련 수요에 민감해 수요 변화에 따라 수출과 투자가 영향을 받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AI 관련 자산 가격이 급격히 조정될 경우 광범위한 시장 조정과 부채 축소, 대출 등 자금조달 여건 악화로 이어질 가능성도 위험요인으로 제시했다.
성장의 지속성뿐 아니라 성과의 확산도 과제다. AI 중심의 경기 회복이 경제 전반으로 고르게 확산된 것도 아니다. KDI는 최근 경기 개선에도 가계의 소비 회복세는 완만하다고 진단했다. 고유가 등에 따른 물가 상승 압력이 높은 수준을 유지하는 가운데 기조적인 임금 상승세가 약해 가계 구매력 회복이 제약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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