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노만영 기자] 2년 넘게 미뤄졌던 ‘금호전기’의 110억원 전환사채(CB) 자금이 뒤늦게 들어왔다. 본업에서 현금 유출이 커진 가운데 최대주주 측 특수관계인들이 출자한 조합을 통해 운영자금을 수혈받으면서 단기 자금 운용에는 숨통이 트이게 됐다. 문제는 다음이다. 기존 조명사업의 매출 감소에 대응해 반도체 클린룸 조명으로 사업영역을 넓히겠다는 청사진을 내놨지만 아직 사업목적을 추가한 단계로, 구체적인 투자·사업화 계획은 드러나지 않고 있다.
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금호전기는 지난달 21일 110억원 규모 제12회 전환사채 발행을 마쳤다. 2024년 발행을 결정한 이후 납입 일정이 거듭 변경된 끝에 2년여 만에 자금이 들어왔다. 조달한 110억원은 원재료와 상품 매입대금 등 운영자금으로 사용할 예정이다.
CB 인수자는 화이트웨일조합 제1호다. 공시상 조합원은 이홍민 금호전기 대표와 정헌욱 이사로 출자비율은 각각 60%, 40%다. 두 사람은 최대주주 신주홀딩스 측 특수관계인으로 분류된다. 사실상 최대주주 측 인사들이 참여한 조합을 통해 운영자금을 조달한 셈이다.
CB 취득자금 110억원은 공시상 전액 '자기자금(조합원 출자금 등)'으로 기재됐다. 다만 회사 측은 장기간 납입이 미뤄진 배경으로 투자자 모집 지연을 꼽았다. 공시상 조합원은 이 대표와 정 이사 두 명이지만 회사 측 설명에는 별도 투자자의 참여가 언급된 셈이다.
금호전기 관계자는 “투자자를 모으지 못해 자금조달이 계속 연기됐다”며 “이번에 투자자들이 합류하면서 CB 인수가 이뤄진 것으로 알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CB의 전환가액은 3120원으로, 전액 주식으로 바뀌면 352만5641주의 신주가 발행될 수 있다. 공시 기준 전환가능 주식 비율은 21.96%다. 운영자금 확보와 동시에 향후 전환 여부에 따라 기존 주주의 지분 희석 가능성도 안게 된 셈이다.
금호전기는 '번개표' 브랜드로 형광램프와 LED 조명 등을 생산·판매하는 업체로 1973년 유가증권시장에 상장했다. 금호그룹에서 계열분리된 뒤 2020년 1월 최대주주가 박명구 및 특수관계인에서 신주홀딩스 및 특수관계인으로 변경됐다.
경영권 변경 이후에도 본업의 수익성을 끌어올리는 데는 시간이 걸렸다. 금호전기는 2012년부터 2024년까지 별도 기준 영업손실을 이어가다 지난해 약 9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적자 흐름을 끊었다. 연결 기준으로는 아직 흑자 전환에 이르지 못했다.
지난해 연결 매출은 443억원으로 전년 532억원보다 16.7% 감소했다. 영업손실은 1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 들어서도 매출 감소와 영업적자가 이어지고 있다. 상반기 연결 매출은 187억원으로 전년 동기 214억원보다 12.7% 줄었고 약 10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상반기 순이익은 19억원을 기록했지만 본업의 수익성 회복에 따른 흑자와는 거리가 있다. 사용권자산 처분이익과 리스계약 해지이익 등 영업외수익이 반영되면서 영업적자에도 순이익을 낼 수 있었다.
현금흐름은 오히려 악화됐다.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영업활동에서 47억원의 현금이 빠져나갔다. 전년 동기 약 1억원이던 영업현금 유출 규모가 1년 만에 크게 불어났다. 매입채무와 선수금 감소, 재고 증가 등 운전자본 변동이 현금흐름에 부담을 줬다.
금호전기는 자산 처분을 통해서도 현금 확보에 나섰다. 베트남 자회사 금호전기비나는 올해 1월 보유하고 있던 토지사용권과 건물 일체를 매각하기로 했다. 처분금액은 약 56억원이다. 회사가 밝힌 매각 목적 역시 유동성 확보와 경영효율화, 재무구조 개선이다. 본업에서 현금이 빠져나가는 상황에서 자산 매각과 CB 발행으로 필요한 자금을 충당하는 구조다.
상반기 말 연결 기준 현금및현금성자산은 약 45억원이었다. 여기에 지난달 110억원의 CB 납입이 완료되면서 당장 운영자금을 운용할 여력은 커졌다. CB 발행대금이 상반기 말 현금성자산의 두 배를 훌쩍 넘는 규모인 만큼 단기 유동성 측면에서는 적지 않은 수혈이다.
추가 자금조달도 예정돼 있다. 금호전기는 다이아몬드헤드조합 제1호를 대상으로 50억원 규모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추진하고 있다. 해당 조합에는 정헌욱 이사와 정규용 이사가 각각 60%, 40%를 출자했다.
이 유상증자 역시 납입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리고 있다. 최초 결정 공시는 2022년 10월 나왔지만 이후 납입 일정이 반복적으로 변경됐다. 올해 6월에도 납입 예정일을 6월30일에서 오는 11월13일로 미뤘다. 110억원 CB는 장기간 지연 끝에 자금조달에 성공했지만 50억원 유상증자는 최초 결정 후 약 4년이 지난 현재까지 납입을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관건은 확보한 자금이 본업의 현금창출력 회복과 새로운 성장동력 확보로 이어질 수 있느냐다. 금호전기는 기존 조명사업의 성장 한계에 대응해 사업영역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올해 7월에는 반도체 공장 등에 사용되는 클린룸 등기구 제조·판매업을 사업목적에 추가했다.
반도체 생산시설은 미세먼지와 오염물질을 엄격하게 통제해야 하는 만큼 일반 조명과 다른 클린룸용 등기구가 필요하다. 기존 조명 제조 역량을 반도체 생산시설용 조명으로 확장하겠다는 구상이다.
그러나 아직 신사업은 정관에 사업목적을 올린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설비투자 규모나 생산시설 확보, 고객사, 수주 계획 등 사업화 여부를 가늠할 구체적인 계획은 공개되지 않았다. 110억원의 CB 역시 사용목적이 원재료·상품 매입 등 운영자금으로 잡혀 있어 현재로서는 클린룸 사업에 직접 투입되는 자금으로 보기 어렵다.
이와 관련해 금호전기 관계자는 "클린룸 사업의 구체적인 진행 상황은 아직 전달받은 바가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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