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수민 인턴기자] 한국을 비롯해 글로벌 명품 소비를 이끌었던 주요 시장의 성장세가 주춤하면서 3분기 글로벌 명품 브랜드의 성장 둔화 조짐을 보이고 있다. 가격 인상 중심의 성장 전략이 한계에 부딪히면서 이런 흐름이 장기화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로이터통신은 3일(현지시간) 뱅크오브아메리카(Bank of America, BofA)의 분석을 인용해 3분기 들어 글로벌 명품 수요 증가세가 2분기보다 약 3%포인트 낮아졌다고 보도했다. 유럽 명품 복합기업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주가는 2.3% 떨어지며 2020년 이후 최저 수준으로 내려왔고 에르메스(Hermes)와 케어링(Kering)도 약 3%씩 하락했다. 유럽 주요 명품 기업으로 구성된 유럽스톡스지수(STOXX Europe Luxury 10)도 연초 대비 19% 떨어진 상태다.
둔화가 두드러진 지역으로 미국과 일본,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시장을 꼽았다. 해당 지역들은 공교롭게도 2분기 명품 소비가 가장 강했던 시장이다. 하지만 3분기에 들어서면서 수요 증가세가 상대적으로 빠르게 낮아지는 모습이다.
특히 국내 시장의 성장 둔화가 눈에 띈다. 산업통상부에 따르면 백화점 해외유명브랜드 매출은 올해 1월 전년 동월 대비 31.0% 증가했다가 2월과 3월에는 각각 22.6%, 21.7%로 조금 줄었다. 4월 38.1%, 5월 37.3%, 6월 34.3% 등 30% 이상의 증가폭을 유지했다. 하지만 7월에는 28.9%로 성장률이 30%대 아래로 떨어졌다. 여전히 높은 증가율이지만 2분기와 비교하면 성장 속도는 한풀 꺾인 셈이다.
◆가격 인상 앞두고 2분기에 선수요 집중…3분기에 들어 주춤
불과 한 달 전까지만 패션산업 전문매체 보그 비즈니스(Vogue Business)는 한국을 글로벌 명품브랜드의 주요 성장지역으로 평가했다. 중국의 판매 부진을 한국이 상쇄할 만큼 아시아의 주요 시장으로 꼽았다. 실제 2분기 매출만 보면 이러한 전망은 적중했다.
다국적 금융기업 HSBC가 예상한 주요 명품업체의 글로벌 전체 매출 증가율은 4.3%였다. 하지만 실제 평균 증가율은 7%에 달했다. 중국 시장이 부진한 상황에서도 미국과 한국 소비가 실적을 받쳤다는 분석이다.
다만 한국의 2분기 높은 성장률은 가격 인상을 앞둔 선수요가 영향이 큰 것으로 분석된다. 명품 업체들은 올해 들어 잇따라 가격을 올렸다. 실제 롤렉스(Rolex)와 에르메스(Herms), 까르띠에(Cartier)가 1월에 가격을 인상했다. 티파니(Tiffany&Co)와 반클리프 아펠(Vancleef & Arpels), 샤넬(Chanel), 불가리(Bvlgari), 쇼메(Chaumet) 등도 뒤를 이었다.
하반기 들어서도 가격 인상은 이어졌다. 부쉐론(Boucheron)은 7월 주요 제품 가격을 약 7% 올리기로 했고 그라프(Graff)도 5~10% 인상을 예고했다. 샤넬도 7월 국내 주요 가방 가격을 평균 5%가량 올렸다.
가격이 오르기 전에 제품을 구매하려는 수요가 몰리면서 백화점에서 이른바 '오픈런'도 다시 나타났다. 4~6월의 높은 매출 증가율의 일부 원인은 가격 인상을 앞두고 소비가 미리 발생했다는 분석이 가능하다.
◆선수요 효과 사라진 뒤 시험대 오른 '가격 중심 성장'
문제는 2분기 선수요 효과가 사라진 이후다. 가격 인상 전 구매가 끝난 상황에서 높은 가격이 그대로 유지되면 소비가 이전 속도로 회복하기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컨설팅 기업 맥킨지(McKinsey & Company)는 올해 명품산업을 두고 기존의 가격 중심 성장 방식이 한계에 도달했다고 평가했다. 가격을 올리는 것만으로 매출을 늘리기 어려워졌다는 의미다. 소비자들이 가격에 비해 제품과 브랜드가 제공하는 가치가 충분한지 따지기 시작했다는 분석도 내놨다.
맥킨지는 올해 명품산업을 '재조정(recalibration)' 시기로 표현했다. 기존 성장 방식에서 벗어나 소비자의 신뢰를 다시 얻어야 한다는 뜻이다. 단기간의 경기 반등만으로 과거 성장률을 되찾기는 어렵다고 보는 이유다.
최근 한국을 비롯한 주요 시장에서 나타난 성장률 둔화는 2분기 강한 성장에 따른 기저효과와 가격 인상 전 선수요의 소멸, 명품산업의 구조적인 저성장 우려가 함께 반영된 결과로 볼 수 있다.
이탈리아의 대표적인 명품·하이엔드 브랜드 협회 알타감마(Fondazione Altagamma)는 올해 글로벌 명품시장 성장률을 최대 2% 수준으로 전망했다. 명품업계가 지난 수년간 가격 인상에 의존해 성장해온 만큼 앞으로는 판매량을 늘리지 못할 경우 성장세가 장기적으로 낮은 수준에 머물 수 있다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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