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소영 기자]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단 하루 앞두고 국내외 주요 자산운용사들이 국회를 향해 강력한 경고등을 켜들었다. 현행 개정안이 확정되면 지배주주에게만 특혜가 집중되고 일반주주의 자산 가치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주장하고 있다. 해당 운용사들은 즉각적인 법안 처리 보류와 제도 재설계를 촉구했다.
30일 국내외 자산운용사 10개사 관계자들은 서울 여의도 켄싱턴호텔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오는 10월 1일 예정된 국회 본회의에서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을 골자로 한 자본시장법 개정안 처리를 보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날 기자회견에는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이사회 의장, 정용우 레인메이커자산운용 대표, 김봉기 밸류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 백지훈 블래쉬자산운용 대표,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 김용균 차파트너스자산운용 본부장, 김연수 칸서스자산운용 대표, 김지열 쿼드자산운용 운용1본부 이사, 용환석 페트라자산운용 대표 등이 참석했다.
국회 정무위원회와 법제사법위원회를 통과한 이번 개정안은 주식 취득으로 25% 이상을 보유해 최대주주가 되거나 이미 25% 이상을 보유한 최대주주가 추가로 지분을 취득할 때 50%+1주 이상에 대해 의무공개매수 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문제는 인수자가 의무공개매수를 진행하기 전 최대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먼저 사들이는 선행매수를 허용한다는 점이다. 인수자는 선행매수로 지배주주 지분을 먼저 확보한 뒤 50%+1주에서 선행매수 물량을 뺀 남은 수량에 대해서만 일반주주를 대상으로 공개매수를 진행하게 된다. 지배주주는 자신의 지분을 경영권 프리미엄을 받고 전량 매각할 수 있는 반면 일반주주는 극히 제한된 물량만 안분비례로 매각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이창환 얼라인파트너스자산운용 대표는 "의무공개매수제도 도입 취지 자체에는 동의한다"면서도 "상법과 주주 충실 의무의 핵심인 주주 간 평등이라는 근본 원칙이 훼손됐다"고 지적했다. 이 대표는 "법안에 명시된 안분비례는 지배주주와 일반주주 통합 안분비례가 아니라 일반주주들끼리의 안분비례일 뿐"이라며 "지배주주와 일반주주를 1등 시민과 2등 시민처럼 차별하고 이중 가격 구조를 허용하는 것이 핵심 문제"라고 강하게 비판했다.
운용사 분석에 따르면 코스피200 기업의 소유구조를 적용할 경우 일반주주의 매각 기회는 크게 제한된다. 지난해 기준 코스피200 기업 중 지배주주가 존재하는 186개사(93%)의 지배주주 및 특수관계인 평균 지분율은 44.3%다. 개정안대로 인수자가 지배주 지분 44.3%를 전량 선행매수하면 일반주주에게 돌아가는 공개매수 물량은 5.7%+1주에 불과하다.
이 대표는 "코스피200 기업의 지배주주는 평균 44.3%를 보유하고 있다"며 "선행매수가 허용되면 나머지 55.7%의 일반주주는 보유 지분의 10분의 1도 안 되는 수준만 팔 수 있게 되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선행매수로 인해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 물량 자체가 소멸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운용사들이 2015년 이후 발생한 주요 M&A 35건을 분석한 결과 지배주주가 50% 이상 지분을 매각한 거래는 15건(42.9%)에 달했다. 이 경우 인수자가 지배주주 지분만 먼저 사들여도 50%+1주 요건을 채우게 돼 일반주주 대상 공개매수는 단 1주도 열리지 않게 된다.
김민국 VIP자산운용 대표는 선행매수가 허용될 경우 개정상법의 취지에 역행하고 스튜어드십 코드나 한국형 베어허그 등 주주 보호 정책들이 무력화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김 대표는 "정책 방향은 전체 주주를 공평하게 대우하도록 이사의 의무를 강화하는 것인데 현행 입법안대로라면 지배주주는 지분 전량을, 일반주주는 일부만 매각할 수 있어 주주 간 차별이 발생한다"고 말했다. 이어 "기관투자자의 적극적인 주주 관여를 활성화하는 것이 정책 방향인데 해당 입법안이 시행되면 경영권 매각 과정에서 기관투자자가 수탁자 책임을 다할 방법도 사라지게 된다"고 지적했다.
이채원 라이프자산운용 의장 역시 주주 간 형평성을 강조했다. 이 의장은 "같은 종류의 주식을 보유한 주주라면 지분에 비례해 동등하고 공정하게 존중받아야 한다"며 "누군가는 주식 전부를 프리미엄에 팔고 누군가는 일부만 팔 수밖에 없다면 일반주주의 성과는 훼손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김연수 칸서스자산운용 대표는 이번 입법 사안이 특정 이해관계자의 문제가 아닌 국민 전체의 자산이 달린 핵심 이슈임을 명확히 했다. 김 대표는 "주식시장은 국민의 자산과 후손들의 미래가 직접적으로 연결된 공간인 만큼 이번 이슈는 남의 일이 아닌 우리 모두의 자산이 달린 엄중한 문제임을 인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운용사들은 일본의 사례처럼 선행매수를 허용하지 않고 지배주주와 일반주주가 동일한 공개매수 절차에 함께 참여해 안분비례로 매각하는 방식 등을 대안으로 제시했다. 일본의 경우 지분 30%를 초과 취득할 때 부분 공개매수를 허용하지만 대주주 지분을 장외에서 사들이는 선행매수는 엄격히 금지된다.
전체 내용과 맥락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기사 본문과 함께 읽어주세요
ⓒ새로운 눈으로 시장을 바라봅니다. 딜사이트 무단전재 배포금지
Home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