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기업들의 인공지능(AI) 도입이 빠르게 늘고 있지만 투자 효과가 실적으로 나타나는 속도는 산업별로 엇갈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제조업은 AI 도입 이후 단기적인 매출·수익성 개선 효과가 뚜렷하지 않은 반면, 서비스업은 일정 시차를 두고 매출과 순이익이 증가하는 흐름이 확인됐다. 산업별 AI 활용 방식과 성과 시점이 다른 만큼 획일적인 지원보다 업종 특성을 반영한 정책 접근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지난달 30일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발간한 '사업보고서를 활용한 기업의 AI 도입과 성과 분석: 제조업과 서비스업 비교'에 따르면 연구진은 국내 기업의 2010~2024년 사업보고서와 재무 데이터를 결합해 AI 도입과 기업 성과의 관계를 분석했다.
연구진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DART)에 제출된 사업보고서 가운데 '사업의 내용'에 AI·인공지능·머신러닝·생성형 AI·자연어처리 등 관련 키워드가 한 차례 이상 등장한 기업을 AI기업으로 분류했다. 비AI기업은 해당 키워드가 확인되지 않은 기업이다.
분석 대상 AI 관련 기업은 빠르게 늘었다. 제조업에서는 2010년 142개에서 2024년 914개로, 서비스업에서는 76개에서 711개로 증가했다. 두 산업을 합치면 같은 기간 218개에서 1625개로 약 7.5배 늘었다.
◆ 기업 규모 효과 걷어내니 제조업은 매출 ‘마이너스’
겉으로 드러난 실적만 보면 AI기업이 비AI기업을 앞섰다. 2024년 제조업 AI기업의 평균 매출은 9192억3000만원으로 비AI기업 4360억9000만원의 두 배를 웃돌았다. 서비스업에서도 AI기업 평균 매출은 8080억4000만원으로 비AI기업 3390억7000만원보다 많았다.
다만 AI기업에는 상대적으로 규모가 큰 기업이 많이 포함돼 있었다. 2024년 제조업 AI기업의 평균 자산은 1조3137억원으로 비AI기업 5108억원의 2.6배 수준이었다. 평균 무형자산도 AI기업이 510억8000만원으로 비AI기업 84억3000만원을 크게 웃돌았다. 연구진은 일부 대형 기업이 AI기업의 높은 평균 실적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을 제시했다.
기업 규모와 재무 여건 등을 통제하자 결과는 달라졌다. 연구진이 총자산·총부채·유동자산·고용·업력 등의 영향을 반영한 패널 고정효과 모형을 적용한 결과 전체 표본 가운데 AI기업의 매출은 비AI기업보다 약 2.2% 낮은 것으로 추정됐다.
산업별로는 제조업에서 차이가 두드러졌다. 제조업 AI기업은 비AI기업보다 당기 매출이 유의하게 낮게 나타났다. 반면 서비스업에서는 AI 도입 여부만으로는 유의한 매출 차이가 나타나지 않았다.
사업보고서에서 AI 관련 키워드가 차지하는 비중을 뜻하는 'AI 관련도'에서는 서비스업의 성과가 확인됐다. 제조업은 AI 관련도가 높아져도 매출 증가 효과가 뚜렷하지 않았지만 서비스업에서는 AI 관련도가 높을수록 매출이 유의하게 증가했다. 특히 서비스업 중견 중소기업에서 이 같은 관계가 두드러졌다.
순이익에서는 제조업과 서비스업 모두 뚜렷한 개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기업의 재무 여건과 특성을 통제한 뒤에는 AI 도입 여부와 AI 관련도 모두 당기순이익과 통계적으로 유의한 관계를 보이지 않았다. 연구진은 AI 투자가 단기간에 수익성으로 연결되는지는 아직 불확실하다고 봤다.
◆서비스업은 1년 뒤 매출 증가…제조업은 효과 ‘불확실’
연구진은 기업마다 AI 도입 시점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도입 전후의 실적 변화를 비교집단과 대조하는 추가 분석도 진행했다.
제조업은 AI를 생산공정 효율화와 자동화 등에 활용하는 경우가 많아 시스템 구축과 설비 연계에 비용과 시간이 필요할 수 있다. 반면 서비스업은 고객 확보나 판매 확대, 신규 서비스 제공 등에 AI를 직접 활용할 수 있어 매출에 상대적으로 빠르게 반영될 수 있다
실제 AI 도입 전후를 추적한 분석에서도 이런 차이가 나타났다. 제조업은 도입 이후 매출이 감소하다가 4년째부터 증가하는 흐름을 보였지만 통계적으로 유의한 수준은 아니었다. 순이익 역시 뚜렷한 개선 효과가 확인되지 않았다.
서비스업은 AI 도입 1년 뒤 매출 증가 효과가 확인됐고 4년 이후에는 증가 폭이 확대됐다. 순이익도 도입 4년 이후 유의하게 증가했다. AI 도입 효과가 매출에 먼저 나타난 뒤 순이익 개서으로 이어지는 데는 추가 시간이 걸린 것으로 분석됐다.
다만 이를 최근 생성형 AI 투자 기업 전체에 그대로 적용하기는 어렵다. 도입 후 4~5년의 성과를 보여주는 결과는 주로 2020~2021년 이전 AI를 도입한 기업을 바탕으로 이뤄졌다. 2022년 이후 생성형 AI 확산기에 AI를 도입한 기업은 아직 관측 기간이 충분하지 않다는 게 연구진의 설명이다.
연구진은 제조업의 경우 AI 도입 초기 비용이 크고 성과가 나타나기까지 시간이 걸릴 수 있는 만큼 단기 실적만으로 성과를 판단하기 어렵다고 봤다. 이에 단순한 일회성 투자 지원보다 기업의 AI 도입·실증·확산 단계에 맞춘 중장기 지원체계가 필요하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제조업의 AI 활용을 확대하려면 제조 데이터의 표준화와 품질 관리, 기업 간 데이터 공유 기반 구축, AI 전문인력 확보 등이 병행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특히 자체 투자 여력이 부족한 중소기업에는 자금·데이터·인력 지원을 보다 구체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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