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딜사이트 김진욱 기자, 이승연 인턴기자] 국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의 가파른 확대가 예상되는 반면 이를 뒷받침할 국내 LFP 배터리 생산능력은 크게 부족한 것으로 나타났다.
재생에너지 확대와 전력망 안정화 수요로 ESS 시장의 성장세가 예상된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 등 배터리 3사의 국내 LFP 증설 경쟁도 본격화될 전망이다.
지난 3일 하나증권이 발간한 'Electro-state, 대전환의 시작' 보고서에 따르면 2027년부터 2040년까지 국내 ESS 배터리 수요는 연평균 약 15.6GWh, 누적 약 220GWh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정부가 태양광과 풍력 등 재생에너지 보급을 확대하면서 발전량 변동성을 보완하기 위한 ESS 설치도 함께 늘어날 것이라는 분석이다.
문제는 국내 생산능력이다. 현재 가동 중이거나 향후 2년 내 가동 예정인 배터리 3사의 국내 ESS용 LFP 생산능력을 합쳐도 5GWh에 못 미친다. 연평균 예상 수요의 3분의 1에도 미치지 못하는 수준이다.
배터리 업체들은 이에 맞춰 국내 생산기반 확대를 준비하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충북 오창에서 초기 1GWh 수준의 ESS용 LFP 생산능력을 확보한 뒤 시장 상황에 따라 약 5GWh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단기적으로 수요가 빠르게 늘어날 경우 중국 난징의 6GWh 규모 공장을 활용할 수 있지만 국내 생산능력 자체는 아직 제한적이다.
SK온은 충남 서산공장의 배터리 생산능력 7GWh 가운데 3GWh를 ESS용 LFP로 전환하고 있으며 향후 최대 6GWh까지 확대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삼성SDI는 현재 울산에 약 10GWh 규모의 삼원계 ESS 배터리 생산능력을 보유하고 있지만 국내 LFP 생산능력은 아직 없다. 다만 올해 4분기부터 LFP 배터리 생산에 들어가면서 향후 국내 증설에 필요한 생산 경험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국내 ESS 시장 확대가 배터리 3사의 대규모 투자 부담으로 이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을 것으로 분석됐다. 하나증권은 배터리 생산능력 10GWh를 확보하는 데 약 1조5000억원의 설비투자비(CAPEX)가 필요한 것으로 추정했다. 연평균 15GWh의 국내 수요를 3사가 각각 3분의 1씩 담당한다고 가정하면 업체당 필요한 투자 규모는 약 8000억원 수준이다.
이는 배터리 업체들이 최근 집행해온 투자 규모와 비교하면 감당 가능한 수준이라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23년 9조9000억원, 2024년 12조4000억원, 지난해 10조8000억원의 CAPEX를 집행했다. 삼성SDI 역시 2024년 6조3000억원, 지난해 3조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했다.
시장이 본격적으로 열릴 경우 실적 기여도도 커질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연평균 15GWh의 ESS 배터리 수요가 향후 누적 약 52조원, 연평균 약 3조7000억원의 시장을 형성할 것으로 예상했다.
특히 국내 ESS 사업에서는 배터리 셀뿐 아니라 모듈과 시스템까지 배터리 업체가 맡을 가능성이 높아 해외보다 높은 판매단가를 확보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장기 평균 영업이익률을 7%로 가정하면 국내 ESS 시장에서 발생할 수 있는 영업이익은 연평균 약 2700억원이다.
국내 시장을 배터리 3사가 동일하게 나눠 가진다고 단순 가정할 경우 업체당 연평균 약 1조2000억원의 매출과 900억원가량의 영업이익을 거둘 수 있다. 개별 업체의 실적을 단기간에 크게 끌어올릴 수준은 아니지만 전기차 배터리 사업의 수익성 확보가 쉽지 않은 상황을 고려하면 ESS가 새로운 이익원으로 자리 잡는 의미는 작지 않다.
ESS 확대의 수혜는 배터리 셀 업체를 넘어 소재업계로도 번질 전망이다. 연평균 15GWh 규모의 LFP 배터리가 생산될 경우 LFP 양극재 수요만 매년 약 3만3000톤 발생할 것으로 추산된다. 현재 국내에서는 LFP 양극재 생산기반도 초기 단계에 머물러 있다.
엘앤에프는 향후 3년 내 약 6만톤의 LFP 양극재 생산능력 확보를 목표로 증설을 진행하고 있으며 포스코퓨처엠도 연간 약 3만톤 규모의 증설을 추진하고 있다. 국내 ESS 시장 확대가 배터리 셀뿐 아니라 양극재와 전구체, 분리막, 전해액, 동박 등 후방 산업의 생산능력 확대를 동시에 끌어낼 수 있다는 관측이다.
한편, 국내 ESS 시장의 의미는 자체 시장 규모에만 그치지 않는다. 하나증권은 국내 ESS 확대를 계기로 LFP 배터리와 소재의 비중국 공급망이 구축될 경우 북미 시장 대응력을 높이는 효과도 기대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미국이 배터리 소재 공급망에서 중국 의존도를 낮추는 정책을 강화하고 있는 만큼 국내 생산기반이 향후 북미 ESS 사업을 뒷받침하는 후방 생산거점 역할을 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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