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서울 아파트 전셋값이 역대 최고 수준으로 올라섰다. 전세를 구하기 어려워진 세입자들은 월세로 이동하고 있다. 하지만 월세 역시 빠르게 오르고 있다. 여기에 앞으로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까지 급감해 전월세 시장의 수급 불안이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전월세 시장에서 나타나는 숫자를 연결하면 현재 세입자들이 겪는 문제가 보다 선명해진다. 특히 앞으로 2~3년간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이 크게 줄어들 것으로 예상돼 임대차 시장의 수급 불균형이 장기화할 가능성도 제기된다.
◆ 1억원 가까이 오른 전세…월세도 164만원
한국부동산원에 따르면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은 6억3662만원으로 집계됐다. 종전 최고였던 2022년 1월 6억3424만원을 넘어섰다. 서울 아파트 평균 전셋값이 통계상 새로운 고점을 기록한 것이다.
상승 속도도 가파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2월부터 상승 흐름을 이어가고 있다. 올해 들어 9월 셋째 주까지 누적 상승률은 8%에 이른다. 지난해 같은 기간 1.75%와 비교하면 상승폭이 4배 이상 커졌다.
전세가격이 오르자 임대차 시장에서는 월세 전환도 빨라지고 있다. 문제는 월세 부담도 함께 커지고 있다는 점이다.
한국부동산원 기준 지난달 서울 아파트 평균 월세는 164만1000원이다. 2년 전 132만원과 비교하면 32만1000원, 24.3% 올랐다. 1년으로 환산하면 월세로만 약 1970만원을 내야 한다. 월세 상승이 가계의 가처분소득을 축소시키고 있다.
◆ 52%가 월세…전세 중심 임대차 구조 흔들
전월세 가격 상승은 임대차 계약 방식까지 바꾸고 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7월 서울 아파트 전월세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52.0%를 기록했다. 지난해 같은 기간 43.9%에서 1년 만에 8.1%포인트 높아졌다. 월세에는 보증부월세와 반전세가 포함된다.
전국적으로 보면 변화는 더 뚜렷하다. 올해 1~7월 전체 주택 임대차 거래 가운데 월세 비중은 68.3%다. 2022년 51.5%에서 2023년 55.0%, 2024년 57.3%, 지난해 61.8%로 매년 높아졌다.
전세사기 이후 보증금 반환 위험에 대한 경계가 커진 데다 전세대출 규제와 금리, 전세 물량 감소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전세를 구하지 못한 세입자가 월세로 이동하고 월세 수요가 증가하면서 월세가격까지 오르는 구조다.
◆ 전셋값 상승 서울 외곽으로…성북 13%·노원 12%
전세난이 서울 강남권에서 서울 외각지로 확대되고 있는 양상이다. 서울 아파트 전셋값은 지난해 2월 이후 85주간 약 11.98% 상승했다. 최근에는 오히려 상대적으로 가격이 낮은 서울 외곽 지역의 상승폭이 크다.
올해 9월 셋째 주까지 누적 전세가격 상승률은 성북구 13.32%, 노원구 12.78%, 강북구 10.34%, 도봉구 10.17%에 달한다. 서울 평균 8%를 모두 웃돈다. 반면 강남구는 2.26%, 서초구는 4.33%였다.
전세가격 상승이 강남에서 외곽으로 확산했다기보다, 최근에는 중저가 지역에서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전셋값 상승은 매매시장에도 영향을 미친다. 전세가격과 매매가격 차이가 좁아지면 일부 세입자는 높은 전세보증금을 지급하는 대신 주택 구입을 선택할 수 있다. 실제 최근 서울 외곽에서는 전세 부족으로 인한 매매 전환 수요가 집값을 밀어 올리는 요인 가운데 하나로 거론되고 있다.
◆ 4만9000→2만4000→1만1000가구…더 큰 문제는 공급
향후 임대차 시장에서 가장 큰 변수는 신규 주택 공급이다. 서울 아파트 입주 물량은 지난해 약 4만9000가구에서 올해 약 2만4000가구로 줄어들 전망이다. 사실상 1년 만에 반토막 나는 셈이다.
내년에는 상황이 더 어려워진다. 2027년 서울 아파트 입주 예정 물량은 약 1만1000가구다. 2028년 역시 1만가구 수준에 그칠 것으로 예상된다.
아파트가 완공되기까지 상당한 시간이 필요하다는 점도 부담이다. 지금 인허가와 착공을 늘리더라도 실제 입주 물량으로 연결되기까지는 수년이 걸린다.
반면 재건축·재개발 사업이 진행되면 기존 주택에서 나오는 이주 수요는 임대차 시장으로 유입된다. 새로 들어오는 집은 줄어드는데 기존 집에서 나와 전월세를 구해야 하는 수요가 늘어날 경우 수급 불균형은 더욱 커질 수 있다.
◆ 대출 규제까지 겹쳐…전세→월세 이동 빨라져
금융 규제도 임대차 시장의 변수가 되고 있다. 가계부채 관리를 위한 DSR 규제 강화는 주택 매수자의 대출 가능 금액을 제한한다. 주택을 사지 못한 실수요자가 임대차 시장에 남으면 전세 수요가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전세자금 조달 여건이 어려워질 경우에는 월세 전환이 빨라질 수 있다. 실제 서울 아파트 월세 거래 비중은 1년 만에 43.9%에서 52.0%로 높아졌다.
숫자가 보여주는 방향은 같다. 전셋값은 오르고 있다. 월세도 오르고 있다. 월세를 선택하는 세입자는 늘고 있다. 반면 앞으로 시장에 들어올 새 아파트는 줄어든다.
전월세 시장의 문제는 이제 집값만의 문제가 아니다. '얼마에 사느냐'를 넘어 '살 집을 구할 수 있느냐'의 문제로 옮겨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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