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한국 방위산업의 중동 진출 방식이 달라지고 있다. 완제품 무기를 수출하는 수준에서 벗어나 통합 방공망 구축과 현지 생산, 정비까지 협력 범위를 넓히는 모습이다.
한화시스템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아랍에미리트(UAE) 국영 방산기업 에지(EDGE) 그룹과 통합 방공 시스템 구축을 위한 주요조건합의서(Term Sheet)를 체결했다. 구체적인 사업 조건은 공개되지 않았다.
◆ 단품 수출서 통합 방공망으로…UAE 협력 판 커졌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발간한 ‘UAE와의 $350억 방산 협력이 시작되었다’ 보고서에서 장거리 지대공미사일(L-SAM) 신규 도입과 중거리 지대공미사일(M-SAM·천궁-II) 추가 도입, 천무 다연장로켓 등이 협력 대상에 포함된 것으로 파악했다고 밝혔다. 양사는 합작법인(JV) 설립을 비롯해 현지 생산과 사업 운영 방안도 논의할 예정이다.
이번 합의는 기존 개별 무기체계 수출에서 통합 방공망과 현지 생산으로 넓어지던 양국의 방산 협력 구상을 한 단계 구체화한 것이다. 백 연구원은 사업 범위가 대드론 방어체계(C-UAS)와 레이더망으로 확대될 것으로 내다봤다. 지휘통제체계와 센서 네트워크 통합도 협력 대상에 포함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원점 타격 수단과 중장기 유지·보수·정비(MRO)까지 사업 영역이 넓어질 여지도 있다고 봤다.
에지 그룹은 아랍에미리트 정부가 출범시킨 국영 첨단기술·방산그룹이다. 현재 35개가 넘는 관련 기업을 거느리고 있다. 유안타증권은 에지 그룹이 중동·북아프리카(MENA) 지역에서 정치·외교적 영향력과 영업망을 갖춘 것으로 평가했다. 한화시스템이 에지 그룹과 직접 협력 관계를 구축하면서 향후 중동 지역으로 사업을 확대할 기반도 마련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이번 합의의 배경에는 한국과 UAE 양국 정부 차원의 대규모 방산 협력 구상이 있다. 방위사업청과 에지 그룹은 지난 2월 통합방공·첨단 항공전력·해양전력을 포괄하는 약 350억달러 규모의 방산협력 프레임워크를 체결했다. 달러당 1400원을 적용하면 약 49조원 규모다. 개발부터 생산과 훈련, 정비까지 협력 범위에 포함됐다.
◆ 잠재 사업 25조원대…K9·L-SAM·KF-21까지
350억달러는 확정 수주액은 아닌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구체적인 무기체계와 도입 물량 역시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증권사들은 현재 공개된 협력 내용과 예상 도입 물량을 토대로 잠재 사업 규모를 별도로 추산하고 있다.
양승윤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 18일 발간한 ‘방산 섹터 급등 코멘트 – 중동이 온다’ 보고서에서 아랍에미리트에서 추진될 수 있는 한국 방산 사업 규모를 총 25조5000억원 수준으로 추산했다. 도입 물량과 단가를 자체 가정해 계산한 금액이다.
양 연구원은 K9 자주포 160대와 L-SAM 4개 포대 도입 등을 가정했다. KF-21은 60대 도입을 전제로 사업 규모를 계산했다.
품목별로는 K9 자주포가 2조8000억원으로 추산됐다. 천무는 1조5000억원, M-SAM은 3조1000억원이다. L-SAM은 4조5000억원으로 예상됐다. 대드론 방어체계와 단거리 방공체계는 2조4000억원으로 산정됐다. KF-21은 9조1000억원으로 가장 규모가 컸다. 호위함은 2조1000억원으로 추정됐다.
양 연구원은 현재 추산한 잠재 사업 규모가 양국이 제시한 예상 협력 규모인 350억달러 수준에는 미치지 못한다는 점에서 추가 사업 기회가 열려 있다고 분석했다.
◆ 한화·LIG·KAI까지…현지 생산으로 넓어지는 K방산
국내 기업 가운데서는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범위가 가장 넓게 거론된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해 11월 에지 그룹과 다층방공·장거리 정밀타격·무인체계, 현지 생산·정비 등을 아우르는 협력 양해각서를 체결했다. 올해 6월에는 아랍에미리트 방산·기술 기업 제너레이션5홀딩(Generation 5 Holding)과 K9 자주포의 현지 제조·판매를 위한 독점 협력계약을 체결했다.
백종민 유안타증권 연구원 이번 주요조건합의서에 L-SAM과 M-SAM, 천무 관련 협력 내용이 담긴 것으로 파악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의 사업 기회가 지상무기와 방공 분야로 동시에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LIG D&A)와 한화시스템도 방공망 사업의 주요 수혜 후보로 거론된다. LIG디펜스앤에어로스페이스는 기존 천궁-II 공급 관계를 바탕으로 UAE 현지 업체들과 협력을 확대해왔다. 품질·인증과 방공체계 공동개발, 현지 생산 등으로 접점을 넓히고 있다.
한화시스템은 이번 에지 그룹 협의에 직접 참여했다. M-SAM·L-SAM 다기능레이더와 대드론 방어체계 등 단거리 방공 분야까지 협력 범위가 확대될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한국항공우주산업(KAI)은 KF-21을 중심으로 아랍에미리트와 협력 접점을 넓히고 있다. 양국 공군은 지난해 KF-21 관련 포괄협력 의향서(LoI)를 체결했다. 아랍에미리트 고위급 관계자들의 KF-21 시승도 이어졌다.
한국항공우주산업은 지난해 11월 두바이 에어쇼에서 에지 그룹과 항공우주·방산 분야 협력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향후 개발 참여나 생산 협력으로 이어질 경우 중동 수출 레퍼런스를 확보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아랍에미리트가 현지 생산과 기술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는 점도 국내 방산업체의 사업 방식 변화를 이끄는 요인이다. 아랍에미리트는 제조업 육성과 경제 다변화를 위해 ‘오퍼레이션 300bn(Operation 300bn)’을 추진하고 있다.
아랍에미리트는 이를 통해 산업 부문의 국내총생산(GDP) 기여도를 2021년 1330억디르함에서 2031년 3000억디르함으로 확대한다는 목표다. 3000억디르함은 약 820억달러로, 원화로 약 115조원 수준이다. 방산 분야에서도 완제품 수입보다 자국 내 생산 기반과 기술 역량 확보에 무게를 두고 있다.
증권가는 이번 협력을 K방산의 중동 사업 구조가 변화하는 신호로 보고 있다. 완제품 중심 수출에서 벗어나 방공망과 레이더, 지휘통제체계, 현지 생산과 정비까지 사업 범위가 넓어지고 있다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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