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벤처캐피탈(VC)이 기업공개(IPO) 실패나 경영성과 악화를 이유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거나 투자받은 기업에 과도하게 불리한 조건을 부과하는 관행에 제동이 걸린다. 벤처투자회사 대주주가 회사 경영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하기 위해 금품이나 향응을 주고받는 행위도 법으로 금지된다.
중소벤처기업부는 22일 이 같은 내용을 담은 '벤처투자 촉진에 관한 법률(벤처투자법)' 개정안이 국무회의를 통과했다고 밝혔다. 정부는 벤처투자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불공정 계약을 제한하고 투자 의사결정의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인다는 방침이다.
◆ IPO 실패 이유로 과도한 리픽싱 제한
가장 큰 변화는 벤처투자조합 업무집행조합원(GP)이 피투자기업과 불공정한 투자계약을 체결하는 것을 법으로 제한한 것이다.
개정안은 정당한 사유 없이 기업의 경영성과지표가 변했다는 이유만으로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는 계약조건을 제한한다. 일정한 유예기간을 주지 않고 투자금을 조기에 회수하도록 하는 조건도 규제 대상이다.
IPO에 실패했다는 이유로 투자자가 보유한 증권의 가격을 과도하게 조정하는 이른바 '리픽싱(Refixing)' 조항에도 제동을 건다. 리픽싱은 투자자가 주식을 전환할 때 적용되는 가격을 다시 조정하는 방식이다.
그동안 일부 투자계약에서는 IPO 실패나 경영성과 악화 등을 이유로 투자자가 보유한 주식의 전환가격을 낮추거나 기업에 조기 상환 부담을 지우는 조항이 활용돼왔다. 투자자 보호를 위한 장치지만 조건이 지나칠 경우 기존 주주의 지분이 크게 희석되거나 기업의 자금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있었다.
개정안 시행 이후 불공정한 투자조건으로 판단되면 해당 조건에 대해서는 효력이 인정되지 않는다. 해당 계약을 체결한 GP에 행정처분을 내릴 수 있는 법적 근거도 마련된다.
◆ VC 대주주 금품·향응 통한 영향력 행사도 금지
벤처투자회사 대주주에 대한 규제도 강화된다. 개정안은 대주주 등이 벤처투자회사에 부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목적으로 금전이나 향응 등을 제공하거나 받는 행위를 금지했다. 투자회사의 투자 결정이 대주주의 이해관계에 따라 좌우되는 것을 막고 경영 독립성과 투명성을 높이겠다는 취지다.
정부는 최근 투자자와 스타트업 간 계약 관행을 개선하는 작업을 잇따라 추진하고 있다. 중기부와 한국벤처투자는 지난 6월 벤처·스타트업과 VC, 액셀러레이터(AC), 법률 전문가 등이 참여해 마련한 새로운 '벤처투자 표준계약서'를 발표했다. 사전동의권과 상환권, 리픽싱, IPO 의무 등 투자 과정에서 분쟁 가능성이 큰 조항을 손질했다. 특히 IPO를 반드시 달성하도록 하는 '결과 의무'보다 상장을 위해 성실하게 노력하도록 하는 방향으로 계약 기준을 개선했다.
이번 개정은 표준계약서 등을 통해 권고하던 공정 투자 원칙 가운데 일부를 법률상 규제로 뒷받침했다는 데 의미가 있다.
개정 벤처투자법은 오는 29일 공포된 뒤 2027년 3월30일부터 시행된다. 정부는 시행 전까지 세부 규제 기준과 행정처분 등에 필요한 하위법령을 정비할 예정이다.
노용석 중기부 제1차관은 "이번 개정을 통해 벤처투자의 의사결정과 투자계약의 공정성이 한층 강화되는 계기가 될 것"이라며 "벤처투자 시장의 신뢰를 높이기 위해 앞으로도 업계와 소통하며 필요한 지원과 제도개선을 이어가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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