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수민 기자] 코스피가 고금리와 고유가 부담에도 다시 7000선을 넘어섰다. 9월 반도체 수출이 역대 최대를 기록하고 미국 반도체주가 반등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를 중심으로 매수세가 유입됐다.
21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전 거래일보다 113.49p(+1.65%) 오른 7007.72에 거래를 마쳤다. 종가 기준 7000선을 넘어선 것은 지난 10일 이후 7거래일 만이다. 기관은 1조4924억원을 순매수했고, 개인은 2조9790억원, 외국인은 1719억원을 순매도했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자사주 매입 영향으로 기타법인의 순매수 규모도 주가를 끌어올리는 역할을 했다.
◆ 반도체 수출 259% 급증…실적 기대 재부상
21일 관세청이 발표한 '2026년 9월 1~20일 수출입 현황'에 따르면 이 기간 수출액은 714억달러(98조5000억원)로 전년 동기 대비 78.3%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반도체 수출은 341억2000만달러(47조1000억원)로 259.4% 급증했다. 전체 수출에서 반도체가 차지하는 비중은 47.8%로 전년 동기보다 24.1%p 커졌다. 무역수지도 230억달러(31조9000억원) 흑자로 1~20일 기준 역대 최대를 기록했다.
최근 AI 개발 속도조절론과 AI 투자 효율성에 대한 우려가 겹치면서 반도체주 투자심리가 흔들렸다. 일부에서는 HBM을 비롯한 메모리 수요 증가세가 둔화할 가능성도 제기됐다. 하지만 9월 들어서도 반도체 수출이 지난해보다 3배 이상으로 늘면서 적어도 단기적인 업황 둔화 우려는 일부 완화됐다.
미국에서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지난 18일 필라델피아반도체지수(SOX)는 2.78% 상승했다. 특히 메모리 업체인 마이크론은 3.92%, AMD가 2.70%, 엔비디아도 1.34% 각각 상승했다. 이처럼 국내외에서 반도체 업황에 대한 기대가 다시 커지자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주가도 힘을 받았다. 두 종목의 비중이 큰 코스피 특성상 반도체의 강세는 지수 상승으로 곧바로 이어졌다.
◆ 삼전·하이닉스가 끌어올린 지수…자사주 매입도 지원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두 종목은 최근 코스피 전체 시가총액의 절반 안팎을 차지하고 있다. 반도체 사이클의 수혜가 곧 코스피의 상승으로 이어지는 구조다. 실제로 21일 전기·전자 업종은 2.39% 상승했지만 운송장비·부품은 1.48%, 금속은 1.58% 하락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3.3%, 현대차도 1.64% 떨어졌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대규모 자사주 매입도 지수 하단을 받치고 있다. 20일 한국거래소 기업공시채널에 따르면 양사가 지난달부터 자사주 취득에 투입한 금액은 총 34조6978억원에 달한다.
삼성전자의 대규모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도 코스피를 끌어올리고 있다. 삼성전자는 지난 8월 이사회를 통해 올해 총 90조~110조원 규모의 주주환원을 실시하고, 3분기에는 정기배당을 포함해 약 30조원의 현금배당을 실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1일에는 3분기 배당 기준일을 이달 30일로 안내했다. 주주환원에 대한 기대가 주가에 반영된 것으로 분석된다.
◆美 10년물 금리 5%에도 반도체주는 반등
지난 18일 미국 10년물 국채 금리는 5.01%를 기록했다. 연방준비제도(Fed)도 지난 16일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0.25%p 올려 3.75~4.00%로 조정했다. 연준의 9월 경제전망에서는 올해 말 연방기금금리의 중간값도 4.1%로 제시됐다. 추가 긴축 가능성이 남아 있다는 의미다.
일반적으로 금리가 오르면 주식의 밸류에이션에는 부담이 된다. 특히 미래 성장 기대를 미리 반영하는 기술주의 주가가 압박 받기 쉽다. 고유가와 AI투자 둔화 우려와 함께 9월 중순 코스피가 6600선까지 밀린 이유다.
이후 반도체 수출 호조와 미국 메모리주의 주가 반등이 확인되면서 시장의 무게중심이 다시 실적으로 이동했다. 금리 인상에 따른 밸류에이션 하락보다는 AI·메모리 호황에 따른 기업 이익 긍정적 전망이 주가를 끌어올리는 모습이다.
◆유가 상승 멈추자 위험 부담도 낮아져
21일 브렌트유(Brent crude)는 배럴당 102.08달러(14만1000원)로 1.7% 하락했다. 중동 지역의 긴장은 이어지고 있지만 사우디아라비아 원유 수출 회복과 공급 확대 가능성이 부각된 영향이다.
한국은 원유 수입 의존도가 높아 유가가 오르면 기업 원가와 물가, 무역수지에 동시에 부담이 커진다. 여기에 미국 금리까지 상승하면 원화 약세와 외국인 자금 이탈 우려도 커질 수 있다.
유가가 여전히 배럴당 100달러를 웃돌고 있는 만큼 악재가 사라진 것은 아니다. 다만 최근 급등세가 진정되면서 국내 증시에 대한 비용·물가 부담 우려도 일부 완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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