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앤트로픽이 향후 10년간 AI 인프라에 최소 5180억달러(700조원)를 지출하기로 했다. AI 수요 증가 속도가 컴퓨팅 공급 확대를 앞설 것으로 보고 GPU와 HBM을 비롯해 필요한 연산 자원을 미리 확보한 것이다.
29일(현지시간) 로이터가 앤트로픽의 비공개 기업공개(IPO) 투자설명서를 입수해 보도했다. 투자설명서에는 매출과 손실, 주요 고객뿐 아니라 향후 10년간 5180억달러(700조원) 규모의 컴퓨팅·인프라 계약 내용이 담겼다.
국내에서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가장 밀접하게 연결된 반도체 공급망 업체로 꼽힌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두 회사를 ‘전략적 인프라 파트너(Strategic Infrastructure Partners)'로 명시했다. 앤트로픽의 투자는 HBM뿐 아니라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의 수요도 함께 확대시킨다.
◆매출 12배 증가…하지만 손실도 늘었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지난해 매출은 약 46억달러(6조2000억원)다. 전년보다 약 12배 늘어난 수치다. 반면 같은 기간 영업손실은 80억6000만달러(10조9000억원)로 확대됐다.
앤트로픽의 영업손실 확대에는 급증한 컴퓨팅·인프라 비용이 큰 영향을 미쳤다. 앤트로픽이 지난해 컴퓨팅과 인프라에 73억3000만달러(9조9000억원)을 썼다. 전체 영업비용 126억5000만달러(17조1000억원)의 절반을 넘는다.
수익성은 개선되고 있다. 투자보고서에 따르면 앤트로픽의 매출총이익률은 2024년 -95%에서 2025년 약 40%로 올라왔다. 서비스를 제공할수록 손실이 커지는 단계를 벗어나고 있다.
매출 성장도 이어지고 있다. 앤트로픽은 지난 5월 연환산 매출이 470억달러(63조6000억원)를 넘어섰다고 밝혔다. 이어 7월 말에는 연환산 매출이 650억달러(87조9000억원)를 돌파했다.
◆고객이 줄어들 수 있는데…인프라는 못 줄인다
앤트로픽의 지난해 매출 46억달러(6조2000억원) 가운데 약 38억달러(5조1000억원)는 사용량 기반 매출이었다. 구독 매출은 7억8900만달러(1조1000억원)에 불과하다. 고객이 다른 AI 모델로 이동하거나 비용을 줄이면 매출이 감소할 수 있다.
게다가 고객 집중도도 높은 편이다. 고객사 두 곳이 각각 지난해 매출의 12%를 차지했다. 두 곳을 합치면 전체 매출의 24%로, 단순 계산하면 약 11억달러(1조5000억원) 수준이다.
문제는 주요 고객 상당수가 장기계약으로 묶여 있지 않다는 점이다. 실제로 앤트로픽은 투자설명서에서 대형 고객들이 지출을 줄이거나 중단할 수 있다고 위험요인으로 명시했다.
반면 앤트로픽이 부담해야 할 비용은 점차 장기계약으로 고정되고 있다. 앤트로픽은 앞으로 AI 산업의 성장을 제한하는 요인을 컴퓨팅 부족으로 봤다. 필요한 연산능력을 나중에 확보하지 못할 가능성에 대비해 장기 계약을 늘렸다.
취소 불가능한 호스팅·컴퓨팅 계약은 2025년 말 546억달러(73조8000억원)에서 올해 초 4170억달러(563조9000억원) 이상으로 늘었다. 이 계약으로 확보한 전용 컴퓨팅 용량만 3.5기가와트(GW)에 달한다.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구글에는 최소 1111억달러(150조2000억원), 아마존에는 1100억달러(148조8000억원)를 지급하기로 했다. 마이크로소프트와의 계약은 314억달러(42조5000억원) 규모이다.
브로드컴 관련 장비 리스 계약도 1612억달러(약 218조원)에 달한다. AMD에서도 200억달러(27조원) 이상의 컴퓨팅을 공급받을 예정이다. 지금까지 공개된 약정을 단순 합산하면 5180억달러(703조3922억원)로, 이 가운데 약 80%는 취소할 수 없거나 실제 사용량과 관계없이 비용을 지급해야 한다.
◆ 韓에게는 반도체부터 메모리·전력·냉각까지 기회
앤트로픽은 엔비디아의 GPU에만 의존하지 않는다. 구글의 텐서처리장치(TPU), AWS 트레이니움(Trainium), AMD 가속기, 브로드컴 기반 주문형반도체(ASIC)까지 사용하고 있다. 특정 AI칩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필요한 연산능력을 최대한 확보하는 전략이다.
이 같은 AI칩 다변화는 국내 메모리 업체에 호재로 작용한다. 시장조사업체 트렌드포스(TrendForce)는 지난 6월 올해 HBM 수요 증가의 주요 동력으로 AI ASIC의 탑재 용량 확대를 꼽았다. 구글 TPU와 AWS 트레이니움의 HBM3E 전환도 HBM 소비를 늘리는 요인으로 분석했다.
삼성전자는 올해 공시에서 신규 GPU와 ASIC을 겨냥해 HBM4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고용량 DDR5와 AI 서버용 SSD 판매도 함께 늘릴 계획이다.
SK하이닉스도 지난 7월29일 2분기 실적 발표에서 HBM4 양산 출하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HBM뿐 아니라 AI 서버용 D램과 기업용 SSD 판매도 확대하고 있다. 약 10개 핵심 고객과는 장기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메모리 수요가 실제 국내 수출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안기태 NH투자증권 연구원은 "AI 하이퍼스케일러의 투자 증가 추세가 이어지면서 반도체 수출 호황이 지속될 것"이라고 말했다.
수혜 범위는 메모리에 그치지 않는다. AI 데이터센터가 늘수록 변압기와 배전장비, 냉각설비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실제로 HD현대일렉트릭의 수주잔고는 지난 6월 말 85억달러(11조5455억원)로 6개월 전보다 23% 늘었다. 회사는 주요 고객과 2030년 공급 물량까지 협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LG전자도 지난 28일 엔비디아의 전력·냉각 솔루션 우선협력사로 선정됐다. 앞서 22일에는 2.6메가와트(MW)급 냉각수분배장치(CDU)가 엔비디아의 AI 팩토리 기준을 충족했다고 발표했다. AI 인프라 투자 확대가 국내 냉각장비 업체에도 새로운 시장을 만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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