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국내 자금이 엔화예금으로 빠르게 유입되고 있다. 엔화예금 자체의 이자를 노린 자금이라기보다 낮아진 엔화 가치를 보고 들어온 저가매수 성격이 강한 것으로 분석된다.
원·엔 환율이 100엔당 850원대까지 떨어진 상황에서 일본은행(BOJ)의 추가 금리 인상 가능성도 커졌다. 일본의 금리 정상화가 엔화 약세를 완화할 수 있다는 기대가 더해지면서 향후 환차익을 노린 수요가 엔화예금으로 향하는 모습이다.
16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15일 기준 5대 은행의 엔화예금 잔액은 1조1305억엔(10조원)으로 집계됐다. 지난달 말 1조827억엔보다 478억엔(4200억원) 늘었다. 지난 8월 한 달 증가액인 438억엔을 이미 넘어선 규모다. 올해 1월 1조648억엔이었던 엔화예금 잔액은 5월에 8796억엔 수준까지 떨어졌는데, 이후 꾸준히 증가하며 석 달 반 새 2509억엔 급증했다. 17일 오전 원·엔 환율을 단순 환산하면 증가액만 약 2조2200억원 규모다.
◆850원대 엔화에 ‘저가매수’…이자보다 환차익
엔화예금으로 자금이 향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엔화 가격이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7월 100엔당 900원 아래로 내려선 뒤 추가로 하락했다. 지난 2일에는 장중 853.07원까지 떨어지며 2년 2개월 만의 최저 수준을 기록했다.
엔화가 싸지자 환전 수요도 빠르게 늘었다. 5대 은행의 원화→엔화 환전액은 지난 7월 388억6000만엔으로 전년 동월보다 110% 증가했다. 8월에도 282억3000만엔으로 27.6% 늘었다.
엔화예금의 특징은 높은 이자를 기대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KB국민은행이 공시한 외화 정기예금 금리를 보면 엔화 예금금리는 기간과 관계없이 연 0%로 제시돼 있다. 반면 달러 정기예금은 기간에 따라 연 2% 후반에서 3% 초반 수준이다.
엔화예금 투자자가 기대하는 수익의 핵심은 예금이자보다 환차익에 가깝다. 낮은 가격에 엔화를 사둔 뒤 원·엔 환율이 오르면 원화로 환전하는 과정에서 수익을 얻는 방식이다.
◆ 저가매수에 日 금리인상 기대까지…엔화도 반등 조짐
최근에는 일본은행의 금리 인상 전망이 엔화 저가매수 심리를 뒷받침하고 있다.
일본은행은 17일부터 이틀간 금융정책결정회의를 진행한다. 통화정책 결정은 18일 발표된다.
시장에서는 현재 1.00%인 정책금리를 1.25%로 0.25%포인트 올릴 가능성을 높게 보고 있다. 로이터가 지난 1~8일 경제전문가 68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설문에서는 66명, 97%가 일본은행이 18일 금리를 인상할 것으로 예상했다. 실제 인상이 이뤄지면 일본의 정책금리는 31년 만의 최고 수준으로 올라간다.
일본 금리 상승은 엔화 가치에도 중요한 변수다. 일본은 오랫동안 주요국보다 낮은 금리를 유지했다. 낮은 금리로 엔화를 빌려 금리가 높은 국가의 자산에 투자하는 ‘엔 캐리 트레이드’가 활발했던 배경이다.
일본은행이 금리를 계속 올리면 엔 캐리 트레이드의 매력은 낮아질 수 있다. 일본과 다른 국가의 금리 차가 좁혀지면서 엔화를 팔아 해외 자산에 투자할 유인이 줄기 때문이다.
기존 엔 캐리 트레이드가 청산될 경우에는 엔화를 다시 사들이는 수요도 발생할 수 있다. 이는 엔화 약세 압력을 낮추는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
원·엔 환율은 이달 초 저점을 기록한 뒤 반등하고 있다. 원·엔 재정환율은 지난 2일 장중 853.07원까지 떨어졌지만 17일 오전 10시40분 기준 885.12원까지 올라왔다. 약 2주 만에 100엔당 32원가량 상승한 수준이다.
달러 대비 엔화도 약세에서 벗어나는 흐름을 보이고 있다. 엔화는 지난 7월 달러당 163.99엔까지 밀렸지만 9월 초에는 152.89엔까지 반등했다. 17일 오전 10시40분 기준 달러·엔 환율은 156.13엔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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