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정부가 창업 활성화를 위해 각종 정책자금과 보증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제 현장에서는 지원사업에 선정되거나 정책자금 대상이 된 뒤에도 보증·대출 단계에서 탈락하는 사례가 이어지고 있다. 지원기관마다 자격과 심사기준이 달라 창업자가 제도의 마지막 단계에서 자금 조달에 실패하는 것이다.
특히 매출과 영업실적이 부족한 초기 창업기업이나 재창업자에게 기존 금융회사와 비슷한 심사기준이 적용된다는 불만도 나온다.
21일 국민권익위원회가 최근 1년간 창업 관련 민원 2184건을 분석한 결과 창업 정책자금과 관련해 자금지원 대상 선정과 대출·보증 심사기준, 기관 간 연계 과정 등에 대한 민원이 다수 접수됐다. 예비창업자와 재창업자, 기술·농업 분야 창업자들이 업종과 사업 단계의 특성 때문에 정책자금을 이용하기 어렵다는 내용이다.
올해 들어 창업 관련 민원 자체도 빠르게 늘었다. 올해 1~7월 월평균 창업 관련 민원은 217건으로 지난해 8~12월 월평균 159건보다 36.5% 증가했다.
◆ 정책자금 확인서 받았는데 보증은 거절
문제는 지원기관별 기준이 서로 다르다는 점이다. 실제 한 창업자는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에서 정책자금 확인서를 발급받은 뒤 신용보증재단의 보증심사를 받았지만 거절됐다. 이 과정에서 기관별 심사기준이 다른 이유나 거절 사유, 다른 지원 방법 등에 대한 설명도 충분하지 않았다고 호소했다.
예비창업자를 둘러싼 기준도 엇갈렸다. 한 청년창업자는 무이자대출 사업 공고에서 예비창업자도 신청할 수 있다는 내용을 확인하고 사업장 시설과 사업자등록까지 마쳤다. 하지만 이후 신용보증재단에서는 예비창업자가 보증신청 대상이 아니라는 안내를 받았다. 지원사업 공고와 실제 보증심사의 대상이 달랐던 셈이다.
정책자금은 단순히 지원사업에 선정됐다고 바로 돈을 받을 수 있는 구조가 아니다. 사업별 자격심사를 통과한 뒤에도 보증이나 대출 과정에서 별도의 심사를 거치는 경우가 있다. 이 과정에서 기관별 기준이 제대로 연결되지 않으면 창업자 입장에서는 ‘지원 대상이지만 돈은 받을 수 없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 “매출 없어서 지원 안돼”…초기기업의 역설
초기 창업기업 특성과 맞지 않는 심사기준도 문제로 제기됐다. 한 창업자는 창업두드림 특별보증 요건을 충족해 신청했지만 현재 매출이 없고 사업장 주소가 공유오피스라는 이유로 반려됐다. 창업 초기라 매출이 없어 자금이 필요한데 오히려 매출이 없다는 점이 자금 지원의 장애물이 된 것이다.
한 2년차 스타트업 기업에게도 비슷한 사례가 있었다. 이 기업은 특허 2건을 등록하고 공인 시험인증서 발급과 시제품 제작까지 마쳤다. 하지만 대출 상담 과정에서 매출과 인증, 경력 등을 요구받았다. 해당 창업자는 초기기업이 충족하기 어려운 조건이라고 주장했다.
재창업자는 또 다른 장벽을 만난다. 법원에서 파산면책 결정을 받은 뒤 다시 회사를 운영하는 창업자가 과거 기록을 이유로 정책자금 지원을 거절당했다는 경우의 민원도 접수됐다. 또 다른 민원인은 법적 면책 이후 금융 기록이 삭제되는 기간을 기다려 재창업했지만 공공기관에 남아 있는 과거 사고 기록 때문에 지원을 거절당했다는 경험을 공유했다.
◆ 창업 장려하지만 자금 공급은 ‘단계별 장벽’
정부가 창업을 확대하기 위해 지원사업을 늘리고 있지만 실제 창업자가 체감하는 제도는 복잡하다.
창업 관련 민원은 중소벤처기업부뿐 아니라 농림축산식품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 국세청, 창업진흥원 등 여러 기관에 분산돼 있다. 국민권익위 분석에서도 창업 과정에서 영업 인허가와 세무, 자금지원 등 다양한 행정절차와 정책을 거쳐야 하는 구조가 확인됐다.
특히 정책자금은 ‘지원사업 선정→보증→대출’ 과정에서 각 기관의 판단기준이 달라질 경우 창업자가 예상하지 못한 자금 공백을 맞을 수 있다.
국민권익위도 창업자의 특성을 반영한 정책자금 지원·보증 기준을 개선하고 기관 간 연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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