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기령 기자] 농업정책보험금융원이 농식품모태펀드에 대한 금융투자업계의 인식 전환에 나섰다. 농식품펀드를 1차산업 중심의 정책성 자금으로 보는 금융투자업계의 인식이 신규 운용사 유입을 가로막고 있다고 판단해서다. 이를 위해 이례적으로 추가 출자사업 설명회까지 열고 투자 가능 사례와 민간자금 매칭 전략을 제시했다.
16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농금원은 전날 서울 여의도 CCMM빌딩에서 2026년 농림수산식품모태펀드 4차 추가 출자사업 설명회를 열고 출자사업의 주요 조건과 투자 대상, 운용사 선정 방향 등을 소개했다. 연초 정기 출자사업이 아닌 추가 출자사업 과정에서 별도 설명회를 마련한 것은 이례적이다.
이번 설명회에는 농식품 분야 운용 경험이 있는 벤처캐피탈(VC)뿐 아니라 신규 운용사의 참여를 독려하려는 목적도 담겼다. 농금원은 이번 출자사업에서 자펀드 결성 형태를 벤처투자조합과 신기술사업투자조합, 사모펀드(PEF)까지 확대해 다양한 운용사가 지원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췄다. 다양한 운용사의 참여와 다른 민간 펀드와의 매칭 가능성을 높이기 위해 농림축산식품부와 협의를 거쳐 한시적으로 운용 구조를 확대한 것이다.
농금원은 최근 PE 하우스들의 문의가 늘었지만 농식품 정책펀드와 실제 투자 가능 영역에 대한 시장의 이해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김자영 농금원 투자관리부장은 “농식품펀드라고 하면 1차산업에만 투자한다고 생각하거나 정책 목적이 강해 수익을 내기 어렵다고 보는 경우가 있다”며 “정책펀드도 결국 펀드이기 때문에 수익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농금원이 이날 전면에 내세운 것은 기존 펀드의 회수 성과다. 2025년 청산된 한 스마트팜 전용펀드는 내부수익률(IRR) 22.39%, 투자배수 2.56배를 기록했다. 150억원을 투자해 384억원을 회수했으며 운용사는 46억원의 성과보수를 받았다. 투자 대상 전체를 스마트팜 기업으로 채운 정책 목적 펀드였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설명이다. 이외에도 수출 농식품 기업에 전액 투자한 펀드는 IRR 12.78%를 기록했다. 앞서 2018년 청산된 초기 펀드 가운데서는 IRR 31%대의 성과를 낸 사례도 나왔다.
농식품모태펀드의 외연도 1차산업을 넘어 빠르게 넓어지고 있다. 농업이나 식품산업과의 연관성이 확인되면 배송용 드론과 농업용 로봇, 동물용 의약품, 천연원료 기반 화장품 기업 등도 투자 대상이 될 수 있다. 식품 배송에 활용되는 드론이나 외식·숙박시설에서 식품을 운반하는 로봇처럼 농식품산업에 적용되는 기술이라면 검토가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농금원은 다른 펀드와의 매칭을 통한 결성 전략도 제시했다. 이번 4차 출자사업의 스마트농업 분야는 투자 대상에 탄소중립 관련 기업이 포함돼 있어 투자 목적이 겹치는 기후펀드 자금을 활용할 수 있다. 정부 재정이 들어간 정책펀드끼리의 중복 매칭은 어렵지만 기후펀드 등과는 공동 출자가 가능하다. 김 부장은 “스마트농업과 탄소중립은 타 펀드들과 투자 목적이 겹치기 때문에 출자자를 설득하기에도 상대적으로 유리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번 출자사업에서는 농식품투자계정에서 총 300억원을 출자해 600억원 이상 규모의 자펀드를 조성한다. 스마트농업·미래혁신성장 분야 2곳과 지역경제활성화 분야 2곳, 반려동물 분야 1곳 등 총 5개 운용사를 선정할 예정이다. 모태펀드 출자 비율은 각 펀드 결성액의 최대 50%다.
스마트농업·미래혁신성장 분야는 운용사가 스마트농업과 푸드테크·그린바이오 가운데 주목적 투자 분야를 선택할 수 있다. 세부 분야를 모두 일정 비율씩 담아야 하는 구조가 아니라는 점이 특징이다. 스마트농업 펀드로도 탄소중립 관련 기업으로 포트폴리오를 100% 구성하는 것도 가능하다.
지역경제활성화 펀드는 투자 대상의 지역 요건도 넓혔다. 종전에는 비수도권에 본점이나 주된 사무소를 둔 기업을 중심으로 인정했지만 이번에는 공장 등 생산시설을 보유한 기업도 투자 대상에 포함했다. 다만 연구소만 해당 지역에 둔 경우는 인정하지 않는다. 반려동물 분야는 운용사들의 수요를 반영해 새로 마련했다. 펫푸드와 동물의료·보험, 돌봄·교육·장묘 서비스, 디지털 헬스케어와 스마트 기기 등 반려동물 연관산업 전반이 투자 대상이다. 김 부장은 “농식품펀드라고 해서 투자 대상이 전통적인 농업에만 한정되는 것은 아니다”며 “투자할 수 있는 분야가 생각보다 다양하고 산업의 확장 가능성도 크다”고 말했다.
농식품모태펀드는 2010년 출범했다. 지난해 말 기준 154개 자펀드가 총 2조6161억원 규모로 결성됐다. 지난해에만 14개 자펀드, 3384억원이 조성돼 연간 기준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4차 추가 출자사업 제안서 접수는 오는 30일까지다. 농금원은 서류심사와 현장실사, 투자심의위원회 심의를 거쳐 10월 중 운용사를 선정할 계획이다. 선정된 운용사는 오는 12월 말까지 펀드 결성을 마쳐야 한다. 결성 시한 연장은 불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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