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이승연 인턴기자] 호르무즈 해협 운항 차질과 카타르 LNG(액화석유가스) 생산설비 피해가 장기화하면서 글로벌 LNG 시장에서 미국의 존재감이 커지고 있다.
카타르 생산설비 피해와 증설 지연으로 아시아와 유럽의 물량 확보 경쟁이 심화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저렴한 미국산 LNG가 대체재로 부상하는 모습이다. 미국 내 천연가스 가격이 낮게 유지되는 반면 아시아·유럽 LNG 가격은 오르면서 지역 간 가격 차를 활용할 수 있는 사업자의 수익 기회도 커지고 있다.
국제에너지기구(IEA)는 호르무즈 해협을 둘러싼 중동지역 공급 차질과 카타르 라스라판(Ras Laffan) 시설 피해와 노스필드이스트(North Field East) 증설 지연 등을 반영해 2026~2030년 글로벌 LNG 누적 공급손실을 약 1400억㎥로 추산했다. 같은 기간 예정된 글로벌 신규 LNG 공급 증가분의 약 15%에 해당한다.
◆카타르 빈자리 메우는 미국산 LNG
윤재성 하나증권 연구원이 21일 발간한 '올겨울 패딩 대신 LNG' 보고서에 따르면 올해 3~8월 카타르 LNG 수출 카고는 전년 동기 509개에서 18개로 96% 감소했다. 같은 기간 아시아향 수출량은 3600만톤에서 445만톤으로 88% 줄었고 유럽향 수출은 전무했다.
미국 LNG는 카타르산 물량의 대체재로 부상하고 있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미국 LNG 수출은 하루 평균 174억입방피트(Bcf/d)로 전년 동기보다 23% 증가했다. 윤 연구원은 2분기 미국의 아시아향 LNG 수출이 1090만톤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가격 격차도 벌어지고 있다. 9월 미국 천연가스 가격 기준인 헨리허브(Henry Hub)는 MMBtu당 2.9달러 수준이다. 반면 11월 인도분 동북아 LNG 현물가격 지표인 일본·한국 마커(Japan-Korea Marker·JKM)는 MMBtu당 28달러 안팎까지 올랐다. 원·달러 환율 1350원을 적용하면 각각 약 3900원과 3만7800원 수준이다.
윤 연구원은 액화비와 운송비를 더한 미국산 LNG의 아시아 도착가격을 MMBtu당 9.3~10.3달러로 추산했다. 약 1만2600~1만3900원 수준이다. 미국산 LNG를 직접 확보한 사업자는 아시아 현물시장에서 물량을 조달하는 사업자보다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SK이노·포스코인터, LNG 밸류체인 경쟁력 부각
국내 업체 가운데 주요 수혜 기업으로는 SK이노베이션과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꼽혔다. SK이노베이션 E&S는 미국 프리포트(Freeport) LNG와 연간 220만톤 규모의 액화계약을 맺고 있다. 미국 우드포드(Woodford) 셰일가스전 지분 49.9%와 호주 바로사·칼디타(Barossa-Caldita) 가스전 지분 37.5%도 보유하고 있다.
윤 연구원은 SK이노베이션 E&S가 미국과 호주에서 확보한 저가 LNG를 한국과 중국, 유럽 등에 재배치해 트레이딩 수익을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직접 조달한 LNG를 자체 발전소에 투입하면 한국가스공사 평균요금제를 적용받는 발전사보다 연료비 경쟁력도 높아질 수 있다고 봤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광양 LNG 터미널과 천연가스 반출입업 자격이 강점으로 꼽힌다. 최근 북미 가스전까지 확보하면서 생산부터 저장·트레이딩으로 이어지는 LNG 밸류체인을 강화했다. 윤 연구원은 2029년 이후 연환산 20만톤 이상의 현물 판매가 가능해지면서 LNG 트레이딩 기여도가 커질 것으로 전망했다.
◆SK가스는 LPG 전환…벤처글로벌은 단기계약 수혜
SK가스는 울산GPS의 LNG·액화석유가스(LPG) 겸용 구조가 핵심이다. LNG 가격이 크게 오르면 발전 연료를 LPG로 바꾸고 기존에 확보한 LNG는 해외에 판매할 수 있다. 윤 연구원은 11월물 아시아 LNG 가격을 기준으로 이 같은 전략을 활용할 경우 LNG 1카고당 약 400억원의 수익이 가능하다고 추산했다.
미국 LNG 수출업체 가운데서는 벤처글로벌(Venture Global)이 주목된다. 벤처글로벌은 장기계약 비중이 높은 경쟁사보다 스팟과 단기계약 물량이 많아 해외 LNG 가격 상승을 수익에 빠르게 반영할 수 있는 구조다. 2분기 액화수수료는 MMBtu당 6.45달러로 전분기보다 69% 상승했다. 원화로 약 8700원 수준이다.
윤 연구원은 미국 LNG의 단기 액화수수료가 20년 장기계약보다 평균 2~3배 높다고 분석했다. 카타르 공급 차질 이후 벤처글로벌의 신규·증액 LNG 계약 물량은 약 487만톤으로 집계됐다. 카타르 생산능력 손실분 1280만톤의 약 38%에 해당한다.
다만 겨울철 기온은 LNG 가격의 변수로 꼽힌다. 윤 연구원은 엘니뇨 영향으로 기온이 예상보다 높아질 경우 난방 수요 감소로 LNG 가격이 안정될 가능성을 제시했다. 파나마 운하 물류가 정상화되면 미국산 LNG의 아시아 운송비가 낮아져 지역 간 가격 차도 줄어들 수 있다고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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